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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2016년, 비욘세의 해  
제목 [트렌드] 2016년, 비욘세의 해   2016-10-10


2016, 비욘세의 해

 

지난 달 말 MTV가 주관하는 뮤직비디오어워즈(이하 VMA)가 열렸고, 올해의 비디오를 비롯해 총 여덟 개 부문을 비욘세가 싹쓸이했다. 마땅히 적수가 없기도 했지만, 어쩐지 내년 그래미어워즈에서도 그녀는 꽤 많이 호명될 것 같다. 올해 비욘세는 가장 뜨거운 해를 보내고 있다.

 

사실 나는 올해 시상식에서 보여준 15분짜리 무대가 약간 싱겁게 느껴졌는데, 변함없이 흠잡을 것 없는 수준급 라이브에 이제는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신곡 ‘Formation’을 올 초 슈퍼볼50 하프타임 무대에서 이미 선보였던 까닭도 있을 것 같다. 몇 번을 돌려봤을 만큼 퍼포먼스 자체가 압도적이기도 했고, 거기에 비욘세는 흑인 인권에 대한 확고한 입장까지도 녹여 추가 논의까지 만들어냈다.

 

연초부터 요란하게 복귀한 그녀는 몇 달 있다가 제대로 성과를 터뜨렸다. 4월 발표한 6 [Lemonade]는 이미 올해의 앨범 감이다. 비욘세 이력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으로 손꼽을 만하다. 게다가 영상에도 굉장한 힘을 실었다.

 

 


60분짜리 드라마

 

비욘세의 [Lemonade]는 제임스 블레이크, 켄드릭 라마, 위켄드, 잭 화이트 등이 참여해 수준 높은 개별곡을 꽤 많이 쏟아낸 앨범이기도 하지만, 진짜 야심은 다른 데 있다. [Lemonade]는 콘셉트 앨범으로, 선택한 주제는비주얼 앨범이다. 앨범 발매 시기 관련이 있는 뮤직비디오를 쭉 붙여 60분짜리 영상을 함께 공개했는데, 각각의 영상에는 직관, 부정, 분노, 무관심, 공허, 의무, 개혁, 용서, 부활, 희망, 구원 등의 관념적인 제목이 달려 있다. 어느 문학가의 시와 수필이 드문드문 내레이션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만큼 작품성에 공을 들였다는 얘기로, 60분짜리 풀 버전은 4 HBO를 통해 공개됐고 국내에서도 한 케이블 채널이 자막을 붙여 내보냈다. 영상의 제목도레모네이드. 그리고 이레모네이드 VMA의 장편 비디오 부문을 가져갔다.

 

이건 MTV 입장에서도 높이 살 만한 프로젝트다. 아주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음악과 영상을 함께 전달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뮤지션은 어쨌든 있다. 같이 후보에 올라 경쟁하던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은 새 앨범 발표와 함께 무려 아홉 개의 챕터로 구성된 초현실적인 작품을 내놨고, 역시 후보로 올랐던 트로이 시반은블루 네이버후드 트릴로지라는 제목으로 어린 시절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세 편의 연작 드라마를 완성했다. 더 큰 스케일로 승부수를 띄운 비욘세의레모네이드풀 버전은 춤으로 모든 걸 끝내는 ‘Single Ladies’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이따금 비욘세가 방망이를 들고 눈에 보이는 걸 후려치는 파격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호흡이 길고 내용이 무거운 드라마의 연속이라 아이폰 세대에게 적절한 콘텐츠가 아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했다. 할 말이 있고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으니까 했다.

 

 


블랙 라이브스 매터

 

비욘세의 싱글 ‘Formation’은 올 초 느닷없이 튀어나왔다. 철저한 보안 유지에 성공한 덕에 아무런 예고 없이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을 통해 2 6일 무료 다운로드 버전의 싱글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으며, 다음날 슈퍼볼 무대로 갔다. 그렇게 공개한 ‘Formation’은 비욘세 자신이 얼마나 잘난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과시하는 전형적인 스웨거형 노래로, 자신을 흑인 빌 게이츠라고 표현하는 대목까지 나온다. 그렇게 건들건들하면서 비욘세는 가족 전체를 가사에 동원한다. 자신의 뿌리로부터 얻는 자부심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아빠는 알라바마 출신, 엄마는 루이지애나 출신, 그리고 난 흑인과 크리올 혈통이 섞여 태어난 텍사스 출신의 흑인이지.” “내 아이의 아프로 헤어를 나는 좋아해.” “잭슨 파이브와 같은 콧구멍, 그런 내 코를 나는 좋아해.”

