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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빈스 과랄디 트리오 [A Boy Named Charlie Brown]  
제목 [기획] 빈스 과랄디 트리오 [A Boy Named Charlie Brown]   2016-07-08


빈스 과랄디 트리오

[A Boy Named Charlie Brown]


최근 스누피 커피우유가 화제다. 일반적인 우유팩에 담긴 커피우유인데, 표지에는 양손에 도넛과 커피잔을 들고 입맛을 다시고 있는 스누피의 귀여운 모습이 그려져 있다. 문제는 카페인 함량이다. 이 우유에 들어있는 카페인의 양은 237mg이다. 감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다른 카페인음료에 비교하자면, 에너지드링크 네 캔 또는 믹스커피 4백 잔에 이르는 엄청난 수치다. 이 우유를 마시고 심장박동수가 크게 증가했다거나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증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판매처에서도 경고문을 게시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른바 ‘악마의 음료’로 불리고 있다. 귀여운 스누피가 졸지에 악마로 몰리다니. 이에 불쾌함을 느끼는 이도 많을 것이다. 잘 모르는 말씀. 순박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사실 스누피는 악마다. 최소한 그의 주인 찰리 브라운에게만큼은 제대로 된 악마다.




천사와 악마를 오가는 강아지 스누피


우리가 흔히 스누피 만화로 알고 있고 이 프로그램의 공식 제목은 [피너츠]다. 주인공은 찰리 브라운이라는 꼬마와 그가 키우는 강아지 스누피다. 우리나라에선 스누피가 실질적인 주인공이자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탓에 작년에 개봉한 영화는 원제에는 있지도 않은 스누피의 이름이 들어간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주인공인 찰리 브라운은 참담한 인생을 사는 아이다. 그는 귀여운 동생과 개성 강한 친구들, 그리고 스누피를 애완견으로 둔 좋은 배경에서 자라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늘 불운이 잇따른다. 모든 것이 기대와는 반대로 흐른다. 연을 날리면 나무에 걸리고, 친구와 게임을 하면 어떻게 해서든 패배하는 ‘루저’다. 그에게 ‘머피의 법칙’은 확률과 관련된 이론이 아닌, 무조건적인 법칙이다. 스누피는 그런 점을 놓치지 않고 주인이 실패한 것을 그의 코앞에서 손쉽게 성공하며 약을 올린다. 잠자리가 불편하면 한밤중에 대문을 발로 차서 찰리 브라운을 깨우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급기야 주인의 침대마저도 빼앗아 버린다. 찰리 브라운은 늘 당하는 입장이다. 그러다가도 미안한 마음이 들면 찰리 브라운을 도와주기도, 응원하기도 한다. 그 마음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지만. 내가 앞서 말한 천사와 악마는 이 때문이다. 스누피는 주인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표하는 애완견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강아지다. 스누피의 초현실적인 상상력이라든지 통제가 불가능한 활동력은 카페인 고함량 커피우유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애니메이션 [피너츠]의 대성공


[피너츠]가 첫 선을 보인 것은 1950년 10월부터 일간지에 연재된 만화를 통해서였다. 여러 매체에 삽입이 되며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지금으로 치면 네이버 웹툰 정도의 위상이었던 것 같다. 60년대는 전성기라 할 만했다. 인기가 계속되자 영화 제작자 리 멘델슨은 [피너츠]의 만화가 찰스 슐츠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영상에 사용될 음악은 재즈 피아니스트 빈스 과랄디에게 맡겼다. 리 멘델슨이 택시 라디오에서 빈스 과랄디의 ‘Cast Your Fate To The Wind’를 듣고 그의 연주에 꽂혀 있었던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찰리 브라운이라 불리는 소년](A Boy Named Charlie Brown)이란 제목까지 지어놓은 상태였지만 방송이 되지는 못했다. 예상과 달리 방송이 틀어지자 아쉬움 때문이었는지 빈스 과랄디는 제목을 조금 바꿔 [Jazz Impressions Of A Boy Named Charlie Brown]을 발표했다. 아마도 그래미상을 받은 [Jazz Impressions Of Black Orpheus](1962)와 통일성을 주어 그 좋은 흐름을 이어가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방송에는 실패했지만 리 멘델슨은 이에 실망하지 않았다. 찰스 슐츠와 상의를 거친 끝에 [피너츠]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로 결정한 것. 약 15년 동안 지면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피너츠]가 1965년 12월 5일 CBS를 통해 최초로 방송됐다. 크리스마스 특집기획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이 애니메이션의 제목은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A Charlie Brown Christmas)였다. 음악은 다큐멘터리 때와 마찬가지로 빈스 과랄디의 몫이었다. [피너츠]의 상징이 된 ‘Linus And Lucy', 크리스마스 스탠더드로 자리 잡은 ’Christmas Time Is Here‘, 통통 튀는 경쾌함과 오락가락하며 하강하는 음이 인상적인 ‘Skating'이 삽입됐다. 대성공에 힘입어 [피너츠] 시리즈는 시리즈물로 제작되어 비정기적으로 방송되었다


