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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재즈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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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profile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만나는 찰나의 예술 - 루크 길레스피
2026년 05월 29일

재즈는 박물관에 박제된 기록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살아 숨 쉬는 동시대적 예술이다. 과거의 유산을 깊이 이해하고, 그 유산이 현재의 감각과 만나 살아 움직일 때, 재즈는 비로소 우리와 같은 시대에 호흡하는 생명력을 얻는다. 루크 길레스피(Luke Gillespie, 1957- )는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오랜 시간 수많은 뮤지션을 양성해 온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다. 그는 음악가에게 있어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로 잇는 시선과 동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이야말로 재즈라는 자유로운 대화를 완성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3년째 한국을 방문하며 국내 재즈 씬과 꾸준히 교감해 온 그가 이번 내한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스승과 제자, 그리고 동료 음악가로서 나눈 대화를 통해 그가 말하는 음악적 뿌리와 교육자로서의 철학, 그리고 재즈가 지닌 무한한 자유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았다.

재즈 피아니스트 루크 길레스피가 4월 말에 한국을 찾아 공연과 교육 행보를 펼쳤다. 이번 투어는 4월 30일 하우스 콘서트를 시작으로, 5월 1일 J&J 브루어리, 5월 2일 문래재즈IN, 5월 3일 부기우기, 그리고 5월 5일 코튼클럽까지 이어졌다. 플루티스트 윤혜진, 색소포니스트 이경구, 기타리스트 이수진, 베이시스트 김인영과 김강빈, 드러머 김영진, 최무현, 오상목 등 국내 재즈 씬에서 탄탄한 내공을 쌓아온 연주자들과 쿼텟 및 퀸텟 편성으로 호흡을 맞췄다. 길레스피는 현대 재즈 피아노의 정수를 보여주는 섬세한 터치와 참여 뮤지션의 긴밀하고 섬세한 앙상블을 들려줬다. 또한 투어 일정 중인 5월 4일에는 단국대학교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개최, 국내 전공생에게 세계적인 거장의 음악적 통찰을 직접 전수하는 뜻깊은 시간도 있었다.
루크 길레스피 교수의 한국 방문은 그의 개인적인 배경과 제자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에서 비롯되었다. 일본에서 태어나 18세까지 성장하며 그곳을 제2의 고향으로 여겨온 그는 평소 아시아 재즈 씬과 꾸준히 교감해 왔다. 그러던 중,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그를 사사한 윤혜진 플루티스트와 정숙인 피아니스트가 한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제자들을 만나고 한국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뜻을 2024년 먼저 제안해 왔다. 이를 계기로 매해 5월 초 한국을 방문하고 있으며, 올해로 3년 연속 내한이 성사되었다. 올해 진행된 내한 일정은 윤혜진 플루티스트의 주도로 기획 및 성사되었다.

인터뷰 정숙인
사진 Odessa James


어떻게 재즈 피아노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아버지가 음악 애호가여서 많은 LP를 가지고 계셨고 다섯 형제자매 모두 피아노 레슨을 받게 해주셨어요. 아버지가 가장 좋아한 가수는 냇 킹 콜로 나는 아버지의 음반들을 듣고 멜로디, 화성을 따라 피아노로 치곤 했습니다. 형제들은 제임스 브라운과 레이 찰스 음악과 블루스를 가르쳐주었어요. 그리고 내가 14세가 되었을 때 델로니어스 몽크의 음반을 듣게 되었는데, 그것이 나의 삶을 바꾸었습니다. 이후로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캐논볼 애덜리, 허비 행콕, 오스카 피터슨, 아트 테이텀, 행크 존스, 시더 월튼, 맥코이 타이너, 아마드 자말 등 수많은 재즈 뮤지션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어요.

인디애나 음악대학교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왔는데, 교수의 관점에서 학교와 당신에게 배웠던 수많은 학생에게 느끼는 점이나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교수로서 우리는 학생들이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이른바 ‘도구’(Tools)를 제공하고자 노력합니다. 본교의 커리큘럼은 학생들이 재즈 스타일의 역사, 즉흥연주, 편곡 및 작곡을 폭넓게 경험하며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되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학생들이 그 배움을 토대로 자신만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표현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기를 동시에 바랍니다.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은 우리의 뿌리가 어디인지 확인하게 해주며, 이는 단지 과거를 답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 자신을 표현할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해줍니다. 모든 음악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나아가 혁신을 이루기 위해 과거의 유산들을 ‘재조합’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혁신은 ‘흡수’(과거를 받아들이고 현재에 몰입하는 것) 없이는 불가능하며, 이러한 흡수는 ‘모방’(본받고 싶은 대상을 따라 하는 것)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요컨대, 우리는 모든 학생이 “과거를 존중하고, 현재를 포용하며, 미래를 상상할 것”을 독려하고 있어요.

