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만나는 찰나의 예술 - 루크 길레스피
재즈는 박물관에 박제된 기록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살아 숨 쉬는 동시대적 예술이다. 과거의 유산을 깊이 이해하고, 그 유산이 현재의 감각과 만나 살아 움직일 때, 재즈는 비로소 우리와 같은 시대에 호흡하는 생명력을 얻는다. 루크 길레스피(Luke Gillespie, 1957- )는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오랜 시간 수많은 뮤지션을 양성해 온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다. 그는 음악가에게 있어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로 잇는 시선과 동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이야말로 재즈라는 자유로운 대화를 완성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3년째 한국을 방문하며 국내 재즈 씬과 꾸준히 교감해 온 그가 이번 내한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스승과 제자, 그리고 동료 음악가로서 나눈 대화를 통해 그가 말하는 음악적 뿌리와 교육자로서의 철학, 그리고 재즈가 지닌 무한한 자유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았다.
FEATURE
크로아티아의 라이브 재즈 클럽
전 세계적으로 EDM과 힙합이 클럽 씬을 대부분 장악했지만, 자그레브에는 여전히 훌륭한 재즈 음악이 흐르는 곳이 많습니다. 친구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했어요.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단지 재즈를 듣는 것이 아니라, 재즈를 삶으로 산다.” 그래서 재즈 음악을 듣는 장소는 분위기와 인테리어가 좋아야 하고, 그래야만 완전한 재즈 감상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는 재즈를 들을 수 있는 장소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래에는 다양한 재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자그레브 명소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소개된 곳들 외에도 골프 카페(Golf Caffe), 재즈 앤 카바레 콘테사(Jazz & Cabaret Kontesa), 카페 즈린스키(Caffe Zrinski), 바이닐 바(Vinyl Bar), 삭스 클럽 흐르바츠키 글라즈베니카(Sax Klub Hrvatskih Glazbenika), 빈티지 인더스트리얼 바(Vintage Industrial Bar), 그리고 레스토랑 피델 가스트로(Fidel Gastro) 등 훌륭한 재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있지만, 핫스팟 네 곳을 골라 소개합니다.
앨범 리뷰
믹 구드릭, 프레드 허쉬 [Feebles, Fables And Ferns]
재즈는 순간의 음악이다. 아니, 어쩌면 모든 음악은 순간의 예술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단순히 음들의 조합만 듣지 않는다. 그 연주가 이루어진 시간의 공기, 공간의 울림, 침묵과 여백까지 함께 받아들인다. 녹음 역시 마찬가지다.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연주 바깥의 것들까지 듣는다. 들리지 않는 공간의 크기, 마이크와 악기 사이의 거리, 한 음의 발현으로 인한 공기의 울림까지 음악의 일부로 듣는다. 그래서 나는 연주자와 음악, 그리고 감상자가 어느 정도 같은 시간 위에 놓여 있을 때 음악이 가장 자연스럽게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오래전 녹음된 음원이 뒤늦게 발매되었을 때, 그것이 종종 음악 자체보다 향수와 추억의 대상으로 먼저 소비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그 음악을 현재형으로 듣기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의 기록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커버 스토리
미래를 현재처럼 살았던 음악가, 마일스 데이비스
올해로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1926.5.26.-1991.9.28.)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되었다. 지난 100년간 재즈는 초기 형식을 벗어나 대중음악의 중심을 거쳐 현대적인 지적 예술로 비상하고, 변화를 거듭하며 영토를 확장했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이러한 흐름의 목격자가 아니라, 그 흐름을 이끈 지도자였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를 다시 생각하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이다. 그가 남긴 음악과 행동, 말들은 모두 재즈사를 풍성하게 해준 유산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유산이 단지 회고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의 음악으로 우리의 감각을 여전히 새롭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지금 나와야 했을 ‘미래의 음악’을 자신의 시대에 끌어냈던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에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하나의 스타일에 안주하지 않고 부단한 변화를 통해 ‘영원한 현대성’을 획득한 그의 음악적 여정을 되짚어 보려 한다.
앨범 리뷰
임마누엘 윌킨스 쿼텟 [Live At The Village Vanguard Vol. 1]
색소포니스트 임마누엘 윌킨스의 연주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주특기인 포스트밥 스타일의 화려한 연주나 전위적인 스타일의 격정적인 연주도 즐겨 하지만, 그 속에서도 서정성을 담아낸다. 특히 부드럽고도 둥근 그의 색소폰 톤이 그러한 서정성을 견인하는데 이는 그가 즐겨 연주하는 가스펠, 소울이 가미된 연주에서 특히 더 빛을 발한다. 연주도 연주지만 그만의 풍부한 감성이 돋보이는 점이 연주자로서 임마누엘 윌킨스를 더 돋보이게 한다. 이러한 서정적인 감성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졌는데 직전 앨범인 [Blues Blood]에 이르러 더욱더 깊어진 모습을 보여줬다.
커버 스토리
‘얼리 어답터’가 본 AI 시대의 재즈, 허비 행콕
허비 행콕(Herbie Hancock, 1940- )은 음악계의 대표적인 ‘얼리 어답터’ 중 한 명이었다. 새로운 스타일이나 장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장르에 갓 도입된 기술과 기교, 장비를 재즈로 끌어왔다. 그렇게 그는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께 퓨전 시대를 개막했고, 1970년대의 재즈 펑크, 1980년대의 일렉트로-펑크와 재즈 랩 음악을 선도했다. 스스로를 ‘너드’라고 말하는 허비 행콕. 그는 AI 시대의 재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줌(Zoom)을 통해, 그와 음악 기술과 AI 재즈에 관한 이야기를 짧게 나눌 수 있었다.
FEATURE
'재즈를 듣고 있다면, 제발 조용히 해줘'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책 속에 흐르는 재즈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1938-1988)에 대한 간증을 늘어놓는 것만으로도 글의 서론이 끝나버릴지 모르겠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발밑에 흐르는 깊은 강〉을 읽고 완전히 카버의 포로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1988년 레이먼드 카버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몇 달 전 직접 그를 찾아가 인터뷰했고, 카버의 책 전권을 일본에 소개했다. 레이먼드 카버 또한 하루키와의 만남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지 하루키를 위한 시 〈발사체―무라카미 하루키를 위하여〉를 남겼다. 우리 문학에서도 레이먼드 카버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문단의 거장으로 자리 잡은 소설가 김연수는 단편집 〈대성당〉을 직접 번역하며 카버의 텍스트를 자신의 문장으로 풀어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카버가 ‘체호프1)의 아류가 아니라 체호프의 반열에 올랐다’고 짚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책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카버의 책이 여섯 권 꽂혀 있다. 원본부터 편집자의 편집본, 하루키가 일본어로 적은 책을 다시 번역한 책, 시집까지. 그러니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이름으로 카버를 떠올린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FEATURE
'야식집에서' 듀크 피어슨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