이어서 리 멘델슨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로 결심한다.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것일까. 방영되지 못했던 다큐멘터리 [찰리 브라운이라 불리는 소년]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가 영화 제목으로 사용했다. 애니메이션에는 비단 빈스 과랄디의 연주곡뿐만 아니라, 주인공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어간 합창곡이라든지 오케스트라 스코어까지 다양한 종류의 음악이 삽입됐다. 공식 사운드트랙 앨범은 영화에 삽입된 빈스 과랄디, 로드 맥컨, 존 스콧 트로터의 곡들을 추려서 영화 방영 이듬해인 1970년에 발매됐다. 따라서 빈스 과랄디의 [A Boy Named Charlie Brown]은 본 영화의 공식 사운드트랙 앨범이 아니란 이야기가 된다. 빈스 과랄디의 앨범은 1963년에 방영될 뻔했던 동명의 다큐멘터리 사운드트랙 앨범 [Jazz Impressions Of A Boy Named Charlie Brown]의 1989년 재발매 앨범이다.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지 않은 탓에 동명의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인 것처럼 보이게 된 것뿐이다.




독립적인 작품으로의 매력


실제 영화 사운드트랙 앨범 여부를 떠나서 보더라도 앨범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리듬 섹션에 힘을 조금 많이 준 ‘Baseball Theme’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비중은 빈스 과랄디의 피아노 연주가 차지한다. 빈스 과랄디는 귀에 대번에 꽂히는 직선적인 멜로디를 연주한다. [피너츠] 시리즈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Pebble Beach’과 ‘Linus And Lucy’는 명랑하고 경쾌하다. 베토벤을 존경하며 피아노 연주에 빠져 사는 슈로더에게는 피아노 솔로곡 ‘Schroeder’을 테마곡으로 주었다. 찰리 브라운의 테마곡 ‘Charlie Brown Theme’은 특별한 분위기가 연출된다라기보단 일상적인 느낌이 강하게 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은 ‘Happiness Is’다. 우리말로 옮기면 ‘행복이란’ 정도가 될 듯하다. 종결되지 않은 이 제목은 사색적이란 느낌마저 준다. 당장 뛰노는 게 가장 중요한 어린아이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삽입곡으로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곡이 아닐까. 그런데 막상 음악은 약간 사색적이기는 하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순수하고 포근하다. 돌이켜 보면, 저 나이 때의 행복은 친구를 만나서 노는 것이나 갖고 싶던 장난감을 손위 쥐는 것 같은 사소한 것들이었으니,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저 아이들이 그리는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찰리 브라운에게 행복은 자신이 실패자라는 운명을 극복하고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것일 것이다.


1989년 재발매 과정에서 음반사는 [A Boy Named Charlie Brown]에 재즈 스탠더드 ‘Fly Me To The Moon’이 추가로 수록됐다. 빈스 과랄디가 사망한 게 1976년이니, 본 앨범의 재발매라든지 ‘Fly Me To The Moon’ 수록은 그의 의지와는 무관했을 것이다. 나는 이 곡을 수록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본다. 기존의 수록곡들이 공감하기 쉬운 멜로디 전달에 집중했다면, ‘Fly Me To The Moon’에서는 진중한 연주와 각자의 솔로에 집중했다. 맑고 투명한 기존의 곡들과 이질감이 너무 크다. 빈스 과랄디가 살아 있었더라면 새로 녹음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곡을 수록하게 두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작년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가 개봉하면서 새로운 사운드트랙 앨범이 발매됐다. [피너츠] 시리즈의 타이틀곡 ‘Linus And Lucy’를 비롯해 [A Charlie Brown Christmas]의 수록곡인 ‘Skating’과 ‘Christmas Time Is Here (Vocal)’이 수록됐다. 이 세 곡을 제외하면 모두 신곡이다. 뭔가 허전하다. 영화를 보면서도 계속 느꼈다. 3D로 모습이 변한 주인공들에게 빈스 과랄디 트리오의 연주는 그리 잘 어울리지 않았다. 빈스 과랄디의 연주는 기존 애니메이션에 대한 오마주 정도로만 느껴졌다. 그의 연주는 찰리 브라운이 만화 속의 모습처럼 2D였을 때 가장 잘 어울린다. 내가 찰리 브라운의 모습이 크게 ‘그려진’ [A Boy Named Charlie Brown]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류희성 | 월간 재즈피플 기자

여러 매체에서 음악과 관련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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