인디애나 음대의 재즈 전공은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님이 만드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분의 교수법이 유명한 만큼(비밥과 임프로비제이션 교재도 유명) 특히 기억에 남는 레슨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는 한 학기 동안 매주 한 번씩 자신의 사무실로 와서 90분간 레슨을 받으라고 내게 요청했고, 나는 첫날부터 매우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우리는 피아노와 첼로로 듀오 연주를 했는데, 첫 곡에서 그는 거의 30분 동안이나 솔로 연주를 이어갔어요. 그런 경험은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그 후 내가 약 5분간 솔로를 했고, 이어서 코러스와 16마디, 8마디, 4마디씩을 주고받았지요. 연주를 마친 뒤 그는 내가 솔로를 할 때의 집중력은 좋지만, 그의 솔로를 반주할 때는 그 집중력이 때때로 일관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형식을 놓치지는 않았지만, 내 솔로 연주 때만큼 리듬에 깊이 몰입하지는 못했어요. 그는 내가 솔로 연주를 할 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연주를 반주할 때도 똑같이 집중력을 유지하길 원했습니다. 이는 ‘경청’에 관한 위대한 가르침이에요.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말할 때는 집중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는 종종 집중력을 잃곤 하기 때문입니다.



ⓒ Mark Sheldon


한국 방한 시 서울예대와 한양대학교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을 때 저는 통역으로 동참했고, 당신에게 석사 2년간 레슨을 받아서 친숙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다운비트〉(Downbeat, 2019년 9월호)에서 교수님이 인터뷰하신 내용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재즈를 들어야 할 것인가’ 이 논제에 대해 이렇게 명쾌하게 정리한 내용을 본 적이 없으며 내용 또한 좋았는데, 어떻게 이런 내용을 구상하게 되었으며 학생들의 청취 행태를 보고 문제가 많다고 느껴서인가요.
〈다운비트〉지에 실릴 기고문을 부탁받았을 때, 나는 ‘경청’을 주제로 선택했습니다. 많은 음악가, 특히 젊은 음악가들이 음악을 세밀하게 듣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한 시간 연습한다면, 음악을 듣는 데는 그보다 몇 배의 시간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악기별 역할, 특히 리듬 섹션의 역할 등 재즈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들어야 하는지 분석한 가이드를 고안했어요. 리듬은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멜로디와 화성이 그 뒤를 잇는다), 우리는 모두 리드믹한 그루브와 그것이 모든 연주자, 특히 리듬 섹션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재즈는 언어와 같아서 대화하듯 재즈를 ‘말하지요’. 따라서 여기에는 말하기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경청이 요구됩니다. 리듬 섹션 연주자라면 솔로보다 반주하는 시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서로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연주를 깊이 듣는 태도가 필수적이에요. 때로 젊은 연주자들은 들리는 것을 단순히 모방하기만 합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그것도 청음 훈련의 일부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는 타인의 연주(말)를 단순히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 그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재즈를 전공으로 할지 망설이는 중, 고등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중학교 3학년(9학년) 무렵 이미 클래식과 재즈를 모두 아우르는 음악 전공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습니다. ​재즈 전공을 망설이는 예비 대학생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고등학교 3학년(12학년)이 되기 전까지 반드시 최종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다는 점이에요. 심지어 대학 입학 후에도 전공을 변경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재즈 전공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는 사실이지요. 나의 멘토였던 데이비드 베이커는 생전에 “인생에 보장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습니다. 비단 재즈뿐만 아니라 어떤 전공을 선택하더라도 도전과 고난, 좌절은 뒤따르기 마련이에요. 그렇기에 나는 학생들이 진심으로, 즉 100%의 확신을 가지고 이 일을 원할 때만 재즈를 전공으로 선택하기를 권합니다.

