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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래리 그레나디어 [The Gleaners]  
제목 [리뷰] 래리 그레나디어 [The Gleaners]   2019-02-20

낯선 청춘


농부는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땀 흘리며 가꾸는 고생을 해야 가을에 곡식을 수확하게 된다. 그런 농부에게는 추수 후 땅에 흩어진 낱알 한 톨까지 소중하다. 자기 땅이 없는 가난한 농부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들에게 작은 낱알은 지난 계절의 고생을 상징한다. 프랑스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가 1857년에 그렸다는 <이삭 줍는 여인들>(Des Glaneuses)은 자연주의를 연상시키는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 속에 힘들게 고생하는 농부의 삶을 사실적으로 느끼게 한다.


밀레의 그림을 이야기한 것은 베이시스트 래리 그레나디어의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The Gleaners’가 바로 이 그림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밀레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또한 래리 그레나디어는 ‘연주자는 함께하는 연주자들, 자신이 듣는 음악에서 무엇인가를 얻는다. 그러나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수확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것은 이번 앨범이 오랜 인내와 기다림 속에서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2016년에 미국에서 녹음을 하고 2018년에서야 프랑스에서 후반작업을 하게 된 것도 그조차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일 것이다.


1966년 생으로 30년 이상 전문 연주자로 활동한 그는 트리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고 있는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를 중심으로 폴 모션, 잭 디조넷, 팻 메시니, 존 스코필드, 볼프강 무스피엘, 게리 버튼 등과 함께하는 한편 제프 발라드, 마크 터너가 함께 그룹 플라이 활동을 하며 최고의 베이시스트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건 앨범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첫 솔로 앨범—리더 앨범이 아니라 오롯이 혼자서 연주한—은 그에게 더욱더 소중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의 인내와 기다림 끝에 얻은 수확이랄까?





그는 이번 앨범이 자신의 내면을 파고들어 베이시스트로서의 핵심을 발굴하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그에 걸맞게 앨범은 베이시스트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그 가운데 타이틀곡을 비롯해 ‘Oceanic’, ‘Vineland’ 등에서의 아르코 주법의 연주는 평소 그가 자주 하던 것이 아니기에 매우 새롭게 다가온다. 게다가 현의 긁힘으로 공간을 확장하고 그 위에 시정 가득한 멜로디를 연주해 제목처럼 바다, 평원, 포도밭 등의 이미지와 그 분위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Lovelair’, ‘Woebegone’ 등 피치카토 주법으로 연주한 다른 자작곡들도 풍부한 회화적 울림을 준다. 특히 ‘Woebegone’의 경우 피치카토 주법의 연주로 기본 틀을 만들고 여기에 오버더빙을 통해 새로운 피치카토 연주와 아르코 연주를 추가해 솔로 이상의 깊이와 넓이를 지닌 풍경을 그려냈다. 한편 ‘Pettiford’는 솔로 악기로서 베이스의 가능성을 개척했던 오스카 페티포드의 곡 ‘Laverne Walk’을 바탕으로 만든 곡으로 마치 트리오나 쿼텟 등 밴드 연주 중간에 솔로 연주를 펼치는 듯 직선적이며 역동적인 솔로가 전통에 대한 그의 경의를 느끼게 한다.  


이번 앨범에서 래리 그레나디어는 자작곡 외에 존 콜트레인, 폴 모션, 레베카 마틴, 볼프강 무스피엘 그리고 조지 거쉰 등의 곡을 연주했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존 콜트레인의 모달 재즈곡 ‘Compassion’과 폴 모션의 ‘The Owl Of Cranston’을 연결해 연주한 것이다. 그는 이 두 곡을 각각 아르코와 피치카토 주법으로 연주해 대비시키면서도 핵심적인 뼈대는 마치 한 곡인 듯 연주해 선배들의 개성을 자기 방식으로 수확하는 것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또한 마일스 데이비스와 길 에반스의 공동 작업에서 영감을 얻어 연주했다는 거쉰의 ‘My Man’s Gone Now’에서도 그는 아르코와 피치카토 주법을 혼용하며 길 에반스의 긴장과 이를 완화하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어울림을 색다르게 표현했다.


이처럼 래리 그레나디어의 첫 솔로 앨범은 평소 그룹 연주를 통해서 보았던 그의 모습을 넘어서는, 평소 보지 못했던 그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것은 마치 여러 방으로 이루어진 그의 집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랜 시간 세세한 부분까지 공들여 가꾼 집 말이다. 어쩌면 그는 그동안 자신을 너무 드러내지 않았고 우리는 그를 너무 몰랐는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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