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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실예 네가드 [For You A Thousand Times]  
제목 [앨범 리뷰] 실예 네가드 [For You A Thousand Times]   2018-01-02


실예 네가드 [For You A Thousand Times]


지천명의 나이에 비로소 획득한 자유로움과 쓸쓸함


실예 네가드의 15번째 앨범 [For You A Thousand Times]는 2015년 발표한 앨범 [Chain Of Day] 이후 2년 만에 발표한 앨범이다. 사랑과 희망을 주제로 한 앨범이라고 소개되고 있는데, 가장 먼저 감탄을 자아내는 점은 50세를 훌쩍 넘어가는 그녀의 목소리가 여전히 소녀적인 담백함과 북유럽 특유의 신비로움이 성공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엄청난 관리가 수반되었음을 방증하는 점에서 새삼 경외감마저 생긴다. 이번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준급의 객원 연주자들이 그녀를 받쳐주고 있는데, 특히 ‘대세 트럼페터’인 마티아스 아익의 참여가 눈길을 끈다.


하지만 솔직히 실토하자면 나에게 실예 네가드는 애증의 존재다. 재즈와 팝을 함께 다루는 가수라고 우리에게 소개가 되었듯, 그녀의 음악은 재즈와 팝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완벽한 균형감을 유지해 왔다. 분명 아름답고 투명한 북구의 아우라가 전달되는 점에서는 ‘애’이지만, 궁극적으로 재즈의 테두리에서 그 매력의 비결을 끌어내고자 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증’의 존재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 재즈 세션과 더불어 훌륭한 앙상블을 구사하지만 동시에 다른 질감과 접근법을 통해 새로운 이디엄으로 이행해나가는 것은 당혹스러우면서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것은 요즘 재즈 씬에서 흔히 얘기하는 장르간 퓨전 혹은 하이브리드와도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렇게 그녀의 음악은 독특하지만 기존 재즈를 평가하는 잣대가 잘 들어맞지 않았는데, 특히 이번 앨범이 더욱 그러하다. 음악적 전성기에 해당하는 2000년대 초반의 앨범인 [Port Of A Call]이나 [At First Light]에 비해서도 한발 더 팝에 가까워졌다. 게다가 시간이 침투한 것처럼 살짝 낡고 빛바랜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고 이 앨범에 박한 평점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쩐 이유일까?




어쩌면 이런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50세를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라는 의미에서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하는데, 세상의 구속과 규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그녀의 변화나 결심은 외부의 요인이 아닌 내부, 특히 본인 자신의 목소리와 염원에 귀를 기울이게 되며 생긴 것이 아닌가 추측하게 된다. 즉, 스스로의 목소리와 철학 속으로 점점 침잠해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재즈보다 가벼우면서 대중에게 쉽고 친절하게 다가가는 정서의 뒤편에는 역설적이게도 독거와 혼술을 마다하지 않는,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중년의 무게감과 쓸쓸함이 함께 배어난다. 재즈다 팝이다 애써 논쟁을 벌이려는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한껏 자유로워진 의연함도 엿보게 된다. 그래서 더욱 외롭고 사연 많은 사람들이 곁에 두고 오랫동안 곱씹으며 위로받을 수 있는 음악, 밤에 눈감고 조용히 전쟁 같았던 하루의 스트레스를 달래고 싶을 때 함께 할 수 있는 음악이리라. 모쪼록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품 같은 선물로 남을 수 있게 되길 소망해 본다.


★★★




허재훈 | 재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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