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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블랙스트링 [Karma]  
제목 [리뷰] 블랙스트링 [Karma]   2019-11-25

장건우


고유한 정체성으로 아홉 가지 세계의 음악을 녹여내다


한국인으로서 독일의 재즈 명가 액트 뮤직(ACT Music)에서 앨범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기회를 잡은 셈이다. 어쩌면 이와 같은 유명한 레이블과 함께 작업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재능을 입증했다고 못 박아도 될 만큼 한국 재즈를 수출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월드뮤직이라는 독특한 장점을 이용하여 해외 음악의 조류 속에 뛰어들어도 그것은 단발적인 자랑거리만 됐을 뿐 오래 버티거나 했던 경우는 많지 않다. 내실 없이 개성만 앞세우거나 너무 이질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무엇이 되었든, 해외의 음악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개성이 아니다. 탄탄한 음악적 기량이나 팀의 유기적인 화합 같은 것들, 국적을 가르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관통할 수 있는 사운드가 결국 핵심일 테다. 한국의 고유한 미와 독특성은 우리의 생각보다 그 영향력이 크지는 않다.


블랙스트링을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그전에도 한국의 민속악기나 민요와 같은 특이점을 이용해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시도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을 발견했을 때 청자들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자신의 밴드를 표현하는 최적의 수단으로서 피할 수 없이 한국적 레퍼토리를 품은 건지, 아니면 정서적인 차별성만을 목적으로 두고서 그것을 ‘남용’한 건지를 분별할 필요가 있다. 개성이라는 것은 정말 위험한 요소다. 자칫하면 거기에 얽매인 나머지 다른 기능들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즈를 연주하는 사람이라면 즉흥적 창작의 재미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자신이 최대한 많은 갈래의 선율을 어려움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악기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민속 악기를 활용하는 일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효과 또한 명확해야 하리라. (대부분의 경우에 재즈를 연주하기에는 태평소와 장구보다는 색소폰과 드럼이 낫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블랙스트링은 액트의 가이드와 의도를 잘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액트 레이블의 소속 뮤지션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들의 민속을 표현해왔지만, 그것이 액트가 추구하는 색깔을 벗어나거나 음악이 만들어내는 생생한 꿈을 방해할 정도로 우선순위를 가로채지는 않았다. 액트는 민속과 개성을 추켜세우기보다 그 레이블 안에서 통일된 음악적 디테일, 자유로움, 재미에 많은 공을 들인다. 블랙스트링 역시 한국 전통음악에 기반을 두면서도 때로 서구적인 재즈 사운드로 빛을 내는 경우가 많다. 선곡은 또 얼마나 영리한가. 남아메리카를 소재로 한 ‘Surena’와 고대 중동아시아의 신비를 탐험하는 듯한 ‘Hanging Gardens Of Babylon’은 이국의 테마와 거문고가 얼마나 위화감 없이 녹아드는지 보여주는 곡들이다. 라디오헤드의 ‘Exit Music (For a Film)’에선 록 음악과 전위적인 사운드가 담겨 있다. 많은 록 레퍼토리 중에서도 한국 정서에 알맞기로 유명한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가져온 것 또한 밴드의 정체성에 관해서 고민한 흔적이라 할 수 있겠다. 블랙스트링이 ‘한국 음악을 살리는 밴드’가 아니라 ‘경계를 허무는 재즈 밴드’로서 지금처럼 활약하기를 필자는 바라고 있다. 우리 민속 악기의 활용에 대해 고민이 많은 지금은 이러한 접근 방식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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