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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애시드 재즈는 존재하는가  
제목 [기획] 애시드 재즈는 존재하는가   2016-10-10


애시드 재즈는 존재하는가

 

애시드 재즈는 80년대 후반에 생겨난 하나의 장르 이름이다. 이 장르를 두고 재즈의 하위 장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분류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애시드 재즈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하며 자미로콰이를 듣지만, 어떤 이는 어스쓰리를 듣는다. 지금에 와서는 애시드 재즈가 다양한 느낌으로 해석되고, 장르의 세분화는 물론 여러 장르의 믹스가 자연스러운 일이 되면서부터 애시드 재즈는 누재즈, 일렉트로 스윙, 트립합, 재즈랩 등 많은 장르로 분화되었다. 또한, 일본에서도 애시드 재즈 계열의 음악이 성행했고, 라운지 음악 형성에도 영향을 주며시부야계라는 흐름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애시드 재즈는 과연 어떤 음악일까?



 

애시드 재즈, 그 탄생의 순간

 

애시드 재즈의 탄생 과정은 여러 생생한 증언들이 있지만, 대체로 두 가지 현상의 결과로 압축된다. 하나는 1980년대 존재했던 레어 그루브(60, 70년대 찾기 힘든 명반, 혹은 그걸 찾아서 틀거나 사고파는 등의 현상)와 함께 찾아왔다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애시드 하우스라는 장르의 성공 시점에 레이브 현상이 성행하며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레이브는 주로 영국에서 시작하여 긴 시간 자리를 잡아 온 댄스 파티를 말하며 당시 하우스, 테크노가 성장하면서 그 바람이 거세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애시드 하우스는 자연스럽게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상황 속 대세 음악을 틀지 않았던 몇 디제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혹은 차별성을 두기 위해 탈출구를 모색한 방법이 바로 애시드 재즈 음악의 원형을 만드는 것이었다. 몇 사람은 50, 60년대에 블루노트에서 발매되었던 재즈 음악에 디스코, 하우스, 힙합 리듬을 올렸고 그러한 과정에서 애시드 재즈는 탄생하게 되었다.


당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는 단연 자일스 피터슨(Gilles Peterson)이다. 그는 직접 해적 방송을 열어 음악을 틀었고 영국 라디오 방송 [키스FM]을 비롯해 점차 큰 곳에서 음악을 틀었다. 그리고 애시드 재즈 레코드라는 레이블을 세워 본격적으로 애시드 재즈를 내세웠다. 이 레이블을 통해 브랜뉴 헤비스, 코듀로이(Corduroy), 제임스 테일러 쿼텟(James Taylor Quartet) 등 다양한 애시드 재즈 그룹/밴드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후 혼자 만든 토킨 라우드(Talkin’ Loud)라는 레이블에서는 갈리아노는 물론, 인코그니토, 영 디사이플스와 같은 멋진 음악가들이 탄생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애시드 재즈, 랩 음악이 되다


애시드 재즈의 역사는 아주 짧다. 80년대 후반에 탄생했으니 90년대를 거치면 바로 2000년대로 넘어오게 된다. 물론 그 뿌리는 깊다. 50년대 이후로 탄생한 수많은 희귀 명반들, 그리고 블루노트에서 나온 재즈 앨범들이 그 뿌리인 셈이다. 또한, 그 범위도 넓다. 우선 장르적 범위도 넓다. 처음부터 폭넓은 가능성을 가졌고,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 수용할 가능성이 넓은 열려있는 형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애시드 재즈에서 파생된 가장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힙합과의 결합이다. 애시드 재즈는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힙합 리듬, 또 랩과 자연스럽게 섞였다. 그 결과 블루노트에서 어스쓰리의 앨범을 발매했고, 재즈랩이라고 불리는 음악적 포맷은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구루(Guru) 등 여러 힙합 음악가에게 강한 영향을 줬다. 최근 재결성한 디거블 플래니츠(Digable Planets) 역시 재즈랩에 있어 훌륭한 사례 중 한 팀이다. 그러니 힙합 음악에서 중요한 샘플링이라는 작법과 밀접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도 많은 랩 음악이 기존의 재즈곡을 샘플링하고 있으며, 이렇게 애시드 재즈의 한 양상은 힙합과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갔다.

 



퓨전 그룹, 애시드 재즈를 연주하다

 

앞서 말한 애시드 재즈의 양식은 대부분 복합적인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기존에 녹음된 음악은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이후 그 음악을 다시 재가공하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디지털에 가깝다. 특히 샘플링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루프 중심의 음악은 어찌 보면 심플한 테마, 반복적 구성을 하고 있어서 누군가는이것을 재즈라고 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아마 뒤에 이야기할 전자음악과의 결합, 그리고 발전은 워낙 변화무쌍해서 이러한 질문이 무의미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힙합 음악과의 결합은 점점 한 장르에 자연스럽게 밀착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조금 다른 예도 있다. 인코그니토, 리퀴드 소울(Liquid Soul), 그루브 콜렉티브(Groove Collective)와 같은 밴드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즈를 중심점에 두면서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있는 훵크, 소울 등을 결합하며 애시드 재즈를 직접 연주한다.

 

물론 인코그니토의 음악 또한 클럽 재즈(Club Jazz)라는 애시드 재즈의 별명에 걸맞은 좋은 라운지 음악이지만, 인코그니토의 음악은 훵키 재즈, 소울 음악의 색채를 띠고 있기도 하다. 이는 리퀴드 소울, 그루브 콜렉티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힙합, 재즈, 훵크, 라틴 재즈 등을 섞어내지만, 재즈라는 뿌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밴드는 아마 자미로콰이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팝 음악의 성향을 더하고 다채로운 색채를 표현하면서 더욱 많은 사랑을 받는 동시에 애시드 재즈의 느낌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자미로콰이는 인코그니토 등을 포함해 애시드 재즈를 대중적으로 알린 밴드 중 하나다.