재즈를 공부하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재즈 전공 대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아요. 바로 ‘과거를 존중하고, 현재를 포용하며, 미래를 상상하라’는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힘쓰라고 독려하고 싶군요. 가능한 한 다양한 스타일에서 능숙해져야 합니다. 비트의 분할(Subdivision)에 대한 리듬 감각을 키우고, 음악적 그루브를 이끌 수 있는 내면의 리듬감을 갖추어야 해요. 그리고 다양한 아티스트로부터 각기 다른 요소들을 배워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버드 파월, 찰리 파커, 소니 스팃, 소니 롤린스로부터 비밥 라인을 배웠습니다. 아마드 자말에게서는 페달 포인트와 오스티나토 라인을 배웠고, 수많은 아티스트로부터 대리 코드(Harmonic Substitutions)를 익혔어요. 8분음표의 느낌은 버드 파월, 윈튼 켈리, 레드 갈랜드, 냇 킹 콜을 들으며 배웠으며, 발라드 연주는 버드 파월, 오스카 피터슨, 허비 행콕, 빌 에반스 등으로부터 습득했습니다. 델로니어스 몽크, 칙 코리아, 세실 테일러를 통해서는 모험적이고 리드믹하게 능동적인 연주법을 배웠지요. 나의 연주 스타일에는 때때로 6도 음정이 사용되는데, 이는 델로니어스 몽크와 시더 월튼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존 콜트레인에게서는 트라이어드 페어(Triad Pairs)를, 듀크 엘링턴에게서는 페달 포인트 위에서 움직이는 트라이어드 활용법을 익혔어요. 세실 테일러와 오넷 콜먼을 통해서는 프리 재즈 연주법을 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카운트 베이시의 음악과 그의 샤우트 코러스(Shout Choruses)를 들으며 리드믹한 컴핑과 스윙감을 익혔어요.

졸업 후의 커리어를 걱정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문 음악가의 길을 걷는 것은 험난한 여정입니다. 여기에는 인내와 끈기, 헌신, 그리고 더 많은 인내가 요구돼요. 만약 전문 음악가 이외의 삶을 상상할 수 없다면, 당신은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쓰고, 편곡하고, 작곡하고, 녹음하고, 가르치는 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찾아낼 때까지 버텨낼 것입니다. 벌어들이는 수입이 많든 적든, 당신은 그에 맞춰 자신의 생활 방식을 적응시켜 나가게 될 거예요. 하지만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더 안정적인 수입원이 필요해집니다. 대개 그 수입은 교육 활동에서 발생하지요. 또한 프로듀싱, 편곡, 작곡, 스튜디오 녹음 등 다른 음악적 업무를 통해서도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루크 길레스피, 김인영, 이수진, 윤혜진, 김영진


당신은 〈다운비트〉지 인터뷰에서 뮤지션이 하나의 음악을 집중해서 온전하게 듣는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말했는데, 졸업하고 나서는 자신과 동료에게 영향받아 플레이리스트가 만들어지게 되는 만큼 재즈 전공 학생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들어야 할 음악을 고를 때 가지면 좋을 시각과 방향에 대해 말해주세요.
학생들은 자신의 마음과 꿈을 따라야 합니다. 또한 변화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해요.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우리의 관점도 진화하고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자신을 감동하게 하거나 영감을 주는 음악이라면 그 어떤 것이든 들어야 해요. 음반만이 아니라 ‘라이브’ 음악을 직접 듣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음악을 ‘공동체적으로’ 들어야 하지요. 즉, 다른 음악가들과 함께 들으며 서로 다른 관점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인디애나 음대에서 스윙, 밥, 아프로-쿠반, 컨템퍼러리 재즈, 퓨전/펑크, 스몰 캄보, 빅밴드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배우고 자주 연주했었고, 그 음악적 다양함이 내가 작곡하고 연주하는데 바탕이 되어주고 있어 매우 감사하고 있는데,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자신의 음악에 녹여내는 데에 대한 당신의 시각이 궁금해요.
자신이 받은 영향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음악가들에게 진심으로 권장하는 바입니다! 음악가는 자신을 감동하게 하고 영감을 주는 음악을 쓰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해요. 때로 우리는 반드시 ‘편안한’ 것만은 아닌 음악이나 예술을 창조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을 때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이는 마치 수영장 깊은 곳에 던져져 필사적으로 수영을 배워야만 하는 상황과도 같지요. 궁극적으로, 찰스 밍거스가 남긴 이 말을 좋아합니다.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창조성이다.”

재즈 전공생들은 졸업 후 다양한 연주와 레슨을 하며 살아가고 잘될 경우 프로 뮤지션으로 자리를 잡거나 교수가 되기도 하는데, 이 양상은 예전부터 그랬나요.
아닙니다, 이러한 커리어 패턴은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에요. 50-6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음악가는 전업 교육자로 활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재즈 프로그램이 많아졌고, 그 결과 수십 년 전에는 불가능했던 ‘전업 교육직’이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지요.

