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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profile
시대의 낭만과 여유를 담은 음악, 올디 벗 구디
2025년 06월 30일


올디 벗 구디(Oldie But Goodie)는 전통적인, 스윙하는 보컬 재즈의 아름다움을 들려준다. 보컬리스트 정화와 피아니스트 강한성이 중심이 되는 이 팀은 직관적이고도 스윙감 있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작년, 서울숲재즈페스티벌에서 만났던 이들의 음악은 정말 따뜻했다. 재즈 스탠더드곡과 자작곡을 두루 들려주었던 이들이 이번에는 자신들의 오리지널곡만으로 가득 채운 첫 정규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다. 자신들의 팀명을 그대로 드러낸 [Oldie But Goodie]. 이름을 내건 만큼 그들의 음악적 색깔과 정체성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앨범이었다.

인터뷰  류희성
사진  양준식


반갑습니다. 두 분 자기소개를 먼저 부탁드릴게요.
정화(이하 정): 저는 7년 차 재즈 보컬리스트 정화입니다.
강한성(이하 강): 저는 재즈 피아니스트 강한성입니다.

함께하시는 팀 이름이 ‘올디 벗 구디’인데요. 예전에 공연에서 이야기하시기로는 강한성 씨가 올디고, 정화 씨가 구디라고요. (전원 웃음)
강: 실제로 그렇게 되긴 했는데요. 제가 나이가 더 많긴 하니까요. 그런데 사실, 나이 별로 차이 안 나는데. (웃음)

경희대 선후배이시죠. 올디 벗 구디 활동 전에도 같이 연주를 하셨겠네요.
정: 그렇죠. 제 사이드맨으로 연주를 자주 해주셨어요. 저희가 졸업 시기가 같았어요.

졸업 연주 같은 걸 준비했나요.
강: 그때가 코로나 시기여서 연주 대신 영상을 찍어서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했었어요. 그래서 그때 제가 정화 팀에서 연주를 도와주었고요. 그리고 당시에 작업하던 제 정규 앨범의 수록곡에도 정화가 함께해주었어요.

올디 벗 구디 이전에 활동이 있었고요. 이 팀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나요.
강: 이게 조금 재미있어요. 학교 선배가 자주 가는 루바토라는 와인 바가 있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공연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하는 거예요. 원래는 공연을 하는 곳이 아닌데 ‘기념일 맞이해서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요. 그렇게 처음에는 제 친구랑 듀오로 연주를 했어요. 그런데 보컬리스트와 함께 공연을 한 번 더 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정화랑 함께했죠.
정: 그런데 저희가 루바토(Rubato)라는 이름에 꽂힌 것 같아요. 루바토가 ‘정해지지 않는 템포’라는 의미가 있으니까, 그것처럼 모든 곡에 벌스(Verse)를 포함해서 연주해 보자고 했어요. 그렇게 해보니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때까지는 벌스가 있는 곡도 부르고 없는 곡도 불렀는데, 그때부터는 모든 연주곡을 벌스가 있는 곡으로만 하게 되었어요.

말씀하신 벌스라는 게 일반적으로 대중음악에서 말하는 벌스랑 다른 거죠.
정: 보통 재즈에는 헤드(멜로디)가 있는데, 그 앞에 도입부가 하나 더 있거든요. 오래된 재즈곡들은 그 시대의 뮤지컬 곡에서 나온거라, 노래를 하기 전 독백을 의미하죠. 그게 벌스예요. 그런데 헤드와 달리 자주 불리지는 않아요.

올디 벗 구디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재즈를 선보이는데요. 두 분이 평소에 좋아하는 음악도 그쪽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강: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에요. 스윙 시대의 재즈를 좋아했고, 한때는 현대적인 재즈에 꽤 꽂혔었죠. 제 첫 앨범 [Go For Launch] (2022)도 거기에 맞춰서 냈었고요.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의 펠로십 밴드 음악을 너무 좋아했어요. 그리고 한때는 힙합을 너무나 좋아하는 ‘힙찔이’ 시절도 있었고요. 그래서 무슨 음악을 좋아하냐는 질문이 참 대답하기가 어려워요.
정: 저는 전통적인 재즈를 좋아해요. 뮤지컬을 하면서 재즈를 접하게 되었거든요.

