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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목소리, 허소영  
제목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목소리, 허소영   2019-02-07

포토 김혜미 메이크업 임아실 헤어 정다연

인터뷰 류희성


많은 재즈 팬들이 허소영의 3집 앨범을 오래도록 기다렸을 것이다. 이번 앨범은 스탠더드곡을 노래한 앨범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2집 앨범 [That’s All]과 궤를 함께한다. 지극히 전통적으로 들리지만 대단히 허소영스러운 음악이다. 대중들을 홀리게 하는 매력도 여전하다. 재즈 고유의 어느 부분을 내려놓거나 타협하지 않고서도 그렇게 해낸다. 게다가 이번 앨범은 CD로 발매하지 않고 LP와 스트리밍으로만 발매했다. 익숙하고도 새로운 앨범 [BBB]와 허소영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그의 시간을 조금 빌렸다.




고민하는 음악가


반갑습니다. <재즈피플>와는 오랜만이죠.


제가 2009년도에 <재즈피플> 라이징스타를 했는데, 올해에 커버스토리를 하네요. 딱 10년... 신기하네요.




그 10년 동안 3장의 정규 앨범을 냈고, 재즈 보컬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런데 재즈를 처음 만난 게 대학생 때였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러면 다른 음악을 염두에 두고 음악대학에 진학했던 건가요.


어떤 특정한 장르의 음악을 하기 위해서 음악대학에 갔던 건 아니었어요.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기회가 되어서 백제예술대학에 들어간 거죠. 당시에 학교 커리큘럼이 모두 재즈에 관한 것이어서 자연스럽게 재즈를 접하게 되었어요. 그전에는 알앤비 같은 흑인음악을 좋아했어요. 더 어렸을 때는 랩도 좋아했고요. 그런데 이런 음악의 기초가 재즈라고, 공부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하셔서 시작했어요. 제가 운이 좋았어요. 주변에 좋은 음악가들이 있었고, 그분들이 이끌어주셔서 재즈를 공부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이렇게 됐죠.




실용음악과에 재즈 수업이 있어도, 그게 수업이지 정말 좋아하는 학생은 많이 없는 거로 알고 있거든요. 허소영 씨는 재즈의 어떤 매력에 빠지게 된 건가요.


그건 그래요. 초기에 보컬 공부를 하며 느낀 것은 타고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였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부분들이 보였거든요. 그런데 재즈에는 그런 걸 뛰어넘는 게 있다고 느꼈어요. 제가 연습하고, 연구하는 만큼 나오더라고요. 그런 노력이 타고난 것을 가릴 수 있다고 느꼈어요. ‘열심히 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는구나’ , ‘꾸준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겠다’는 생각에 재즈를 했나 봐요.

 




그러면 학생 때 영향을 받았다거나, 롤모델로 삼은 아티스트가 있었나요.


학교 다닐 때 수업을 하셨던 임경은 선생님과 BMK 선생님의 음악과 그분들이 소개해주신 음악들이요. 그때부터 제가 하는 음악의 뿌리가 무엇인지에 많은 관심을 가졌어요. 그 지점에서 본다면 엘라 피츠제럴드였던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처음 산 음반이 엘라 피츠제럴드의 앨범이었거든요. 그 앨범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보컬리스트만큼이나 악기 연주자도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가장 존경하는 악기 연주자를 한 명 꼽는다면.


저는 보컬리스트도 연주자라고 생각해요. 악기 연주자에 한정해서 본다면... 너무 많아요. 제가 우쿨렐레를 좋아해서 요즘엔 현악기에 빠져 있거든요. 케니 버렐을 자주 들어요. 케니 버렐이 노래하는 앨범이 있어요. 굉장히 좋더라고요.  




재즈 보컬리스트를 평가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을 것 같아요. 목소리/톤, 스윙감, 스캣 능력 등등... 허소영 씨가 음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실은 그것들이 한꺼번에 표현이 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아무래도 목소리 톤인 것 같습니다. 이건 노래를 하는 사람으로서 갖춰야 하는 것이고, 재즈 보컬리스트라면 스윙이겠죠. ‘재즈의 언어를 알고 있느냐’, ‘ 재즈의 음악적인 구조를 이해하느냐’는.




그런데 그 스윙이라는 게 학습으로 습득을 할 수 있다고 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선천적인 거라는 의견도 있거든요.


