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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윤선 [Immersion]  
제목 [리뷰] 나윤선 [Immersion]   2019-05-13

이상희


정점에 다다른 몰입의 경지


굳이 해외에서 인정받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한국 재즈 뮤지션들의 음악성은 높은 수준에 도달했고 우리 안에서 의미 있는 작품들과 음악적 담론을 만들어나갈 정도로 국내 재즈 씬도 상당 수준의 자생력을 갖추었다. 그럼에도 해외에서 주목받는 우리나라 아티스트의 소식은 여전히 반갑게 들린다. 유럽이나 미국의 레이블에서의 앨범 발매나 해외 재즈 씬에서의 활동 소식은 우리에게 모종의 자부심마저 안겨준다. 나윤선은 우리에게 이러한 자부심을 안겨준 뮤지션 중 한 명이다. 우리는 그녀의 유럽 데뷔 소식에 환호했고 이제는 더욱 견고해진 그녀의 음악에 감탄하며 귀 기울인다. 지난 앨범부터 유럽은 물론 미국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기로 선언한 그녀가 이번에 새롭게 발표한 앨범은 우리의 자부심에 분명한 이유가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이번 앨범 타이틀은 ‘Immersion’, 즉 ‘몰입’을 의미한다. ‘몰입’은 비단 이번 앨범뿐만 아니라 나윤선의 음악적 특징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단어이기 때문에 그녀에게 꽤 상징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서정적인 표현뿐만 아니라 카리스마적인 표현력도 겸비한 특유의 보이스를 자랑한다. 그녀의 공연을 직접 보았던 이들이라면 전체적으로 드라마틱한 흐름을 이어나갈 만큼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을 목격했을 것이다. 특히 스캣이라고만 한정하기 어려운 신들린 듯한 챈트, 혹은 괴성 같은 즉흥 솔로는 그녀의 음악적 한계를 섣불리 설정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또한, 그녀만의 섬세하고도 우아한 보컬은 곡을 자유자재로 이끌어가면서도 곡이 가진 내재적 힘을 더욱 발현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만큼 그녀의 음악은 다분히 열정과 진지함을 연상시키게 하는 ‘몰입’이라는 단어와 아주 밀접하다. 이번 앨범은 정점에 다다를 대로 다다른 그녀의 음악적 몰입에 따른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진출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발표한 전작 [She Moves On]이 미국적 색채가 강했던 작품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전작의 연장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Same Girl]이나 [Lento]와 같은 액트 레이블 시절의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전작이 새로운 시장을 겨냥한 인트로의 성격이 짙다면 이번 앨범은 그가 이전부터 추구하던 음악을 견지해 나가며 한발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준다. 나윤선 특유의 절제된 자유분방함이 첫 트랙부터 감지된다. 실험적인 시도와 비장한 멜로디, 긴장감을 간직한 곡 전개가 그녀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면서 가장 이상적인 조합의 나윤선 음악을 들려준다.


이러한 ‘나윤선 음악’은 모든 곡을 ‘나윤선화’할 수 있는 그녀의 역량과 연관되어있다. 대표적으로 조지 해리슨의 ‘Isn’t It A Pity’나 마빈 게이의 ‘Mercy Mercy Me’를 편곡한 트랙에서 단순 편곡 이상의 분위기 변화를 이끌어낸다. 곡의 특정 요소를 확대 혹은 축소함으로써 원곡과의 간극을 다소 크게 가져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산만하지 않게 곡 전체를 새로운 관점으로 구성하여 나윤선만의 색채를 부여해 낸다. 거기에 그녀의 가장 큰 무기인 목소리가 더해지는데 곡을 매우 섬세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움직여 나가는 모습을 연출한다. 그녀의 팬이라면 익숙해졌을 법한 그녀만의 록 스피릿을 느낄 수 있는 곡이 이번 앨범에도 실렸는데, 바로 8번 트랙 ‘God’s Gonna Cut You Down’이다. 원곡은 컨트리 스타일이지만 거친 부분을 강조하고 샤우팅을 가미하는 등 보컬을 과감하게 운용함으로써 본인만의 시그니처 곡으로 재탄생시켰다.


앨범을 듣다 보면 나윤선이 구사하는 음악이 과연 재즈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오히려 포크나 록 혹은 뭉뚱그려 팝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에서 새어 나오는 숨길 수 없는 재즈적인 뉘앙스와 장르의 경계를 가뿐히 넘나들며 음악적 실험을 감행하는 추동력은 그녀가 재즈 뮤지션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해주는 듯하다. 또 한편으로는 그녀가 재즈 뮤지션으로만 불리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그녀는 장르적 수식어 없이 더 넓은 의미의 ‘아티스트’로 불러도 될 만큼의 역량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의 음악적 상태를 적확하게 표현한 앨범 [Immersion]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마치 접신의 경지에 다다른 영매와 같이 우리에게 존재론적인 음악 세계를 안내하는 그녀의 정점에 다다른 몰입의 경지를 이 앨범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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