 

멜리나 맷소카스(그녀는 2007년부터 비욘세와 함께 지속적으로 작업해온 감독이다)가 연출한 뮤직비디오는 보다 구체적인 현장으로 간다. 실제 촬영지는 캘리포니아이지만, 홍수로 마을이 다 잠긴 10년 전의 뉴올리언스를 담았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경찰의 안이한 대처를 논하고자 함이다. 마틴 루터 킹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 블랙 프라이드 거리시위, 그리고 벽면에 스프레이로 쓰인 ‘Stop Shooting Us’(쏘지 마세요) 같은 화면들이 비욘세와 안무팀의 위협적인 댄스 사이사이로 짧고 강렬하게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경찰 차량과 함께 비욘세가 침몰하면서 끝난다. 흑인 밀집 구역에서 일어난 참사 이후 공권력의 실패한 대응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런 비욘세의 ‘Formation’ VMA의 여섯 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올해의 비디오를 비롯해 최우수 연출상, 편집상, 예술상 등 주요 부문을 다 가져갔다. 이미 올 6월 흑인음악 시상식 BET어워즈에서도 상패 세 개를 수상하면서 예고된 일이기도 했다. 시상식을 휩쓴 ‘Formation’은 결국 앨범의 얼굴이다. 앨범 속지에는 여인 네 명의 사진이 있다. 비욘세는 그녀들을 VMA에 다시 초대해 함께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그녀들에겐 똑같은 과거가 있다. 경찰의 무리한 총격으로 흑인 아들을 잃은 여인들이다. 여담으로 ‘Formation’이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에 공개되기 전날 타이달은 수익금 1,500만 달러를 흑인 인권 단체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타이달은 제이지가 운영하는 서비스고, 비욘세는 공동 소유주다. 그리고 신작의 비디오 대부분을 유튜브가 아닌 타이달을 통해 공개했다.

 

변화가 따르려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또렷한 역할 모델이 있어야 한다. 비욘세는 이를 자처했고, 단순히 인지도와 유명세로만 뭉개지 않고 뛰어난 작품에 메시지를 실어 날랐다. 예상되는 어마어마한 지지와 함께 쏟아질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실행한 일이다. ‘Formation’의 메시지는 스포츠 중계 중에 터져 나왔다. 그날의 퍼포먼스 또한 흑인의 인권 문제를 공격적으로 다뤘다. 취지가 좋다 해도 판을 잘못 골랐다는 평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결정이었다. 올림픽이 늘 우려하는 것처럼 북미의 대표 운동회 슈퍼볼 또한 마찬가지로 정치적 입장과 거리를 두길 원한다. 비욘세는 거기서 경찰까지 깠다. 실제로 뉴욕 전 시장은 슈퍼볼 공연을 두고그녀의 정치적 신념에 동의할 수 없고,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을 보호하는 경찰을 공격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여왕의 결정

 

화끈한 퍼포머에서 유색인종을 대표하는 메신저로 넘어오는 과정이 사실 아주 깔끔하진 않다. 풀 버전 ‘Lemonade’의 티저 필름은 표절 소송이 따랐고(비욘세 법무팀이 승소했다), ‘Formation’의 뮤직비디오에는 다큐멘터리 [That B.E.A.T.]의 영상이 일부 쓰였는데 절차를 다 준수하긴 했지만 원작자가 원하지 않았던 결정이었다(원작을 존중하지 않는 제안이라 판단했다). 투자한 시간과 예산도 장난이 아닐 것이고 보는 눈도 많으며, 그런 대형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모든 의사소통이 일관된 방향으로 흘러가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원하는 비욘세가 도덕적으로 완벽한 캐릭터일까. 그녀는 여전히퀸 비로 통한다. 마리아가 아니다.




이민희 | 대중음악평론가

온오프라인 매체에 음악 관련 글을 쓰고 있다.

듣는 건 여전히 즐거운데 쓰는 건 여전히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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