학습으로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분석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스윙감이 다른 악기를 들을 수 있는가와 리듬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선생님을 만나거나, 좋은 음악을 듣고, 고민할 시간이 있다면 스윙감도 학습으로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SNS를 보면 책 읽으시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헤르만 헤세를 좋아해요. 그중에는 <유리알 유희>를 좋게 읽었어요. 근래에 읽었던 소설 중에서 제 작품에 대해 고민하게 했던 건 <토지>예요. 여러 지방의 사투리가 나오고, 또 굉장히 한국적이잖아요. 같은 문화와 언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하게 해줬어요.




노래도 문학/시와 관련이 있어요. 밥 딜런도 노벨문학상을 받았잖아요. 문학적인 부분에서 음악적으로 영향을 받기도 하나요.


앞서 말한 <토지>가 그래요. 저는 고전 소설을 좋아해요. 제가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말할 때 인용하는 소설들을 모르면 그걸 찾아서 읽어봐요. 그게 재즈 스탠더드곡을 대하는 자세와도 비슷해요. 오래 살아남은 아름다운 곡들을 알아가고 찾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하여튼 스탠더드곡도 들어보면 짧은 이야기잖아요. 그 이야기를 그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달린 것이기 때문에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소설을 읽으면, 어떤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토지>를 이야기하면서 ‘한국적’인 것을 언급하셨는데, ‘한국적인 재즈’도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지금 노래하는 스탠더드곡이란 건 대단히 미국적인 거잖아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제 3집 앨범이 많이 늦어진 이유가 있어요. 말씀 주신 고민들을 했어요. 한국 문화권에서 자란 한국인인 내가 표현할 수 있는 한글로 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그런데 재즈의 언어나 기법을 빌려서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다시 돌아왔죠.




그러면 미래에 다시 그 문제로 돌아갈 생각이 있는 건가요.


있어요.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보컬 재즈는 과거의 전통을 잘 보존하잖아요. 허소영 씨는 그런 점에서 아주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통이란 틀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전통적이어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보컬 재즈는 지켜야 하는 뼈대가 있고, 그 안의 다른 것들을 변주하며 채워야 하는 퍼즐놀이처럼 느껴져요. 지켜야 하는 것이 있어서 더 흥미로워요. 저도 매너리즘에 빠지기는 해요. 그런데 그건 전통적인 음악을 해서라기보다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너무 많은 자극을 받고, 선택을 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매너리즘이죠.




그렇다면 지금 말씀하신 매너리즘은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시나요.


우선 주변의 좋은 친구들에게 욕을 많이 먹고요. (웃음) 매너리즘을 떨쳐내야 하는 이유들을 생각하죠. 가장 큰 이유는 제 음악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에요. 2집이 나오고 3집이 나오는 데 4년이 걸렸죠. 그 4년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새 앨범에 대한 문의를 받았어요. 힘을 많이 받았죠.  직접적으로는 운동을 하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하는 다른 형태의 움직임, 예술활동을 하는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단순히 극복하는 걸 넘어서, 음악적으로나 문학적으로 큰 연관성이 없는 활동들이 음악에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의 경우에는 도움이 되었어요. 저는 운동을 좋아해요. 발레를 좋아해서 꽤 오래 배웠고, 수영도 좋아하고 근래에는 크로스핏을 했어요. 운동을 하면서 연습 방법에 대한  영감을 얻어요. 특히 발레처럼 오랫동안 맥을 이어온 운동들은 그만의 훈련법이나 연습법이 있잖아요. 하나의 큰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세세한 테크닉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요.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하나의 앨범이나 곡을 만들기 위해서 하나의 프레이즈를 제대로 노래해야 하고, 한 음정을 잘 맞춰야 하고, 하나의 단어를 아름답게 말해야 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데서 많은 걸 배웠어요.




음악가로서 가지고 있는 ‘모토’ 같은 게 있을까요.


원래는 TV CF에서 들었던 반찬욱 감독님이 말씀하신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는다’였어요. 그런데 3집이 나오기 직전에 그 ‘약발’이 떨어져서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강수진 발레리나님이 CF에서 나와서 하신 말씀이 도움이 됐어요. (웃음) ‘완벽은 없다’예요.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거라는 걸 믿고, 나 자신을 믿고 무대 위에서 하라’는 내용이에요. 지금의 저를 유지해주는 말입니다.




새 앨범으로 돌아오다


앨범을 4~5년 주기로 발매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고, 음반(특히 재즈 음반)의 저조한 판매수치를 감안한다면 3집까지 낼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고도 느껴져요. 그 앨범들 사이에는 어떤 활동을 했나요.


재즈 클럽에서 연주를 꾸준히 했고,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배웠어요. 컴퓨터 음악, 우쿨렐레를 배우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이 과정에서 이 앨범에 대한 구상도 했겠죠.


