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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앤드류 시릴 [Lebroba]  
제목 [리뷰] 앤드류 시릴 [Lebroba]   2018-12-23

최규용


올스타 밴드 이상의 완벽한 트리오로서의 호흡


프로 스포츠 경기에서 제일 흥미를 끄는 동시에 재미가 덜한 것이 올스타전이다. 실전의 긴장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실력 있는 유명 선수들로 수성된 팀에서 기대했던 탄탄한 호흡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재즈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어떤 결과보다는 만남 자체가 주는 흥미로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통은 공연 중심의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곤 한다.


드러머 앤드류 시릴을 중심으로 트럼페터 와다다 레오 스미스,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의 조합 또한 아방가르드 재즈 쪽의 슈퍼 그룹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 트리오는 단순히 유명 연주자들의 만남을 넘어서는, 어쩌면 이들의 조합에서 애호가들이 기대할 수 있었던 최고의 음악을 선사한다. 올스타전에서 만난 세 선수의 음악이 아니라 거액의 몸값을 받고 뉴욕 양키스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팀에서 만난 세 선수의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앨범에서 세 연주자는 누가 중심이랄 것도 없이 완벽한 삼각형을 이루었다. 각 연주자들의 고향인 릴랜드(와다다 레오 스미스), 브루클린(앤드류 시릴), 그리고 발티모어(빌 프리셀)의 첫음절을 조합해 앨범 제목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리라. 게다가 세 연주자는 악기에 부여된 전통적인 위치는 있을지언정 역할까지 고정하지 않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앤드류 시릴의 드럼 연주에서부터 발견된다. 그는 박자나 리듬의 물결을 만들어 다른 두 연주자가 연주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멜로디적인 면까지 느끼게 해주는 연주를 펼친다. 와다다 레오 스미스가 앨리스 콜트레인을 그리며 만든 ‘Turiya: Alice Coltrane Meditations And Dreams: Love’에서의 연주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그는 와다다 레오 스미스와 빌 프리셀이  만드는 멜로디의 흐름에 따라 심벌과 스내어, 탐탐을 오가며 변화에 반응하는 한편 두 동료의 솔로 사이에 이를 확장하려는 듯한 두드림으로 곡들의 부드러운 이어짐을 가능하게 한다.



한편 빌 프리셀은 사색적인 톤을 바탕으로 트럼펫과 드럼 사이에서 연결점 역할을 하는 동시에 넉넉함이 묻어나는 솔로로, 와다다 레오 스미스는 뜨거움과 차가움을 오가는 솔로로 자신을 드러낸다. 그런 중에서도 어느 하나의 스타일로 경도되지 않은 만남 자체의 긴장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것은 세 연주자의 즉흥 연주로 구성된 ‘TGD’에서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세 연주자의 어울림이 완벽한 삼각형을 이루는데 그쳤다면 트리오의 음악은 그냥 올스타전 같은 음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 연주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음악을 지향한다. 존중을 넘어선 믿음의 음악이랄까? 자기 연주를 하면서도 동료와 부단히 대화한 것이다. 빌 프리셀이 쓴 첫 곡 ‘Worried Woman’부터 마지막 곡 ‘Pretty Beauty’에 이르기까지 모든 곡에서 세 연주자는 같은 곡에 대한 독립된 듯한 느낌의 연주를 펼치면서도 다른 동료가 참여할 여백을 할애한다. 그사이에 다른 동료의 연주가 이어지는데 그것은 단순히 테마에만 기인하지 않은, 동료의 연주에 대한 공감과 화답 같은 모습을 보인다. 느슨한 형태의 인터플레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곡의 구조, 형식이 아닌 함께 하는 연주자의 존재를 수용했을 때야 가능한 연주. 그렇기에 세 연주자가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신선한 만남을 넘어선, 마치 트리오가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 같은 음악이 나올 수 있었다. (참고로 와다다 레오 스미스와 빌 프리셀은 앤드류 시릴과는 함께한 적이 있지만 서로는 이번이 첫 만남이었다.) 특히 ‘Pretty Beauty’에서의 아름다운 서정은 세 연주자들의 연주력과 상관없이 정서적인 공감이 없었으면 만들기 어려운 것이었다.


재즈는 다른 음악, 다른 연주자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곤 한다. 그래서 때로는 완결성보다 만남이라는 과정이 더 중요하게 부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트리오는 그래도 남는 것은 음악임을 생각하게 해준다. 맞다. 어쨌건 녹음된 상태로 남아서 사람들에게 들리는 것은 음악이다. 연주자들이 만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만든 음악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세 연주자의 어울림은 순간의 진실을 추구하면서도 그것이 영원한 진실로 남을만한 설득력 높은 음악을 만들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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