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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요하임 쿤 [Touch the Light]
제목 [리뷰] 요하임 쿤 [Touch the Light] 2021-07-26


글 신샘이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수확한 음악가의 영혼 한 조각


‘지금, 그리고 여기’에 집중하며 사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해온 게 있는 데(과거)에 집착하거나, 계획을 세우는 데(미래)에만 집중하다 보면 현재를 그저 흘려보내는 경우가 생긴다. 어쨌거나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깨닫게 해준 지혜가 있다. 우리의 계획대로 모든 게 되지 않는다는 것과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젠 70대 중반이 된 독일의 피아노 거장 요아킴 쿤이 피아노 발라드 앨범이 발매했다. 그가 온전히 현재를 살기로 했기에 나온 결과이기도 하다. 그는 처음 액트 레이블의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지기 로흐가 재해석한 발라드 앨범을 제안했을 때 썩 내키지는 않았다고 한다. 90살이 되면 해보겠다는 장난 섞인 대답으로 거절을 대신했다.

아마 두 가지 생각이 요아킴 쿤의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벌써 이런 실험적이지 않은 앨범을 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55년의 세월 동안 새롭고 도전적인 음악을 해온 자신의 과거가 떠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금방 고민을 끝냈다. 그리고 스페인 이비사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녹음을 해보기로 한다. 자신과 인연이 깊거나 긴 울림을 줬던 곡들을 고르고, 여기에서 어떤 느낌을 받을 때마다 바로 테이프에 녹음했다. 15개월에 걸쳐 40곡을 만들었고, 그중 13곡을 고른 게 바로 [Touch The Light]이다.

제목의 의미는 첫 곡 ‘Warm Canto’를 듣다 보면 추상적이게나마 느껴진다. 침잠하는 어두움이 아닌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려는 움직임 같은 게 말이다. 마치 달빛을 머금은 밤바다 같다. 칠흑같이 어둡지만 동시에 빚을 낸다. 이후 흘러나올 곡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하는 데 흠잡을 데 없는 오프너다. 두 번째 곡에서부턴 어둡고도 희망적인 이 오묘한 앨범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한 요아킴 쿤이 깊은 영향을 받은 베토벤의 교향곡 7번 ‘Allegretto’다. 가슴 아프지만 동시에 희망적인 느낌을 어둡고 멜랑꼴리한 곡으로 재해석했다. 



이 외에도 밥 말리와 웨일스의 역사적인 곡을 재해석한 ‘Redemption Song’, 프린스의 트랙을 리드미컬하게 살리면서도 끝까지 처연한 분위기를 잃지 않게 연출한 ‘Purple Rain’, 그리고 빌 에반스의 ‘Peace Piece’ 등이 있다. 한 장소에서 같은 피아노로 연주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음색을 빛과 어둠의 황홀한 결합으로 유지해나가는 그의 역량이 돋보인다. 

쓸만한 그릇을 얻기 위해서 은에서 찌꺼기를 제하라는 말이 있다. 요아킴 쿤은 현란함과 기교를 제하고 멜로디가 주는 즐거움을 남겨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했다. 이번 작품에 즉흥연주 같은 건 없지만 작업 과정은 그 본질을 닮았다. 사족을 덧붙일 새도 없이 내면에서 순수한 것을 꺼내는 작업. 그래서인지 [Touch The Light]에선 요아킴 쿤의 감정과 영혼이 깨끗하게 전해지는 것 같다. 90살이 돼서 만들었다면 전혀 같을 수 없는 지금, 그리고 여기에 있는 요아킴 쿤 자체를 느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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