뮤지컬을 했다고요.
정: 이야기가 조금 길어요. 제가 원래 영어영문학과를 다녔어요. 과에 ‘영문인의 밤’이라는 큰 행사가 있는데요. 저희는 영어 원어로 된 뮤지컬을 올리게 됐어요. 그때 했던 게 <시카고>였죠. 그 배경이 재즈의 시대잖아요. 그걸 하면서 스윙 시대의 음악에 푹 빠지게 됐어요. 졸업하자마자 뮤지컬을 배우러 갔어요. 1년 동안 뮤지컬을 배우면서 느낀 게 너무 틀에 박힌 연기를 한다는 거였어요. 그때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또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재즈를 찾게 되었어요. 그래서 입시 준비를 해서 실용음악과로 편입을 하게 됐죠.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벌스가 뮤지컬 시대 음악에 포함되는 거잖아요. 최근에 생각해 보니 결국 돌고 돌아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두 분의 음악에 영향을 많이 준 음악가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정: 아마 모든 보컬리스트가 엘라 피츠제럴드를 꼽을 텐데, 저도 엘라예요. 사실 저는 엘라처럼 노래하진 않거든요. 그런데 그녀의 음악을 들으면서 많은 영감을 받기 때문에 엘라를 꼽아야 할 것 같아요.
강: 저도 곡을 쓸 때 많이 들었던 게 엘라였어요. 음악 활동에 도움이 되는 벌스를 찾다보면 대부분 좋은 예시와 프레이즈는 엘라의 버전이었어요. 송북 시리즈도 있고, 또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것들도 많이 찾아서 들었어요.

 

 

그 시대의 음악에는 지금과는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시나요.
강: 그 시대를 상상하게 하는 것 같아요. 보컬 톤이나 악기들의 뉘앙스에서도 그때를 떠올리게 만들어줘요. 저희는 곡을 만들 때 하나의 장면이나 주제를 떠올리거든요. 이번 앨범 [Oldie but Goodie]도 1930년대와 1940년대의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작업했어요.
정: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고유한 아름다움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지금도 그때의 음악을 들으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져요. 오래되어도 잃지 않는 아름다움이죠. 그 시대에는 진짜 사랑과 낭만이 담겨 있었던 것 같아요.

가사에 담긴 아름다움이 큰데, 요즘에는 그걸 ‘유치하다’ 혹은 ‘오글거린다’라고 하기도 해요. 전 그걸 그 시대 음악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영어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그런 부분도 있긴 하겠지만요.
정: 영어로 써야 특정한 뉘앙스가 만들어지는 부분은 있어요. 한국어 가사와도 차이가 분명히 있고요. 유치하다는 느낌은 공감하지만 저는 그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영어로 하면 예쁘고 귀여운 표현이 많아요.
강: 한국어로 하면 제가 생각한 뉘앙스와 조금 달라지는 것 같기는 해요. 유치하다는 생각은 잘 안 들어요. 그게 그 시대의 모습인 거니까요.

그런 부분들도 분명히 있겠네요. 이번 앨범의 첫 곡 ‘Good Ol’days’를 들어보면 프랭크 시나트라, 멜 토메, 주디 갈랜드가 언급이 되기도 해요. 만약 돌아가신 분도 포함해서 정화 씨가 듀엣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강한성 씨가 반주를 할 수 있다고 하면, 어떤 보컬리스트와 함께해보고 싶으신가요.
정: 저는 프랭크 시나트라요. 젊은 시절 팝스타의 모습도 너무 좋고요. 프랭크 시나트라가 인생의 굴곡이 많았잖아요. 그런 본인 인생을 담은 후기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연주하는 것도 너무나 행복할 것 같아요.
강: 저는 새라 본과 함께하고 싶어요. 라이브 연주에서 돌발 상황을 대단히 재치 있게 풀어가는 게 재미있어요. 피아니스트가 인트로를 치고 있을 때 관객이 화장실에 가니까, 다시 앉으라고 하기도 하거든요. 그 자리에서 제가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러다가 관객이랑 싸울 수도 있잖아요. (웃음)
강: 그게 새라 본이라서 가능한 거죠. 서로 불쾌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걸 재미있게 풀어가는 모습이 너무 즐거울 것 같아요.

 


사라진 가사를 찾아서

이제 새 앨범 [Oldie But Goodie]를 이야기해 볼게요. 앨범 표지에 보면 ‘로스트 벌시스’(Lost Verses)라고 써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정: ‘로스트’가 잃어버렸다는 의미잖아요. 잃어버렸다는 건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재즈 스탠더드곡의 벌스는 찾을 수 있고, 저희가 지금도 찾고 있어요. 그런데 자주 연주되지는 않아요. 그런데 저는 벌스의 가사와 헤드의 가사가 맞물려야 기승전결의 스토리라인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그런 벌스들을 찾아내고 노래해서 그 시대를 노래한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있어요.

부르신 노래의 스타일이 1930년대와 1940년대, 그리니까 뮤지컬이나 틴 팬 앨리에서 만들어진 곡들이잖아요. 그런데 이번 앨범 수록곡은 전부 자작곡이거든요. 그 시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신경 쓴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정: 저희가 키워드 설정을 먼저 했어요. 그리움, 사랑, 낭만 같은 키워드를 가지고 곡을 만들어 봤어요."강: 화성적으로, 멜로디적으로 듣기 편안하게끔 의도한 부분도 있어요. 그 시대의 음악을 들어보면 편안한 느낌이 많이 들잖아요. 들었을 때 부딪히는 부분이 없도록 작곡했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게 화성적으로는 분명히 부딪히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들릴까를 고민하면서 듣는 분을 많이 생각했어요.

