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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진푸름 [The Real Blue]  
제목 [리뷰] 진푸름 [The Real Blue]   2019-07-29

장건우


정통성과 까다로운 테크닉의 가치


프레드 허쉬는 뉴욕의 젊은 뮤지션들이 음악의 형식적인 측면에 지나치게 몰두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음악이 전달해주는 의미만 찾고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 즉 ‘목소리’는 제쳐두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일 테다. 그 말을 일부 수긍하더라도, 재즈의 전통 가치를 지탱해온 것이 주로 뉴욕의 연주자들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들은 재즈를 어떤 지적인 보고서가 아니라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뤄왔다. 스윙, 블루스 그리고 비밥의 언어 작용에 세밀한 관심을 기울일 줄 안다는 뜻이다. 뉴욕에서의 첫 앨범을 준비한 진푸름은 본토 재즈의 그런 미덕에서 훌륭한 자양분을 얻어냈다.


진푸름은 이미 대학에서 학부생으로 있던 시절부터 클럽 연주를 시작했고, 경력을 쌓아 나중에는 해외 공연까지 경험하며 한국 재즈의 라이징스타로 이름을 알렸다. 실력으로 보나 주위의 평판으로 보나 국내에서 폭넓은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그녀가 미국으로 이주하게 된 것은 매너리즘을 탈피하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새롭고 더 위험한 이국땅에서, 모든 도시가, 학교가, 바와 상점들이 음악적인 활력 속에 살아간다고 느끼며 그녀는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얀 옷 어딘가에 늘 얼룩이 묻어 있는 것처럼, 닦아내야 할 곳을 찾기 위해 언제나 스스로를 점검해야 했다.


갖은 고생 속에서 얻어 낸 성과를 다 나열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발전 중 하나는 진푸름만의 독창성이다. 진푸름은 스탠더드곡을 재해석하는 단계를 넘어서 고유의 작곡 능력이 돋보이는 레퍼토리를 준비했다. 특정한 결과물보다는 연주력을 위한 수행에 매진했던 과거와 달리, [The Real Blue]에선 그녀가 연출해내고 싶었던 그림과 메시지를 담아내는 일에 몰두했다. ‘Ah-Oh-Owa’는 어린 아들의 옹알이에 발랄한 멜로디를 붙인 곡이다. 자칫 단순해 보일 수 있는 이런 테마를 풍성하게 부풀릴 수 있었던 것은 진푸름의 재치 있는 솔로 아이디어와 견고한 스윙감 덕분이다. 재즈를 시작할 때부터 스윙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데다, 맨해튼 음악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교수들로부터 스윙감이 좋다는 칭찬을 들어왔던 터라 진푸름은 미국적인 그루브와 억양에 어렵지 않게 녹아들 수 있었다.



이 앨범의 상징적인 발라드곡 ‘Fireflies’는 그녀가 버지니아주에 살던 시절, 집 주변을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수많은 반딧불이를 떠올리며 만들었다. 간결한 색소폰 멜로디와 공간을 채우는 피아노 선율이 정말 반짝이는 작은 불빛을 연상시키는 듯하다. 진푸름의 발라드는 무수한 멜로디 아이디어로 채워져 있다. 멜로디, 테크닉 그리고 리듬이 연주력을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면 진푸름의 연주는 충분히 인기를 끌 법하다. 이 앨범의 리뷰를 작업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녀는 여기저기서 축하를 받으며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다. [The Real Blue]가 뉴욕 링컨센터를 통해 이달의 주목할 만한 앨범으로 선정되고, 미국의 대표적인 재즈 매거진 <다운비트>는 리뷰를 게재하겠다는 소식을 보냈다. 진푸름의 음악 세계는 이제 막 뉴욕에 닻을 내렸을 뿐이지만 앞으로 그녀의 새 프로젝트들이 꾸준히 소개될 것은 분명한 일인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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