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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윱 반 라인 [Blow Out]
제목 [리뷰] 윱 반 라인 [Blow Out] 2020-11-03


조원용


외유내강 훵크 그루브


2018년, 윱 반 라인은 트리오 앨범 [Trust]를 발매했을 때 즈음 행한 인터뷰에서 다음 프로젝트로 그루브가 느껴지는 훵크를 준비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 방향성은 조금씩 수정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훵크와 그루브라는 대전제를 충실하게 이행했다. 블로우 아웃(Blow Out)이라는 그룹으로 찾아온 이들은 트럼페터 윱 반 라인과 더불어 신예라는 타이틀을 넘어선 색소포니스트 송하철, 드러머 김영진, 그리고 피아니스트 전용준이다. 이들 중에서도 전용준은 윱 반 라인의 첫 정규 앨범 [Paper Planes]부터 줄곧 그의 앨범에 참여하여 음악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윱 반 라인의 연주는 듣기에 난해하거나 어려운 어법으로 말을 거는 성향과는 거리가 있다. 뭉근한 음색으로 곡을 덥혀 그 온기로 음악을 진행시키는 쪽에 가깝다. 트럼펫이라는 악기가 가진 날카로운 명징함보다는 뚜렷한 프레이즈를 기반으로 한 조용하고 차분한 음색이 그를 대변한다. 강렬한 스캣과 애드리브를 구사하는 보컬리스트가 아닌 낮고 포근한 음색의 크루너처럼. 어쿠스틱한 측면을 가지고 있는 그의 연주가 이번에는 좀 다르게 들린다. 기존에 윱 반 라인의 연주를 들어온 청자라면 싱글로 먼저 발매된 ‘Bikers Blues’를 재생하자마자 아마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블루스 리듬이 전면에 나왔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신시사이저 같은 전자악기 소리가 그의 음악에서 들린다는 게 적잖이 생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낯선 정서를 송하철이 말끔하게 걷어낸다. 윱 반 라인과의 하모니에 이어지는 즉흥연주는 차라리 능청스럽기까지 하다. ‘일단 한 번 들어봐~’하고 얘기하는 솜씨가 좋은 이야기꾼에 버금간다.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싱글로 먼저 나온 또 다른 곡 ‘Splish Splash’에서도 변함없이 그 기조를 유지한다. 비 오는 날이라는 흐릿한 분위기를 윱 반 라인이 제시하면 송하철은 빗방울이 구분 없이 모든 세계를 적시는 것처럼 멜로디를 확장시킨다. 곡 후반부 리프에서 김영진은 폭우와 같은 드러밍으로 비 오는 공간을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점을 획득한다. 이로써 한 곡이 완결성을 얻게 된다.



이 앨범에서 윱 반 라인이 기존의 스타일을 무조건적으로 벗어버리고 음악적 형태를 완전히 일신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은 강박적 새로움으로 두껍게 채색된 것이 아니라 조금은 다른 어법으로 기존에 하던 이야기를 하는 것에 가깝다. 마치 장편소설을 주로 쓰던 작가가 단편 소설집은 낸 것과 같이. 하지만 좋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가가 조금 다른 형태로 글을 쓴다고 해서 그 글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듯 이번 앨범은 윱 반 라인과 블로우 아웃의 새로운 음악적 방향성을 모색하는데 바로미터가 될 만한 작업이다. 이를테면 ‘Booga Looga’에서 윱 반 라인은 플루겔혼으로 자기 특유의 무드를 배제하지 않고 아울러서, 송하철의 모던하고 진득한 라인, 김영진의 가볍게 튀는 리듬과 전용준의 번뜩이는 키보드/신시사이저 연주와 함께 그들만의 라틴, 그들만의 훵크를 멋지게 선보인다.


마지막 곡 ‘Epilogue’는 키보드와 트럼펫 듀오의 미니멀한 구성에 윱 반 라인 특유의 차분한 정서로 앨범을 마무리한다. 이를 통해 다시금 그의 음악적 성향을 확인시켜주고, 겉은 부드러우나 속은 독자적인 이야기로 들어찬 앨범이 나왔음을 착실히 얘기한다.  

첨부파일 SNS_리뷰 썸네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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