 



애시드 재즈, 전자음악을 만나다

 

애시드 재즈에서 파생된 가장 중요한 지점 중 하나가 힙합이라면, 다른 하나는 단연 전자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디제이가 재즈 음악을 차용하면서, 애시드 재즈는 지금까지 라운지 음악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의 곡에서 좋은 악절을 발견하고, 그 악절을 하나의 테마로 삼아 반복적인 리듬과 퍼커션, 더하면 신시사이저 사운드까지 얹는 과정은 힙합에서의 샘플링과 비슷하다. 영국에서 출발한 이러한 움직임은 트립합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자음악으로의 흐름은 보통 누재즈(Nu-Jazz)라는 다른 이름의 장르로 설명한다. 재즈트로니카라고도 불리는 이 음악은 전자음악과 강하게 결합하여 있으며, 보통은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하니 그 역사가 애시드 재즈보다 더욱 짧은 셈이다. 누재즈는 보통 전자음악의 리듬이 강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위에 다양한 연주가 올라가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더욱 매력적이고 자유분방한 음악이 나타난다. 탱고를 거꾸로 하여 탱고의 혁명이 되겠다고 한, 그리고 그 결과를 실제로 이루어낸 고탄 프로젝트(Gotan Project)는 물론 한국에 찾아온 적 있는 닐스 페터 몰배르(Nils Petter Molvær), 역시 한국에 온 적 있는 에릭 트뤼파즈(Erik Truffaze) 등 전자음악과 재즈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실천하는 음악가는 생각보다 늘어나고 있으며, 점점 더 좋은 음악이 많이 나오는 추세다.

 



지금은 애시드 재즈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시간이 흘러서 누재즈도 조금씩 버라이어티한 양상을 드러낸다. -파즈(De-Phazz)의 경우 턴테이블리즘, 트립합, 소울, 드럼 앤 베이스 등의 음악을 결합해 실험적이면서도 세련된 앨범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스웨덴의 재즈 듀오 쿱(Koop)이나 베를린의 재자노바(Jazzanova), 최근 많은 사랑을 받는 파로브 스텔라(Parov Stelar) 역시 지금의 전자음악이 가진 형태와 유사한 음악과의 결합을 일찍이 성공시킨 사례다. 최근 들어 점점 더 심플하게, 그리고 세련되게 발전한 형태 중 하나가 바로 일렉트로 스윙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장르 이름 자체에 반감을 보이는 음악가도 몇 존재하지만, 일렉트로 스윙은 하우스 리듬이나 브레이크비트, 일렉트로니카 자체를 기반으로 하지만 악기의 구성이나 전개를 스윙, 재즈 음악에 가깝게 구성한 형태를 말한다. 카로 에메랄드(Caro Emerald)의 음악 중에서도 일렉트로 스윙으로 분류되는 곡이 몇 있다.

 

또한, 아방가르드 재즈, 프리 재즈가 거꾸로 애시드 재즈, 누재즈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전자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요소나 악기를 끌어와 새로운 형태의 재즈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브레인피더(Brainfeeder)라는 레이블에서 발표하는 작품들이다. [Epic]이라는 앨범을 통해 앨범 제목처럼 극적인 주목을 받은 카마시 워싱턴(Kamasi Washington)가 있는 이 레이블에는 썬더캣(Thundercat),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 테일러 맥퍼린(Taylor McFerrin) 등 새로운 형태의 재즈를 선보이는 음악가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이들은 전자음악의 구성과 요소를 통해 라이브 셋이나 앨범을 통해 재즈 음악을 선보이는가 하면 현재진행형으로, 아니 미래지향형으로 멋진 음악을 클럽이나 공연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브레인피더와 함께 하는, 인디씬에서 가장 핫한 레이블 중 하나인 닌자 튠(Ninja Tune)이라는 레이블에도 시네마틱 오케스트라(The Cinematic Orchestra)를 비롯해 보노보(Bonobo), 미스터 스크러프(Mr. Scruff), 안드레야 트리아나(Andreya Triana) 등 재즈에 뿌리를 두거나 끊임없이 재즈를 표현하고 있는 음악가가 여럿 있다. 외에도 블루노트에서 앨범을 발매한 바 있는 세인트 저메인(St. Germain)을 비롯해 재즈는 다양한 양식으로, 다양한 음악가의 손에서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다만, 이렇게 멀리 흘러오다 보니 어느덧 애시드 재즈나 누재즈라는 장르는 과도기적인 이름 붙이기에 가까워졌다. 앞으로 더욱 많은 장르가 섞이고 또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겠지만, 재즈나 록, 힙합 등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하는 새로운 포맷은 긴 수명을 유지하며 멋과 재미 모두를 보장하는 이름이 된다. 그러나 애시드 재즈는 수많은 음악적 갈래가 봇물 터지듯 생겨나는 상황에서 등장한, 조금은 애매한 이름이 아닌가 싶다. 구차하게 들리겠지만, 그런데도 애시드 재즈만의 매력은 분명히 있으며, 애시드 재즈 역시 나름의 영향력과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한 수많은 변화와 흐름이 그 증거가 아닐까 싶다.  

 



박준우 | 음악평론가

프리랜서로서 힙합엘이라는 온라인 매거진을 운영하고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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