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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피아니스트 남경윤  
제목 [인터뷰] 피아니스트 남경윤   2019-06-17

인터뷰 김광현


음악가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은 라이브 연주와 앨범 발매다. 재즈의 특성상 클럽과 공연장에서 크고 작은 연주는 자주 하게 되지만, 앨범 제작은 또 다른 문제다. 우선, 녹음 과정이 쉽지 않다. 더욱이 모든 일을 아티스트가 직접 부담하고 진행해야 하는 작금의 제작 환경에서 앨범 작업은 여러 면에서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즈 연주자들은 이 힘든 것을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해내고 있다. 라이브 무대에서 꾸준히 팬들과 만나고 있는 피아니스트 남경윤이 9년 만에 발표한 신보이자 5집 앨범 [J.A.M]은 그 어려움을 극복한 또 하나의 결과물이다. 그는 오랜만에 발표하는 이 앨범에 어떤 내용과 이야기를 담아냈을까.




오랜만의 인터뷰네요. 남경윤 씨는 재즈를 늦게 시작한 편이죠. 학창시절은 어땠나요.


코넬대학교 전자공학과로 입학했으나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해 전공을 변경하여 2학년부터는 정식으로 재즈 피아노 레슨을 받기 시작했어요. 노래하는 것도 좋아해서 혼성 아카펠라 그룹과 남성 합창단의 단원으로 미국의 지역별 투어를 했고 재즈뿐 아니라 록 밴드, 뮤지컬, 오페라 공연도 했어요. 그리고 늦게 시작한 재즈 공부인 만큼 거의 매일 새벽 3~4시까지 다양한 뮤지션과 연습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음악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을 텐데 음악(재즈)에 대한 결심을 어떻게 전달했나요.


부모님은 서울대학교 캠퍼스 커플이어서 누구보다 학구열이 높으신 분이에요. 저 또한 그런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국 아이비리그 코넬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입학했지만, 적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음악만이 제 인생의 전부이고 재즈가 터닝포인트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음악이 아닌 다른 일은 하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고 말씀드리기도 했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저의 강한 의지를 계속 말씀드렸고, 학교 개인 리사이틀에서 관객들에게 기립 박수받는 모습을 보시고는 허락해주셨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도 있듯이 그때부터 뮤지션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해주셨고 지금까지 항상 긍정적으로 응원해 주시고 계십니다.




귀국해서는 앨범을 발매하면서 활발하게 공연을 했어요. 이후 대구에 정착했는데, 연고가 있는 건가요.


대구에 연고가 있는 건 아니에요. 교수 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해 면접시험에 최종합격하게 되었고 아내가 부산 출신이어서 부산과 가까운 대구로 가족과 함께 이사 오게 되었습니다.




부인도 재즈 아티스트죠.


맞습니다. 재즈 드러머 서미현입니다. 한국 여성 재즈 드러머로는 최초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음대에서 드럼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2014년에 서미현 1집 데뷔 앨범을 발표했어요.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무대와 미국, 독일, 스페일, 일본, 중국 등 다수 국제무대에서 연주한 바 있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드럼 웹사이트인 <드럼 토크 TV>에 이주의 아티스트로 소개된 뒤 캐노푸스 드럼, 에반스 드럼헤드, 프로마크 스틱 등 세계적인 회사들의 엔도저로 활동하게 되었고 미국에서 작년에 녹음한 2집 앨범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입니다.




만약 자녀가 재즈를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건가요.


딸이 재즈 아티스트가 되면 같이 연주도 하고 좋을 것 같아서 악기를 많이 시켜봤지만, 음악보다는 미술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가 되고 싶고 좋은 재즈를 듣고 싶다고 말하는 걸 보면 재즈 음악가의 아이는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혹시라도 커서 다시 재즈를 한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어요. 저도 음악 한다고 부모님을 아주 힘들게 한 터라 아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 꿈을 뒷받침하고 싶습니다.




9년 만의 새 앨범 [J.A.M]


정말 오랜만에 앨범을 발표하네요. 어떤 앨범인가요.


이번 앨범 [J.A.M]은 2010년에 발매한 4집 이후 9년 만에 발표하는 신보예요. 처음으로 전곡을 자작곡으로 구성했고 세계적인 드러머 아리 호닉과 그래미상 수상에 빛나는 베이시스트 벤 윌리엄스와 함께 뉴욕 브루클린에서 녹음했습니다.




재즈 클럽에서의 라이브뿐 아니라 콘서트에서도 성실히 해나가는 아티스트인데 앨범이 9년이나 걸린 이유가 있나요.


그동안 공연은 꾸준히 했지만 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바쁘게 지냈고, 자작곡으로만 앨범을 채우려다 보니 마음에 드는 새로운 곡을 만드는 과정이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됐어요. 또한, 뉴욕에서 과거에 했던 레코딩 세션들이 그립기도 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들과 다시 특별한 기회를 만들고 싶어서 9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오래 공들인 만큼 애정도 많을 테죠. 어떤 것을 담았나요.


[J.A.M]에는 제 삶이 농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스윙, 왈츠, 발라드 등 어쿠스틱한 정통 재즈 트리오 사운드를 유지하면서도 힙합 또는 훵크(Funk) 같이 바운스가 있는 음악까지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스트레이트하면서 5/4박자, 7/4박자와 같이 모던한 느낌 나는 곡도 혼합시켜 다양한 템포, 사운드, 느낌을 담았어요.




함께 연주한 연주자들은 이전 작품에도 함께했죠. 어떻게 만들어진 인연인가요.


