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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피아니스트 타렉 야마니  
제목 [인터뷰] 피아니스트 타렉 야마니   2019-05-31

인터뷰 김충남


아랍과 재즈의 어법이 하나 되는 순간

타렉 야마니


한국-아랍소사이어티에서 주최하는 아랍문화제가 올해로 제12회를 맞이하게 됐다. 이번 공연에는 모로코 출신의 보컬리스트 움(OUM)과 레바논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 타렉 야먀니의 트리오가 참여한다. 국내에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타렉 야마니는 2010년 몽크 컴피티션 작곡 부문에서 우승하며 재즈계에 이름을 알렸고, 세계 재즈의 날 공식 콘서트에서 웨인 쇼터, 리처드 보나, 자키르 후세인과 연주했다. 아라비아 반도의 리듬과 재즈의 어법을 결합한 독특한 스타일로 재즈 씬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타렉 야마니. 첫 내한 공연을 앞둔 그와 유선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에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해온 건가요.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태어났을 때 레바논은 전쟁 중이었어요. 그래서 어려서 음악을 한다는 게 쉬는 일은 아니었는데, 부모님의 열정적인 지원 덕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피아노 선생님을 만나 음악을 배울 수 있었어요.




당시 배운 건 클래식 음악이었나요.

전쟁이 끝난 후에 음악원에서 클래식 음악을 본격적으로 배웠는데 10대 시절에는 솔직히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어 곧 관두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헤비메탈에 푹 빠져있었고 독학으로 일렉트릭 기타 연주와 작곡을 배웠어요.




그럼 재즈는 어떤 계기로 좋아하게 되었나요.

열여덟 살인가 열아홉 살 때 재즈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요. 당시 브라질 음악에 관심이 있어 기타로 연주하곤 했는데 어느 날 음반 가게에 들렀다가 재즈라고 적힌 음반 코너에서 우연히 한 재즈 앨범을 듣곤 깜짝 놀랐어요. 볼륨을 높여서 들으면서 속으로 ‘와, 정말로 끝내주네. 도대체 이게 무슨 음악이지?’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앨범이었나요.

허비 행콕의 [The New Standard]였어요.




'세계 재즈의 날' 행사 때 허비 행콕을 만났을 텐데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나요.

(웃음) 아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그리고 나서 재즈에 빠진 건가요.

맞아요. 앨범을 구입해서 듣고, 열심히 채보하면서 연습했어요. 재즈에 관심을 가지면서 기타를 접고 다시 피아노를 연주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1999년 당시 레바논에는 재즈를 가르쳐줄 선생님이 없었고, 오늘날처럼 유튜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죠. 그래서 결국 모든 걸 혼자 배워야만 했어요. 음반을 열심히 듣고 책을 통해 배웠어요. 특히 마크 레빈(Mark Levine)의 <재즈 피아노 북>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다행히도 당시 베이루트(레바논의 수도)는 전쟁이 끝나고 삶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부분에서 좋아지고 있었어요. 쿠바 음악, 브라질 음악 등이 연주되었고 로컬 음악 씬이 형성되었죠.




2005년 네덜란드로의 유학은 어떻게 결심하게 된 건가요.

레바논이란 국가에서 벗어나 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재즈를 배우고 싶기도 했고요. 물론 당시 레바논의 상황이 영향을 끼치기도 했어요. 2004년과 2005년을 거치면서 폭탄 테러로 총리가 사망하고 각종 테러가 발생하는 등 레바논이 또 다시 혼란에 빠졌어요.




네덜란드 흐로닝헌에서 공부한 거로 아는데 유학생활은 어땠나요.

매우 좋았어요. 제가 정말 원하는 삶이었죠. 너무도 아름다운 학교였고 좋은 친구들을 만났어요. 그중에는 홍경섭, 이지연, 이철훈과 같은 한국 연주자들도 많았어요. 4년간 오롯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연습도 많이 했고 음악적으로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러고 미국으로 간 건가요.

아니에요. 네덜란드 유학을 마치고 일단 레바논으로 돌아갔어요. 물론 다음 단계로 뉴욕을 생각하곤 있었지만 언제 가야지라고 정한 건 아니었어요. 우선은 레바논에서 때를 기다리기로 했었죠.




2010년 몽크 컴피티션 작곡 부분에서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때도 레바논에 있었나요.