2016년 봄부터 구상을 했고, 가을에 녹음을 했어요. 당시에 제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는데, 베이시스트 박진교 님, 기타리스트 정준영(준 스미스) 님과 함께 다양한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렇게 앨범을 구상했어요.




그러면 작업 기간은 어떻게 되었나요.


6개월 정도 후에 녹음을 했어요.




1집은 도전적이고 진취적이었다면, 2집은 대중 친화적인 느낌이에요. 이번 앨범은 선곡을 보나, 분위기를 보나 2집의 연장 선상에 있는 느낌이에요. 앞으로도 스탠더드곡에 기반을 둔 트래디셔널한 보컬 재즈에 집중하시려고 하나요.


그것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제가 하는 음악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있다는 게 큰 축복이잖아요. 제가 부르는 재즈 스탠더드곡들을 듣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계속하고 싶어요. 하지만 현대의 음악들과 요즘 영향을 받고 있는 음악들도 시도해보고 싶어요. 지금 생각하는 것들은 유튜브나 사운드클라우드에 부계정을 만들어 현대적인 컴퓨터 음악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보컬리스트들에게 스탠더드곡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의 거장들의 버전과 비교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점에 부담을 느끼진 않았나요. 레퍼런스로 삼은 부분도 있는지 궁금하네요.


부담감도 있고, 레퍼런스로 삼는 부분도 있어요. 가령, 제가 좋아하는 곡을  엘라와 스테이시 켄트와 사라 본이 불렀다고 하더라도 제가 마음에 들었던 프레이즈는 각자 다르잖아요. 그런 것들을 재조합하고 연주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그 3장의 앨범 사이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많은 구상과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음악가로서 바뀐 점이 있을까요.


굉장히 많이 바뀌었어요. 제가 20대 중반에 1집을 냈어요. 당시에 제겐 ‘이건 맞고, 이건 틀리다’는 정확한 정답이 있었어요. 제 주장이 강했고, 보여주려 했고, 저의 존재를 알리려 했어요. 1집은 그런 성향이 담긴 앨범이에요. 라이브 연주처럼 녹음했어요. 거기에 담긴 내용은 좋았지만, 계속해서 듣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집은 더 앨범답게 만들고 싶었어요. 너무 집중해서 듣는 음악이 아니라 조금 더 편하고 캐주얼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3집을 준비했던 요즘의 저는 다른 형태의 예술이나 주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또 혼자 모든 걸 다 할 수 없다는 것도 생활로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2집의 연장으로  라이브보다는 앨범에 맞는 음악과 함께 작업했던 분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려고 노력했어요. 요즘은 어떤 레퍼토리를 어느 순서로 연주할 것인가, 어떻게 녹음해야 더 아름답게 들리는가 같은 것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힙합이나 알앤비 같은 흑인음악에도 관심이 많다고 하셨잖아요. 호세 제임스 같이 재즈 보컬리스트인데 알앤비/힙합 음악을 아우르는 음악가들도 있어요. 그럼 이런 음악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항상 하고 싶은 장르예요. 에리카 바두의 음악 같은 걸 하고 싶어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로 잘하시는 분들을 염탐하고 있거든요.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어요. 랩은 좀 힘들겠죠. (전원 웃음)





이번 앨범 수록곡 선곡에 기준이 있었나요.


몇 곡은 오래전부터 자주 불렀던 곡이에요. ‘It Might As Well Be Spring’ 은 2009년에 리더스폴 공연에 라이징스타로 참가했을 때 편곡했던 곡이고요. 벌써 10년이 됐네요. ‘Only Trust Your Heart’도 오래전부터 부른 노래예요. 나머지 곡들은 ‘아메리칸 스탠더드’라고 해야겠죠. 스탠더드곡들에도 분류가 여러 가지 있는데, ‘아메리칸 스탠더드’ 계열에 뮤지컬에서 나온 곡들 위주로 골라봤습니다.



이번 앨범에 중점적으로 담아내려고 했던 게 있다면.


우선,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앨범 전반을 관통해요. 사랑을 완성하는 단계에 대한 노래가 많아요. 무엇보다도 멜로디가 아름다운 곡들로 선택하려고 했습니다. 또 스윙과 잘 어울릴 수 있는 곡들이죠. 퍼커션 없이 멜로디 악기들로만 이루어진 소규모 편성의 사운드를 가지고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편곡이나 사운드에 집중했습니다.




이번에는 CD로는 발매하지 않고 LP로만 발매했어요.


