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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송영주와 써니킴, 두 사람이 선보이는 특별한 헌정  
제목 [기획] 송영주와 써니킴, 두 사람이 선보이는 특별한 헌정   2019-06-17

박준우

사진 손승현


피아니스트 송영주와 보컬리스트 써니킴이 듀오 앨범 [Tribute]를 발표했다. 트리뷰트, 말 그대로 헌정의 의미를 담은 앨범. 이 두 재즈 음악가는 아름다운 곡들을 작곡, 작사한 여성 음악가들의 곡을 연주하고 노래했다. 그 사이에는 자신들의 자작곡도 함께한다. [Tribute]는 어떤 음악, 어떤 의도가 담긴 작품일까? 음악계의 여성과 페미니즘에 관한 책 <노래하는 페미니즘>을 집필한 박준우 음악평론가가 그들에게 질문을 건넸고, 그에 대한 대답들을 참고해 본 기사를 작성했다. _편집부




2019년, 여성 음악가의 유산을 모아 꺼내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송영주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보컬리스트 써니킴이 새 앨범 [Tribute]를 발표했다. 송영주는 한국인 최초로 블루노트 뉴욕에서 단독 공연을 한 바 있으며, 한국대중음악상 3회 수상은 물론 다양한 다른 장르 음악과도 협연하고 편곡하며 연주로 호흡을 맞춰왔다. 써니킴은 한국인 최초로 뉴포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섰으며 지금은 호주의 멜버른 음대 교수로 있다. 해외에서 더욱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앨범은 세계 재즈의 날인 4월 30일에 발표되었으며, 두 사람은 “쉽지 않은 환경 속,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고민하고 만들고 연주하는 많은 젊은 음악인, 특히 자신의 음악적 꿈을 향해 좌절하며, 극복하며, 묵묵히 노력하고 있는 모든 여성 음악인들 및 신인 음악인들에게 바치는 헌정 앨범을 뜻하기도 한다”고 한다. 모든 수록곡이 여성 작곡가 또는 여성 작사가가 만든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써니킴과 송영주 두 사람이 재즈로 편곡하고 노래하며 연주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여성 음악가의 이야기를 담아낸 여성 음악가


우선 두 사람은 2013년부터 조금씩 이 앨범을 준비해왔다. 써니킴의 이야기에 따르면 처음에는 재즈 스탠더드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자신이 아끼는 스탠더드와 그 곡을 노래하고 연주했던 음악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가장 아껴왔던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애비 링컨(Abbey Lincoln), 니나 시몬(Nina Simone), 카멘 맥레이(Carmen McRae), 진 리(Jeanne Lee)와 같은 싱어들의 삶을 비롯해 그들이 즐겨 부르던 스탠더드, 그들이 작곡/작사한 곡도 살펴보게 되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동시대에 활동했던 여성 작곡가와 작사가들의 곡을 찾아보게 되면서, 써니킴은 그 많은 재즈 스탠더드곡 중 여성이 쓴 곡은 1%도 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 그는 얼마 되지 않지만 이들의 곡을 기념하는 작업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써니킴은 2013년 12월 공연문화 월간지 <씬플레이빌>과의 인터뷰에서도 “재즈가 대중적으로 꽃피었던 1940, 1950년대에 활동했던 여성 뮤지션들의 삶은 너무 열악했다. 가족 중에 음악을 하는 사람이 없으면 여성은 거의 재즈를 시작할 수가 없었다. 작곡에도 재능이 있었던 베시 스미스(Bessie Smith)의 경우 미국 투어 공연을 했을 때, 호텔에 머물 때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흑인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단다”고 과거의 상황을 설명한 바 있다.



써니킴은 “초기 재즈부터 현대 재즈까지 재즈 역사 속에는 여러 뛰어난 여성 아티스트들이 활동해왔다. 이번 앨범에서는 우리가 사랑하는 재즈 스탠더드 레퍼토리에 공헌한 여성 창작가들의 작업을 중심으로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앨범에 실린 곡을 살펴보자. ‘Willow Weep For Me’는 앤 로넬(Ann Ronell)이라는 작곡가가 직접 작사까지 한 곡이다. 앤 로웰은 작사, 작곡이 모두 가능한 음악가였고 훗날에는 많은 뮤지컬과 영화의 음악을 담당하는 등 많은 활동을 했지만, 정작 이 곡은 여성이 썼단 이유로 많은 퍼블리셔들에게 거절당했다. 그러나 이 곡은 발표 직후부터 지금까지 긴 시간 사랑을 받고 있다. ‘A Case Of You’는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곡이다. 조니 미첼은 긴 시간 뛰어난 작품을 선보였고, 지금까지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Exactly Like You’는 뮤지컬 작사가로도 유명한 도로시 필즈(Dorothy Fields)가 쓴 곡이다. 도로시 필즈는 당시 최고의 뮤지컬 배우이자 프로듀서인 류 필즈(Lew Fields)의 딸로 태어났지만, 정작 류 필즈는 딸이 배우가 되려고 하지 않자 앞길을 막기도 했다. 결국 도로시 필즈는 강사, 연구소 조교 등의 일을 하다 이후 몇 작곡가의 눈에 띄어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The Peacocks (A Timeless Place)’는 영국의 보컬리스트이자 작사가인 노마 윈스턴(Norma Winstone)이 선보였던 곡이다. 노마 윈스턴은 EBS <스페이스 공감>에도 출연한 바 있다. 재즈 역사 전체로 보아도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프리 재즈와 같은 보컬리스트로서의 즉흥연주는 물론, 편안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Close Your Eyes’는 버니스 펫케어(Bernice Petkere)의 곡이다. 다섯 살 때부터 연예계에서 일하기 시작한 그는 이후 정식으로 노래를 배웠고 피아노를 독학했다. 음악 퍼블리싱 회사에서 피아노 치는 일로 시작하여 19세 때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지만, 첫 곡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앨범의 마지막 곡 ‘The Shining Sea’는 페기 리(Peggy Lee)의 곡이다. 페기 리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노스다코타의 로컬 라디오 방송에서 노래를 불렀고, 17세에 집을 나와 LA로 향하며 자신의 발로 직접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의미 이상으로 의미 있는 두 사람의 연주와 호흡