맞아요. 대회 소식을 듣고 지원을 결심했어요. 2010년에는 보컬 부분 경연이라 보컬을 중심에 둔 작품을 만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보컬리스트 라샤 릭(Rasha Rizk)을 초대해 ‘Sama’I Yamani’를 만들었어요. 사마이(Sama’i)는 아랍 리듬의 이름으로, 'Sama'I Yamani'는 사마이 리듬을 이용한 곡이에요. 우승 상금으로 만 달러가 생겼고 몽크 컴피티션 우승자라는 타이틀이 생기자, 먼 미래의 일로 생각했던 뉴욕에서의 삶의 현실로 다가왔어요. 2011년 미국으로 이주했죠.




2012년 첫 재즈 데이 행사에 참가했어요. 당시 단 한 장의 앨범도 발표하지 않았던 거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 행사에 참가하게 된 건가요.

실은 제 첫 앨범 [Ashur]의 발매일이 2012년 4월 30일, 그러니까 세계 재즈의 날이에요. 우선 몽크 컴피티션 우승 경력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알다시피 재즈의 날 기획을 델로니어스 몽크 재단이 맡고 있고, 이들이 저를 추천한 거로 알고 있어요. 또한 전 세계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아랍 국가들에 재즈를 홍보하기 위해서도 이 지역 출신의 뮤지션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2011년부터 지금까지 8년간의 뉴욕 삶은 어떤가요.

한마디로 놀랍고 도전적이에요. 매일 밤 잼이 벌어지고 최고 중의 최고 뮤지션들을 매일 만날 수 있어요. 물론 물가가 비싸고 도시가 더럽고 대중교통도 불편하고 여러 가지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을 좋아해요.




아랍 음악과 재즈와의 결합에 대해 언제부터 관심을 가진 건가요.

재즈를 시작하면서부터 항상 이 부분에 관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퓨전이란 미명 아래 어설프게 시도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랍 음악과 재즈 양쪽 모두를 완벽하게 이해해야만 이 만남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선 재즈에 집중했어요. 재즈를 정말로 잘 이해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10년간 재즈에만 집중하였고 이제 재즈를 이해할 수 있으니 아랍 음악을 해보자고 결심한 게 2010년이었죠. 그래서 만든 첫 작품이 바로 몽크 컴피티션에서 우승을 차지한 ‘Sama’i Yamani’예요.

양쪽 음악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게 우선이고, 그 다음에 이 두 음악을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조화시켜야 비로소 성공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전 아직도 날마다 아랍 음악에 관해 공부하고 있어요. 아랍 음악은 매우 방대하고 깊기 때문에 많은 연습이 필요해요. 그리고 제 작품에서도 재즈 화성과 아랍 음악의 결합이 점점 깊어짐을 느끼고 있어요.




다음 앨범은 언제 발매 예정인가요.

다음 앨범에 실릴 작품들은 모두 작곡했어요. 아마도 올여름에 녹음해서 겨울쯤에 발매될 듯해요. 트리오 편성의 작품들로 제가 피아노, 키보드, 신시사이저를 연주하고, 여기에 콘트라베이스와 드럼이 함께합니다.




뉴욕에 뛰어난 연주자가 많지만 당신의 음악을 연주할 뮤지션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뉴욕에는 정말로 대단한 뮤지션들이 많아요. 하지만 우선 제 음악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연주자들을 신중히 고르는 편이에요. 가령 앨범에도 참여했던 드러머 존 데이비스 같은 경우는 누구보다도 제 음악을 잘 이해하는 편이죠.




예전에 베이시스트 이준삼과 아리랑을 연주한 거로 아는데.

아리 호닉과 함께 트리오로 연주했는데 이준삼이 편곡한 아리랑은 정말로 완벽했어요. 아시아 정서의 멜로디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재즈 뮤지션들이 편하게 연주할 수 있었죠. 그래서 이번 아랍문화제 때도 한국 팬들을 위한 깜짝 선물로 아리랑을 준비할 예정이에요.




당신과 같이 자국의 전통음악과 재즈와의 만남에 관심이 있는 뮤지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우선 언어를 완벽하게 알아야 합니다. 요리사가 요리법도 모르면서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없듯이, 문법도 모르면서 언어를 잘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억지로 양쪽을 붙이려고 하면 안 됩니다. 자연스럽게 서로 어우러질 때 음악은 자연스럽고 깊어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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