학창시절부터 뉴욕 맨해튼에 있는 유명한 클럽 스몰스(Smalls)에서 아리 호닉의 공연을 자주 봤고 연주 후 가끔 이야기도 나누고 개인적으로 레슨을 받기도 했어요. 레슨 중에 제가 쓴 곡들을 같이 듣기고 연주할 기회도 있었는데 그의 방식이나 사운드가 무척 마음에 들어 스튜디오 녹음을 제안했고 흔쾌히 응해주어 같이 작업하게 되었어요. 저의 2집 [No Regrets], 3집 [Into A New Groove], 그리고 이번 5집까지 벌써 세 장의 앨범을 같이 했네요. 벤 윌리엄스는 제가 2002년 미시간대학원 재학 시절 이웃 학교인 미시간주립대학교 학부생이었고 미시간에서 활동하던 최고의 베이시스트 중 한 명이었어요. 벤과 저는 그 당시 지역의 여러 뮤지션 공연에 사이드맨으로 불려 다녔고 당연히 서로의 공연에서 연주했죠. 20년 가까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베스트프렌드예요.




미국에서 녹음할 때 두 명의 아티스트와의 의견이 충돌한 적은 없었나요.


두 분과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떤 곡을 녹음하더라도 제가 원하는 사운드에 최대한 맞춰주고 결과물은 언제나 그 이상을 들려줘서예요. 녹음 중 가끔 아이디어를 내기도 해요. 하지만 이 또한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음악에 녹아들어요.




녹음하기 전에 두 연주자에게 자작곡에 관해 설명했나요.


곡의 난이도나 형식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곡의 형식과 대략적인 느낌, 그리고 솔로 순서 등을 설명하고 녹음을 시작하는 편이에요.




녹음실이나 연주하기 전에 나만의 루틴이 있다면.


녹음이나 연주하기 전에 간단하게 손을 풀고 커피 한 잔을 마셔요.




앨범명 ‘JAM’은 어떤 의미인가요.


‘JAM’은 2년간 다닌 코넬대학교 기숙사 이름이에요. 일반 기숙사와 달리 24시간 방음 연습실도 있었고 소규모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어요. ‘Just About Music’의 이니셜로 주말에 오픈 마이크 나이트나 잼 세션이 자주 열렸어요. 뮤지션들과 연주하거나 교류할 기회가 많이 있었고 그때 만났던 친구들과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해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몇 년 뒤 뉴욕과 미시간의 재즈 클럽에서 잼 세션 리더를 맡기도 했죠. 여러모로 제 음악 인생에 ‘JAM’이라는 단어는 큰 의미예요.




총 여덟 곡이 실렸어요. 수록곡에 간단한 설명을 해준다면.


모두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경험들을 바탕으로 작곡했어요. ‘Fireflies’라는 곡은 동남아 여행을 갔을 때 반딧불이가 떼를 지어 날아가며 반짝이는 모습이 인상 깊어 그 신비로움을 표현한 곡이에요. ‘The Speed Game’은 딸아이가 수학 문제를 최대한 빨리 풀어야 레벨이 올라가는 모바일 게임을 한동안 했는데 저도 학창시절에 수학 문제 빨리 푸는 것을 즐겼던 편이라 그런 점이 흥미로워 쓰게 되었고요. ‘J.A.M.’은 학창시절에 뮤지션들과 잼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만들었어요.




지금 보니, 1집 [Energy And Angular Momentum]이 나온 지 14년이 되었네요. 14년을 키워드 다섯 개를 정리한다면.


경험, 모험, 이동, 깨달음, 안정. 미국에서 오랜 생활을 하다 한국에 돌아와 적응이 안 될 때도 많았고 서울이 아닌 대구라는 도시로 이사 올 때도 어려움이 많았어요. 또한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고 대학교에서 다양한 개성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안정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앨범 작업, 활동 등 삶과 생활인으로서 재즈 음악가의 길이 있어요. 현재 가장 큰 고민거리가 있다면.


가장 큰 고민거리는 좋은 뮤지션이면서 좋은 교육자가 되고, 가정에도 충실한 사람이 되는 것이에요. 가정, 직장, 음악 중 어느 한 가지도 쉽지 않지만 모두 다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국내의 많은 재즈 아티스트가 남경윤 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앞으로도 하겠죠. 조금 먼저 걸은 선배로서 도움의 말을 해줄 수 있다면.


저도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연습 습관을 바탕으로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낮은 자세로 배려하며 가정, 직장, 음악의 밸런스를 최대한 맞출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난달 앨범 발매 공연을 가졌죠. 이후의 활동 계획은요.


앨범 발매 기념 전국 투어(서울, 대구, 부산) 이후에는 기회가 되는 대로 국내외 크고 작은 공연장이나 재즈 클럽 등에서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 인터뷰에서 국악과의 작업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다양한 퓨전 작업, 합작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예전에는 국악과 재즈의 컬래버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작업을 했었지만, 최근에는 어쿠스틱 정통 재즈 사운드로 제 자작곡들 또는 기존에 있는 곡들을 편곡해서 연주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아티스트와의 합작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재즈피플>과 인터뷰를 한 것 같습니다. 9년 만에 나오는 5집 앨범이라 많이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그만큼 신경을 많이 쓴 앨범이에요. 음악가에게는 자식과 같은 것이 앨범이기 때문에 수록곡 한 곡 한 곡 모두 정말 소중합니다. 5집 앨범 [J.A.M] 많이 들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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