이처럼 이번 앨범에 수록된 열 곡은 모든 곡이 여성 작곡가 또는 작사가가 만든 곡이다. 여기에 송영주와 써니킴의 자작곡도 각각 두 곡씩 포함되어 있다. 우선 송영주가 쓴, 가사는 없지만 보컬과 피아노가 함께 진행하는 ‘York Avenue’, 그리고 가사가 있는 ‘Walk Alone But Not Alone’ 두 곡은 송영주와 써니킴이 공연 때 자주 호흡을 맞춘 곡이다. 두 사람은 최근 몇 년 동안 듀오로 공연을 여러 번 했다고 하며, 그러한 공연이 계기가 되어 이 앨범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써니킴이 쓴 ‘Scar (상처)’라는 곡은 여성 시인 윤홍조의 시 <상처>의 일부분을 가사로 하여 작곡한 곡이다. 여러 해 전 그는 현대무용가 김성용과 <디아스포라>라는, 재즈와 현대무용과의 접점을 탐구한 공연을 위해 한 시간 정도 분량의 작곡을 했었던 경험이 있는데, 그때 이 곡을 작곡했다.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한 윤홍조 시인의 시구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다른 한 곡은 써니킴이 십여 년 전 작곡했던 ‘You're To Keep’이라는 곡인데, 그가 다녔던 대학에서 작곡상을 받았던 곡이다. 몇 해 전 마음에 드는 가사가 떠올라 완성이 되었으며, 사랑의 연약함에 관한 노래라고 한다.



재즈 역사 속 ‘여성’을 기념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앨범은 전체가 피아노와 보컬의 듀오 편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가지 소리만으로 앨범을 채운다고 해서 여백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오히려 써니킴의 깊이 있는 보컬은 송영주의 서정적이면서도 풍성한 느낌을 주는 연주와 만나 편안함을 주는 동시에 감동을 전달한다. 정적인 진행을 유지하는 가운데 그사이 사이에 나지막하면서도 역동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며 앨범은 간결하면서도 높은 완성도를 획득한다. 두 가지 소리만으로 채우는 곡과 앨범은 두 소리를 제외한 공간이 만들어낸 여백에서는 날카로움이나 긴장이 아닌, 듣는 이의 귀를 계속 잡아두는 힘이 있다. 곡을 풀어내는 두 사람은 끊임없이 호흡하며 스탠더드 곡이 지닌 아름다움은 물론 매력적인 재해석(혹은 창작)의 순간을 자아낸다.




직접 들은 앨범의 의미는


써니킴은 미국에서 활동하다 귀국한 2007년 이후, 송영주와 여러 차례 함께 작업할 기회가 있었다. 앨범으로 두 사람이 함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동안 듀오로, 혹은 다양한 편성으로 스탠더드곡과 자작곡을 함께 연주해왔다. 써니킴은 “항상 송영주 선배님의 음악적 비전, 그리고 음악에서 느껴지는 열정과 휴머니즘에 감탄해왔다”고 전했다. 이번 앨범은 의미 차원에서 지향하는 점이 뚜렷하다. 앨범을 만들 때 이러한 지향점을 음악으로써, 그리고 소리로써 어떻게 전달하고자 고민했는지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진정한 여성성이 무엇일까요? 저는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여성성이란 딥 리스닝(deep listening), 즉 ‘깊이 듣기’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이야기, 감수성, 표현 방법에 귀를 기울이고 나를 비우는 것, 나와 다른 것을 포용하고 안아주는 것, 또한 서로가 가진 장점을 사랑하고 부각시키는 것. 이런 것들을 앨범에 담고 싶었습니다.”


그에게 앨범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물었을 때, 그는 말했다. “창작 작업을 한다는 것은 고되고 외로운 일입니다. 아무리 많은 재능이 있다고 해도 여러 삶의 여건들이 창작을 방해하곤 하죠. 우리는 우리에게 놓인 이 현실을 직시하고, 어떻게 하면 이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해야 합니다. 이 앨범이 창작에 대한 열정을 지닌 모든 이들에게 작은 힘이 되는 앨범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써니킴은 버지니아 울프의 책 <자기만의 방>의 일부를 인용했다. “개들이 짖을 것이고 사람들이 방해할 것이며 돈을 벌어야 하고 건강은 악화될 겁니다. 게다가 이 모든 곤경을 가중시키고 더욱 견디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세상의 악명 높은 무관심입니다... 여성들에게 이러한 시련은 무한히 가중된다고 나는 텅 빈 서가를 보며 생각했지요.”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환경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 1929년이다. 2019년인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조금 개선되었을지는 몰라도 버지니아 울프가 이야기했던, ‘여성으로서 자기 작품을 만드는 것의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송영주와 써니킴, 두 사람은 멋진 작품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여성 재즈 음악에 있어 새로운 계보를 찾아냈으며 많은 여성 음악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음악가가 등장할 것이고,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음악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앞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할 멋진 두 사람을 응원하며, 지금 활동하고 있는 모든 여성 음악가가 좀 더 합당한 주목과 비평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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