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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칙 코리아 [Trilogy 2]  
제목 [리뷰] 칙 코리아 [Trilogy 2]   2019-11-28

낯선 청춘


현존 최고라 할 수 있는 극강의 트리오 연주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는 현재 우리 나이로 79세이다. 나이로 보면 분명 그는 노장이다. 그러나 나이와 상관없이 그는 20대의 젊은 연주자들 이상으로 세계 곳곳을 다니며 왕성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것은 육체적인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본다면 그는 20대보다 더 창조적인 삶을 살고 있다. 솔로부터 그룹까지 다양한 편성을 오가며 퓨전, 라틴, 포스트밥, 자유즉흥연주 등 다채로운 음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게다가 그 결과물들은 모두 뛰어나다.


여럿의 자아가 있는 듯 넘치는 창작력으로 폭넓은 활동을 펼치는 노장 연주자는 이제 그가 유일하지 않나 싶을 정도다. 비슷한 경우로 키스 자렛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재 그는 활동 범위가 줄어든 상황이다.


이렇게 폭넓은 활동 속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피아노 트리오 연주였다. 1970년대 초반 데이브 홀랜드(베이스), 배리 앨철(드럼)과의 트리오 연주, 1980년대 후반 존 패티투치(베이스), 데이브 웨클(드럼)과의 트리오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인 트리오 활동을 펼친 적이 없다. 왕성한 창작력과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새로운 멤버 구성으로 연주 활동을 더 많이 즐겼다. 2008년 다섯 개의 트리오 편성으로 다섯 장의 앨범을 녹음해 한번에 발매한 [Five Trios]가 대표적이다.


그런 중 베이시스트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와 트리오를 이루어 펼쳤던 공연을 세 장의 CD로 정리한 앨범 [Trilogy]는 현존 최고라 할 수 있는 밀도 높은 트리오 연주로 많은 재즈 애호가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재즈 록 퓨전 성향의 그룹 ‘Five Peace Band’의 공연을 통해 함께하게 된 후 칙 코리아는 이 두 연주자와 트리오를 이루어 2010년부터 꾸준히 활동을 해왔다 한다. 2014년에 발매된 [Trilogy]만 해도 미국, 스페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터키, 일본 등에서의 공연을 담은 것이다.


아무튼, 이 트리오의 연주가 너무나 매혹적이었기에 아마도 많은 애호가는 이 트리오의 새로운 앨범을 기다렸을 것 같다. 이번 앨범은 그 기다림에 대한 5년 만의 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번 앨범에서도 트리오는 극강의 호흡으로 절로 최고다! 라고 탄성을 지르게 하는 연주를 들려준다. 이번에도 미국, 이탈리아, 스위스, 캐나다, 일본 등에서 가졌던 열 개 공연에서 한두 곡씩만 선별해 정리한 것들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이번에는 두 장의 CD에 ‘La Fiesta’를 비롯한 칙 코리아의 대표곡과 스탠더드곡 그리고 마일스 데이비스, 델로니어스 몽크 등 선배 연주자들의 곡까지 모두 열두 곡을 담았다. 그리고 이 곡들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연주했다. 그렇기에 빈틈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 칙 코리아 특유의 달변가 같은 화려한 음들의 사용이 어지럽지 않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이 피아니스트를 비롯한 세 연주자가 어떤 특별한 서사를 구사하려 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 연주자는 순수하게 음악적 가능성, 그러니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선택이 가능하고 확장이 가능한 음들을 직관적으로 선택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서사를 연상시키는 프레이징의 역동적 물결은 이를 통해 만들어진다.


크리스찬 맥브라이드와 브라이언 블레이드 또한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전체 사운드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단순히 리듬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화음을 넣는 것 같다 싶을 정도로 피아노의 진행에 절묘하게 어울린다. ‘All Blues’, ‘Now He Sings, Now He Sobs’ 등에서의 총체적인 연주는 트리오의 전방위적 어울림의 좋은 예다. 키스 자렛 트리오가 역사 속으로 물러난 후 그 빈 자리를 대체할 만한 어울림이자 연주이다.


재즈는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래서 연주자들의 이합집산이 잦지만 그렇다고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하면서 스타일을 발전시키고 더욱더 밀도 높은 연주를 펼치는 것을 무시하면 안 된다. 칙 코리아의 이번 트리오가 이를 증명한다. 원래 ‘Trilogy’란 제목은 첫 앨범이 세 장으로 구성되었기에 붙인 이름일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앨범이 나왔다. 이제 ‘Trilogy’의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새로운 앨범 하나가 더 필요하다. 부디 그렇게 되기 바란다. 나아가 ‘Quatrology’, ‘Quintrology’로 이어가기를 바란다.


★★★★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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