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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투츠 틸레망스, 기억 속에서 영원히 잠들다  
제목 [기획] 투츠 틸레망스, 기억 속에서 영원히 잠들다   2016-10-10


이제 모두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잠들다

 

투츠 틸레망스

Toots Thielemans (1922~2016)

  

재즈 하모니카에 매료되어 요즘 소위 얘기하는 덕후(?)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의 호흡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관악기. 그 자체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는 손바닥보다도 작고, 무엇보다도 단순해 보이는 이 악기가 만들어내는 섬세함과 그에 상반된 강렬함에 알 수 없는 전율이 흘러 도저히 몸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들숨과 날숨을 함께 사용하는 독특한 연주법 때문인지 다른 관악기보다도 한 음, 한 음에 정성이 깃들어져 있고, 꿈틀대는 생동감이 내게는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요즘 굉장히 핫한 음악 스타일을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그레고이르 마렛(Grégoire Maret)의 연주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차 다양한 하모니카 연주자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꽤 뒤늦게 투츠 틸레망스(이하 투츠)라는 연주자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줄곧 그의 음악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덕후(?) 근성으로 투츠의 갖가지 앨범과 영상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재즈를 제외하고도 팝과 광고 음악, OST 등 수많은 그의 흔적에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미국의 장수 어린이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는 투츠의 연주곡을 40년 동안 클로징 테마곡으로 사용했다). 지난 8 22일 투츠는 안타깝게도 향년 94세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했다. 그 파장은 크게 일어 수많은 동료와 후배 연주자, 그를 사랑한 팬들이 슬픔에 잠기고 말았다. 덕분에 나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는 온통 투츠의 추모 관련 글로 가득했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과 같은 마음이기에 기존에 알고 있던 투츠와 새롭게 알게 된 투츠에 대해 몇 가지를 소개하며 나만의 방식으로 애도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그의 이름은 길고 긴 본명보다도 애칭에 가까운 별칭투츠’(Toots)로 유명하다. 1922년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출생한 그는 유아기였던 3세 때 처음 아코디언을 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모니카와 기타를 만나게 된다. 살펴보면 거의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을 음악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장고 라인하르트와 찰리 파커로 인해 처음 재즈를 받아들이게 된 투츠는 1949~1950년 베니 굿맨과의 유럽투어를 함께하며 프로 연주자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곧 찰리 파커 올스타즈의 멤버로 영입되었고, 조지 시어링 퀸텟에서 기타리스트로 6년 동안 활동하며 연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1955년도에 첫 솔로 앨범 [The Sound]가 발매된 후 투츠는 무수한 작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1964년도에는 문제의 화제작인 [The Whistler & His Guitar]를 세상에 내놓았다. 휘파람과 기타의 유니즌 플레이가 당시 매우 획기적이고, 특별했던 터라 투츠는 이로 인해 재즈 연주자로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수많은 연주자에게 회자되고, 재해석되며 사랑을 받아온 그의 마스터피스 'Bluesette'도 이 앨범으로 첫 선을 보이게 된다. 이처럼 투츠는 하모니카와 기타를 능수능란하게 다루어 그 당시의 연주자들에게 정평이 나있었다. 디지 길레스피, 빌 에반스, 자코 파스토리우스, 오스카 피터슨과 같은 재즈 연주자들을 비롯해 빌리 조엘, 폴 사이먼 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연주를 흠모해 함께 협업해온 아티스트들이 많았다. 그 덕분에 투츠의 모든 행보들이 하모니카라는 작은 악기가 널리 쓰임을 받게 된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종종 휘파람과 기타를 연주하는 투츠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오히려 다른 모습의 투츠로 보여져 많은 이들을 설레게 했다. 그리고 말년에는 줄곧 하모니카 연주에 더 많은 집중을 했던 것 같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가수 엘리스 레지나와 함께한 [Aquarela Do Brasil]과 피아니스트 케니 워너와의 듀오 앨범 [Toot Thielemans & Kenny Werner]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보사노바 등과 같은 MPB(브라질 대중음악)가 미국을 강타하던 때인 1960년대. 엘리스 레지나와 투츠의 만남은 또 한 번의 대히트를 만들게 되었다. MPB의 중심에 서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엘리스 레지나. 그녀의 꾸밈없는 음성과 오랫동안 브라질 음악을 동경해왔던 투츠의 휘파람, 기타 그리고 하모니카가 어우러진 보사노바는 싱그러움을 한껏 머금었다. ‘Você’는 특히나 그 느낌이 잘 스며든 트랙이기도 하다. 그리고 케니 워너와 함께 섬세하고 유려한 듀오 앙상블을 선보이며 많은 찬사를 받았던 [Toot Thielemans & Kenny Werner]는 투츠의 말년을 대표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그 중 ‘Smile’은 개인적으로 이 두 거장이 만들어낸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이 앙상블이 전하는 따뜻하고 포근한 소리는 온 사방을 온기로 가득 채웠고, 이내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곤 했다. 특별히 이 두 앨범은 필자가 독자들에게 필히 일청을 권하는 앨범이다.

 

투츠의 타계 소식을 전해 들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장례식에 편지를 보내오는가 하면 퀸시 존스는 그를 일컬어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음악가 중 하나다라며 투츠에 대한 애착을 강하게 표명하기도 했다. 그가 떠나간 뒤 눈에 띄는 것은 투츠 재즈페스티벌과 투츠 박물관이다. 2014년도부터 시작된 투츠 재즈페스티벌은 벨기에 라 훌페에서 10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리차드 갈리아노, 마이클 조나즈 등 그를 동경했던 후배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해 축제의 열기를 더한다. 라 훌페에 위치한 투츠 박물관에는 그의 일대기에 대한 설명과 살아생전 사용했던 악기들이 전시되어있고, 수많은 업적을 기록하는 등. 그를 기념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있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투츠의 기억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올해는 유난히도 장기화된 폭염으로 많은 이들이 지독한 여름을 보냈다. 나 또한 시원한 곳을 찾아 전전긍긍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냈으니. 그런데 놀랍게도 푹푹 찌던 더위가 거짓말처럼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옷깃을 여미는 가을이 다가왔다. 그리고 늘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 믿었던 그도 이 여름 끝자락에 거짓말처럼 무색하게 우리 곁을 떠나갔다. 다시는 그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다. 이제는 매번 그 차가워진 공기가 피부로 느껴질 때쯤 뚜렷하고 선명하게 그가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는 마치 버릇처럼 그의 음악을 찾을 것이다. 투츠가 우리들을 위해 남기고 간 흔적들은 여기 그대로 있으니.

 



최수진 | 트롬보니스트

트롬보니스트와 작편곡가, 재즈 칼럼니스트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종합 예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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