미국 NBC에서 방영하는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뮤지션에 인디애나 음대 재즈과 출신들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스튜디오/라이브 세션, 재즈 연주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제자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음악계에서 동료들과 제자들이 더 널리 인정받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입니다. 나의 많은 학교 동문은 전문 음악가로서 공연이나 교육 활동을 하며 훌륭한 경력을 쌓아왔어요. 인디애나 대학교(IU) 재즈 학과 웹사이트에 가면 활발히 활동 중인 수많은 동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문 연주자나 교수가 되지 않는 석사 졸업생들은 보통 어떤 진로를 선택하는지 궁금한데, 예를 들어 인디애나 대학교 동문인 준 리(June Lee)의 경우 연주자보다는 제이콥 콜리어의 음악을 매우 정밀하게 채보하고 분석하여 명성을 얻었듯 이처럼 전통적인 뮤지션의 길을 걷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또 어떤 직업적 대안이 있는지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일부 졸업생들은 음악 행정 분야의 길을 걷거나 기록물(Archive)을 연구하는 사학자가 되기도 합니다. 본교 졸업생인 존 하세(John Hasse)는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재즈 사학자 중 한 명이에요. 그는 워싱턴 D.C.에 위치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미국 음악 및 재즈 부문의 명예 큐레이터(현재는 은퇴)로 활동했습니다. 또한 어떤 이들은 재즈 전문 저널리스트가 되는 것에 관심을 두거나, 라디오 방송국의 재즈 디렉터로 일하기도 해요.



졸업 전 스티브 호턴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 중 “프로로 데뷔하기 전에 약점(Weakness)이 없도록 하라”는 말씀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자신의 마음과 꿈을 따라가길 바랍니다.

인디애나 음대 수업들이 매우 빡빡했고, 매달 스몰 캄보 1시간 공연, 빅밴드 공연 학기에 2회, 2세트 풀타임 공연, 매주 있는 리듬 섹션 앙상블 이외에도 음악사 과목이 4학기 내내 있었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학교가 이렇게 음악사(초기 재즈, 스윙 시대, 비밥 시대, 포스트밥 시대)를 중시했던 이유는 무엇이며 음악사를 많이, 깊게 아는 것과 연주력, 내 음악의 독창성과의 관계가 깊다고 보는 것인가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모른다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기란 어렵습니다. 과거는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성찰하게 해줘요. 만약 과거를 모른다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선배 음악가들로부터 배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그들이 했던 것을 그대로 반복할 필요는 없지만, 과거와 현재를 재결합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표현할 창의적인 방법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과거의 어떤 요소들을 거부할 수도 있으며 그것 또한 괜찮아요. 하지만 그 거부조차 이미 과거가 우리의 아이디어나 그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하는 셈입니다. 결국 우리는 항상 과거와 연결되어 있으며, 결과적으로 우리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조차 언젠가는 누군가의 과거가 될 거예요.1) 그런 의미에서 모든 예술과 음악, 그리고 인류는 곧 현대(Contemporary)입니다!2) 재즈가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이토록 깊은 표현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재즈는 바로 이 순간의 예술입니다.3)

     1) ‘우리의 현재도 결국 누군가의 과거가 된다’는 것은 시간의 순환성을 의미한다. 우리가 지금 ‘최첨단’이라고 생각하며 연주하는 이 순간도 내일이면 '어제의 일'이 되고, 10년 뒤 후배들에겐 '공부해야 할 과거'가 된다. 즉, 과거와 현재, 미래는 단절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긴 실타래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2) ‘모든 예술은 동시대적(Contemporary)이다!’라는 표현은 과거의 유산이 지닌 현재성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1940년대의 비밥 음악은 분명 과거의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귀에 들리고 연주자의 손끝에서 재현되는 순간 ‘현재의 음악’으로 살아난다. 과거의 유산이 박물관에 박제된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의 우리에게 영감을 주며 살아 움직인다면, 그것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시대에 호흡하는 ‘동시대적인 것’이 된다.

     3) ‘재즈는 이 순간의 예술이다’라는 문장은 앞선 논리들을 하나로 묶는 재즈만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재즈는 ‘즉흥연주’를 핵심으로 하기에 과거의 전통과 이론을 끊임없이 학습하지만, 결국 무대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지금, 이 찰나’의 감정이다. 과거의 모든 지식을 쏟아부어 ‘현재’를 폭발시키는 장르이기 때문에, 재즈야말로 인간의 자유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현대적이고 인간적인 예술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Writer
루크 길레스피정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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