이 계획은 이번 앨범을 함께한 MDNT에서 생각한 거예요. 사람들이 음악을 듣는 방식이 바뀌고 있잖아요. 노트북과 카오디오에도 CD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거의 스트리밍으로 들으시잖아요. 음악을 듣는 환경과 수익적인 측면을 고려했고, ‘사람들이 음반을 샀을 때 어떤 것이 의미가 더 클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LP로만 발매하게 됐어요. 원래는 스트리밍 서비스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주변에 LP플레이어가 없는 분들이 많았어요. 저부터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LP와 스트리밍으로 공개하게 됐어요.




LP 패키징이나 색상, 음질 등등... 만족하시나요.


앨범 디자인은 아워멜츠 시절부터 연이 있었던, 요즘 가장 핫한 디자이너이신 이재민 실장님이 맡아주셨어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오렌지 색깔 LP도 마음에 들고요. 레코드페어에서 구입하신 마니아분들이 올리신 리뷰를 보니까 음질 퀄리티도 굉장히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체코에서 작업을 하느라 오랜 시간 마스터링에 공을 들인 보람이 있었습니다.




레코드페어에서 공개하고 2시간 만에 완판이 되었다고요. 더 구할 수 없는 건가요.


저희가 찍은 판이 거의 다 소진되었어요. 굉장히 레어템이 되었어요. 저희 회사 MDNT가 을지로 쪽에 음반샵을 열 계획이거든요. 현재 공사 중이고 올해 중에 오픈할 예정인데, 그곳에서 남은 아주 소량만 판매할 것 같아요. 아마 다른 판매처에서는 판매하지 않을 듯해요.




소속된 회사 MDMT에 대해 조금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재즈 씬에 오랫동안 이어져 온 큰 회사가 거의 없잖아요. 원래는 3집을 혼자 내려고 했어요. 그러던 중에 MDNT 대표이신 기타리스트 강웅 님이 제 음악을 좋아해 주셨고, 좋은 제안을 주셔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잘 끌어주셔서 3집이 나올 수 있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MDNT는 전통적인 재즈 음악을 추구하는 회사예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방향에 맞겠다 싶었고요. 앞으로 함께 진행할 프로젝트들이 기대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 뒤에 오는 후배들이나 학생들을 위해 음악 시장을 조금 더 알고 있는 선배로서 이끌어 줄 수 있는 게 굉장히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허소영 씨의 음악이 대단히 따뜻하고 아름답다고 해요. 실제로 저도 그렇게 느끼고요. 재즈 마니아뿐 아니라, 재즈를 깊게 듣지 않는 사람들까지 아우르는 매력이 있어요. 아마 본인이 가장 많이 느낄 것 같은데, 그 근원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너무너무 감사한 말씀이에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더 많이 고민하고 작업하고 싶어지는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이 굉장히 높아져서 재즈를 즐기시는 분들이 많아진 환경이 중요한 것 같고요. 다양한 음악과 그것의 아름다움을 아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제 음악을 그렇게 수용해주실 수 있는 것 같아요.




공연 때엔 우쿨렐레를 연주하시기도 하는데, 앨범에서는 따로 연주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아요. 기타가 있어서인가요.


이번 앨범이 2016년에 녹음을 했는데, 그 당시에는 우쿨렐레를 연주하지 않았었어요. 지판 외우고 있었고, 이게 좀 편해진 게 2018년 후반이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제가 우쿨렐레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앨범을 녹음하고 싶어요.




지난 앨범도 그렇고, 드럼이 없는 밴드 편성이에요. 나머지 3명의 연주자가 리듬 반주를 잘 해줘서 드러머의 부재를 잊고 들었어요. 드럼을 뺀 이유가 궁금해요. 멜로디를 더 강조하기 위해서였나요.


이 편성이 ‘냇 킹 콜 트리오’ 편성이잖아요. 기타리스트가 퍼커션 역할을 하는 건데, 정준영 님의 연주가 워낙 훌륭해서 드럼이 없이도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2집을 녹음하기 전까지는 늘 비밥 드러머와 혼 섹션이 함께하는 편성을 고집했어요. 지금도 그런 편성의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보컬의 특성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면서 바뀌었죠. 멜로디를 강조하기 위한 것도 있어요. 무엇보다 제 목소리의 볼륨이 크지 않아서 드럼과 함께하면 목소리가 묻히거나, 가장 아름답게 소리 낼 수 있는 지점을 넘어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드럼을 빼게 됐고, 제 목소리가 편하게 들릴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게 되었어요.  




