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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크리스 포터 서킷츠 트리오 [Sunrise Reprise]
제목 [리뷰] 크리스 포터 서킷츠 트리오 [Sunrise Reprise] 2021-07-25

글 김현준


높은 효율의 압도적인 퍼포먼스


마일스 데이비스가 설파한 것처럼, 자신의 음악 경력을 정체시키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밴드에 ‘똘똘한 젊은이’를 과감히 기용하는 것이다. 물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거나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지 않더라도, 심지어 수십 년간 같은 자리에 머물더라도 늘 ‘죽이는 연주’를 들려주면, 그것만으로 족하다. 무릇, 과감한 실험을 벌이는 것보다 오래도록 최고 수준의 음악성을 유지한 채 한결같은 연주를 들려주는 쪽이 훨씬 더 어려운 법이다.


색소포니스트 크리스 포터(1971~)는 꽤 오랫동안 많은 선배에게 그 똘똘한 젊은이였다. 전통적인 모던 재즈의 어법은 물론이고 성패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 도발적인 실험의 장에서도 늘 제 몫을 해냈다. 사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우리는 그의 꾸준한 성장을 지켜봤고, 이젠 스스로 다음 세대를 이끄는 리더의 한 사람으로 또 다른 똘똘한 젊은이들과 선의의 경쟁 속에 연주를 벌이고 있다. 


2019년에 발표된 [Circuits]는 2000년대 후반 크리스 포터가 주도했던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연장 선상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한 아주 좋은 작품이었다. 그 앨범에서 다시 멤버를 추려 트리오로 재편된 ‘서킷츠’가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펄펄 살아 숨 쉬는 라이브의 질감으로 가득한 [Sunrise Reprise]를 발표했다. 크리스 포터의 양옆에서 그를 보좌한 인물은 오랜 벗인 드러머 에릭 할랜드와 건반 연주자 제임스 프랜시즈. 녹음은 팬데믹의 한복판에 서 있던 작년 가을, 하룻밤의 연주로 마무리됐다.


앨범은 연주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작곡이라기보다 모티프에 가까운 곡의 기초와 얼개가 준비됐고, 모든 곡을 원 테이크로 완성했을 법한 흐름이 생동감 있게 이어진다. 실제 연주된 순서와 앨범에 수록된 곡의 순서가 같은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자체로 쉼 없이 이어진 한 세트의 공연을 마주하는 듯하다. 서서히 힘을 모아 절정을 향해 발길을 딛는다. 잠시 서로의 감성을 여유롭게 나누더니, 문득 떠오른 목표를 향해 냅다 질주하는 사내들. 


[Sunrise Reprise]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에 높은 효율이 더해진 압도적 결과물이다. 에릭 할랜드의 믿음직스러운 ‘밀당’이 앨범의 호흡을 조율하는 가운데, 제임스 프랜시즈의 건반 연주는 크리스 포터에게 최상의 밑그림을 선사한다. 그는 최근 블루노트에서 발표된 인상적인 두 번째 앨범으로 재즈의 미래를 짊어진 존재임을 스스로 증명한 바 있다. 



근년 들어 여러 좋은 작품을 제작한 영국의 레이블 에디션(Edition Records)에 대해서도 특기할 필요가 있다. 봄에 발표된 그레천 팔라토의 앨범과 최근에 나온 베이시스트 데이브 홀랜드의 트리오 앨범도 이 레이블이 제작했다. 가을엔 커트 엘링의 새 앨범이 출시될 예정. 


[Sunrise Reprise]의 앨범 재킷은 크리스 포터 서킷츠 트리오의 지향과 사운드를 직설적으로 그렸다. 지평선을 뚫고 떠오르는, 전자회로로 가득 찬 태양. 팬데믹의 끝이 머지않았다고 하면 너무 이른 기대일까.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와 무관하게, 음악만 보면 이미 많은 준비가 이루어진 듯하다. 좋은 작품은 때로 현실을 잊게 한다. 혹은, 그 현실이 좋은 작품을 낳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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