의도하신 대로, 그 시대의 음악은 듣는 사람을 가장 많이 생각했던 음악인 것 같아요. 그런데 평소에 스탠더드곡을 많이 부르시잖아요. 이번 앨범도 스탠더드 앨범으로 내는 게 무난한 선택이었을 텐데, 전곡을 직접 만드셨어요.
강: 이거는 제 의도가 많이 반영이 됐어요. 스탠더드는 정말 많은 버전이 있잖아요. 저희가 새롭게 연주했을 때, 다른 분들이 저희 버전을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를 생각해 봤어요. 저라도 엘라의 버전을 들을 것 같아서요. (전원 웃음) 그래서 차별점을 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을 해봤더니, 우리 앨범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곡을 담으면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노래를 만들었어요.

스탠더드곡을 부른다는 건 필연적으로 이전의 명연들과 비교되는 거죠. 그리고 스탠더드곡마다 대표 버전 같은 게 존재하는데, 그게 수십 년을 싸워서 버틴 곡이잖아요. 그거랑 다시 맞붙어야 하는 거죠. (전원 웃음)
강: 그걸 저희가 다시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죠. 그리고 그걸 다시 부르면 그게 또 저희 곡이 되는 것도 맞아요. 그런데 그 스탠더드곡도 누군가의 자작곡을 커버한 거잖아요. 작은 소망이 있다면 저희가 연주한 곡을 누군가가 나중에 또 불러준다면 큰 영광이고 기쁨이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이번 앨범 수록곡 중에 ‘이거는 스탠더드곡이 될 수 있겠다’ 싶은 곡이 있다면요.
강: 이거는 사심인데요. (웃음) ‘In The Closet, I Saw’라는 곡이 있어요. 이건 들을 때마다 감정이 울컥 올라오는 곡이에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도입부부터 감정을 아리게 해요. 베이시스트 최성환 형님이 보잉을 해주셨는데, 거기에서 많은 감정이 들더라고요.
정: 저도 엔딩 벌스를 할 때는 조금 울컥해요. 멜로디가 그래요.
강: 그런데 스탠더드곡으로 적합하냐고 물어보면, 그거는 아닌 것 같네요. 스탠더드곡으로는 ‘(This Is) What Love Feels Like’나 ‘Hug It Out’이 어울릴 듯해요. 이 곡들은 앨범 녹음하기 전에 좀 미리 써놨던 곡이에요. 그래서 연주할 때도 몇 번 했었는데, 같이 연주해 주신 분들이 스탠더드곡인 줄 알았다고 하시기도 했어요. 저희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만든 곡이었는데, 그런 뉘앙스를 느끼셨다고 하니 너무 기뻤어요.
정: 저는 ‘Jazzberry Pie’와 ‘(This Is) What Love Feels Like’가 스탠더드곡으로 어울릴 것 같아요. ‘(This Is) What Love Feels Like’의 경우에는 가사가 10분 만에 써졌어요. 모든 곡이 그렇지만, 스탠더드곡은 사랑과 관련된 가사가 많아요. 그 가사들을 보면서 ‘사랑을 이렇게 표현하는구나’라고 많이 느꼈어요. 그런 부분을 제 가사에 넣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Jazzberry Pie’는 상상했을 때 가장 기분 좋은 곡이에요. 사랑하는 남자가 일을 마치고 왔을 때 파이를 만드는 모습, 그 시대의 모습을 그려주는 것 같아요.




작사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두 분은 곡을 만드실 때 어떤 과정이 가장 선행되나요.
정: 저희는 철저히 비즈니스화되어 있어요. (웃음) 콘셉트와 주제를 먼저 셋업해 놓아요.
강: 그러면 그 주제를 상상하면서 기초적인 멜로디와 코드 진행을 만들죠. 그걸 정화가 듣고 수정 의견을 주면 같이 바꿔보고, 가사를 입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고민도 있을 것 같아요. 특정한 시대의 특정한 스타일의 음악을 생각하고 만들면 자꾸 비슷하게 나올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강: 맞아요. 그래서 1~2년 정도 음악하는 친구들과 작곡 모임을 했어요. 거기에서 제가 쓴 곡을 들려주고 비슷한 스탠더드곡이 있는지를 물어봤어요. 일종의 표절 심의를 받고, 교차 검증을 해보고요. ‘어? 이거 멜로디가 비슷하다’ 싶어서 엎어진 곡도 있어요.