이번 앨범들에 대해 음원사이트 달린 댓글들을 살펴봤어요. 베이스 소리가 너무 좋다는 평이 많더라고요. 저는 그만큼 피아노와 기타 소리도 너무 맑게 잘 녹음됐다고 생각해요. 녹음의 차원에서 특별히 집중했다거나 중점을 둔 부분이 있었나요.


저도 이번 앨범의 따뜻한 사운드가 마음에 듭니다. 녹음할 때 자연스러운 울림을 녹음하려고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같은 공간에서 피아노, 베이스, 기타를 녹음했고요. 녹음 전에 클럽에서 연주를 하면서 탄탄히 쌓아 올렸던 팀워크도 따듯한 사운드에 한몫한 것 같습니다.




10년을 돌아보고, 내다보기


많은 분들이 ‘음악가로서 살아 있는 순간을 느낀다’라는 표현을 써요. 재즈 음악가로서의 존재감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재즈 음악가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스탠더드 레퍼토리는 사실 많은 영역에서 부르거든요. 팝페라를 하시는 분들, 뮤지컬하시는 분들, 클래식 음악을 하시는 분들도 불러요. 여기서 ‘내가 그분들과 어떻게 다른 음악을 해야 하는 걸까’라는 데서 고민이 많아요. 라이브 클럽에서 함께 연주해주시는 분이 던져주신 멜로디를 듣고, 내가 반응을 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다른 반응을 보일 때, 대단히 재즈스럽다고 느끼고, 스스로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환희를 느껴요.




그러면 음악가로서 가장 만족스러운 순간도 그 순간인가요.


그렇죠. 저는 이게 수다 떠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프레이즈를 던졌을 때, 내가 거기에 맞게 재미있는 반응을 하면 거기서 시너지가 일어나잖아요. 그런 것들이 되게 재밌어요.




스스로 즐거운 음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듯해요. 하지만 하다가 보면 더 잘하고 싶고,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고 그런 순간들도 있을 것 같아요. 특히, 보컬 재즈는 대중적으로 더 어필할 수 있는 힘이 있잖아요. 그런 욕심이 있으신가요.


항상 있어요. 그리고 즐겁게 음악을 하겠다는 건, 앞서 말씀하신 것들을 모두 포함한 상태에서 즐겁게 하겠다는 거예요. 저는 제 노래에 엄격한 편이에요. 그래서 잘 나서지 않는 편이기도 해요. 하지만 거기에서 어떤 지점을 알아내고, 어떻게 연습해야 좋아질지, 길게 봐서 얼마나 좋아졌을지를 확인할 때 즐거워요. 이렇게 오랫동안 준비해서 앨범을 냈을 때 누군가가 힘내라는 댓글을 써주시고, ‘나 그 사람 들어봤어’라고 이야기해주고, <꽃보다 할배>에서 들었다고 알려주면 되게 기분이 좋고, 더 욕심이 나죠.




대중적으로, 그리고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는 선배 재즈 보컬리스트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자극도 받나요.


그럼요. 같은 씬에, 그리고 비슷한 환경에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분들이 얼마만큼 노력했고, 고민했을지가 와 닿아요. 그분들이 앞에 서서 길을 만들어주는 게 굉장히 고마워요. 항상 응원하고, 또 거기에서 힘을 받아서 저도 발전하다면 시너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1집 앨범 발표하고 10년이 지났어요. 스스로 평가하게 그 시간은 어땠나요.


제가 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은 10년이었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음악 씬에 대한 이해라든가,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 것에 대한 고민에 있어서는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앞으로의 10년에 대해, 10년 뒤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일단, 10년 후면 정말 중년이에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고요. 완벽하진 않아도 되지만,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결과물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야기했던 것처럼 제가 영향을 받고 자란 환경을 재즈라는 언어를 통해 어떠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10년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재즈는 오래 할 수 있는 음악이기는 하지만, 신체적 한계로 인해 보컬리스트가 악기 연주자만큼 노년 때까지 하기는 쉽지 않아요. 하지만 그걸 극복해내는 보컬리스트들도 많아요. 토니 베넷은 90대인데도 여전히 노래를 해요. 허소영 씨는 언제까지 노래하고 싶나요.


엘라 피츠제럴드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목소리를 들으면 초년, 중년, 노년을 구분할 수 있었고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요즘엔 제 목소리가 변하는 게 느껴져요. 저는 중년에 들어선 느낌이에요. 이건 제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운의 문제이기도 해요. 목소리가 나오는 한은 계속 노래하고 싶어요.




음악가로서 추구해나가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있어야겠다는 것. 제가 가지고 있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주변에 영향을 받고, 발전해야겠다는 거죠.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추구하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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