사실 작업하다가 보면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고, 여력이 안 돼서 체크 못 하는 부분도 생기니까, 그런 과정이 있다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강: 사실 처음에는 정규 앨범으로 만들 생각은 아니었어요. 싱글로 몇 곡 내면 되겠지라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드럼 세션을 도와주신 최보미 교수님에게 녹음 계획을 말씀드렸더니 할 거면 앨범으로 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세계 재즈의 날’인 4월 30일에 내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시간이 너무 촉박한 거죠. 앨범 분량으로 만들려면 5곡 정도는 더 써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어찌 되었든 미친 듯이 작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녹음할 연주자도 구해야 하잖아요. 드럼은 최보미 교수님이 승낙해 주셨는데, 베이시스트가 없는 거예요. 정말 고민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성환 형님이 생각이 났어요.
정: 보미 교수님과는 자주 연주해서 문제가 없었지만, 성환 님이 제주도에 계신다는 거였어요. (웃음)
강: 그래서 안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한번 물어나 보자고 했는데, 흔쾌히 승낙을 해주시더라고요.
정: 합주를 제주도에 가서 했어요. 제주도에 있는 재즈 클럽인 마일스에서 연주하고, 합주도 했어요. 저희가 묵었던 숙소에 피아노가 있어서 저희끼리 뚱땅거리면서 연습도 해보고요.

그 정도로 앨범 준비가 가능한 건가요. (웃음)
강: 앨범 녹음 2주 전에 합주 3일 하고 끝이었어요. 심지어 마일스에 가기 전날까지 멜로디가 완성 안 된 곡도 있었고요. 일단 가서 합주하면서 의견도 조율하고, 숙소 피아노로 해보면서 수정하고. 3일 동안 송 캠프를 한 셈이었어요.

베이시스트를 서울에서 구하면 쉬웠을 텐데, 그렇게까지 최성환 씨와 함께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나요.
정: 성환 오빠의 연주를 자주 보고 함께 연주한 적도 있어요. 특히 오빠가 골든스윙밴드를 하고 있잖아요. 보컬 앨범에 참여했었다는 점은 보컬 재즈의 뉘앙스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보미 교수님과도 합을 맞춰보셨으니까 더 믿음이 갔어요.
강: 합주를 하면서 이 선택이 정말 옳은 선택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보미 교수님과 성환 형님이 뒤에서 연주해 주시는데 너무 스윙하는 거예요. 저희가 뭘 할 필요도 없을 정도였어요.



녹음은 서울에 오셔서 한 건가요.
강: 그렇죠. 베이스는 서울에서 대여하려고 했는데, 본인 악기를 쓰셔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정: 거트 현을 쓰신다고 하더라고요.
강: 저희로서는 너무나 감사한 거죠. 배를 타고 오신다길래 인천항까지 오시는 줄 알았는데, 이미 그 노선이 없어진 지가 꽤 됐대요. 그래서 완도에 내려서 차로 서울까지 오셨어요. 너무나 감사했어요. 그리고 곧 있을 6월 29일 쇼케이스 때도 그렇게 오시고요. (웃음)

이번 앨범은 CD뿐 아니라 LP로도 나왔더라고요.
정: 옛 느낌을 담고 있다 보니까 LP와 더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1집이니까 할 수 있는 것 다 해보자, 라는 느낌으로요. (웃음)
강: 이것도 일이 많았어요. 저희가 일단 일을 벌리고 수습을 하는 편이거든요. (웃음) 인천에서 하는 레코드 페어에 LP를 내보고 싶어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시간을 보니 너무 촉박해서 일정을 못 맞추겠더라고요. 결국 레코드 페어 때 사전 주문을 받는 쪽으로 타협을 했어요. 그런데 인천 레코드 페어 행사 자체가 취소되어 버린 거죠. 결국 텀블벅(크라우드 펀딩)으로 LP를 제작 했는데 이 시스템은 저희가 직접 발송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LP가 약속한 날에 도착을 안 하는 거예요. 텀블벅은 일정 변경이 안 되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발송 전날 밤에 기적처럼 도착했어요. 그래서 밤늦게까지 포장해서 다음 날 아침에 발송했어요.

너무 사건이 많았네요. 그래도 좀 정리가 되어서 후련한 마음도 있으시겠어요.
정: 쇼케이스가 남아 있죠. 공연은 자주 했지만 앨범 쇼케이스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오늘은 쇼케이스 때 할 멘트도 회의할 거예요. (웃음) 저희가 굿즈도 제작했는데, 제작 과정에서 업체가 누락한 게 있다고 해서 그것도 확인해야 해요.

이번에도 잘 처리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앨범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강: 그 시대의 낭만이자 여유. 빠르고 자극적인 게 많은 현실에서 살짝 벗어나 기분 좋게, 그 시대를 상상하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정: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녹이 조금 슨 ‘꿈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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