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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칙 코리아의 음악세계  
제목 [기획] 칙 코리아의 음악세계   2018-10-17


‘칙 코리아’라는 이름에 친숙하리라 믿는다.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레전드 피아니스트 4인방(맥코이 타이너, 허비 행콕, 칙 코리아, 키스 자렛) 중 한 명인 그는 속칭 ‘다재다능의 끝판왕’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장르와 경험을 섭렵한 연주자로, 지난 50년간의 재즈의 역사를 함께한 거목이다. 거치지 않은 재즈 계열 장르는 없다고 할 정도로 숱하게 많은 경험치를 쌓아 올린 그는 말 그대로 산더미 같은 걸작들을 남겼다. 곧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나이가 무색하게 아직도 다양한 편성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는 칙 코리아. 그런 그가 오는 10월 30일, 잠실 롯데월드몰 내에 위치한 롯데콘서트홀에서 솔로 피아노 공연을 한다고 하니 우리에게는 큰 감동이 아닐 수 없다. 다시금 그의 열정과 체력에 박수를 보낸다.  


돌이켜 보건대, 칙 코리아만큼 멋진 음악 인생을 사는 뮤지션이 몇이나 될까? 온갖 다양한 편성에 대한 시도, 누구보다 앞서가는 선견지명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감수성, 넓은 관심사와 스펙트럼, 그에 대한 보상으로 그래미 어워즈의 단골손님이자 얼굴마담, 그가 바로 현대 재즈의 최고봉 칙 코리아이다.


필자에겐 잊히지 않는 기억이 하나 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인 2008년 2월 29일, 장소는 미국 보스턴의 심포니홀이다. 당시 최고의 주목을 받던 두 명의 월드클래스 뮤지션 칙 코리아와 밴조 연주자 벨라 플렉의 듀오 공연이 열렸던 것이다. 그날 공연의 수준은 지금까지도 각인되어 있을 정도로 놀라웠다. 칙 코리아의 리딩, 그리고 벨라 플렉의 이끌림. 때로는 상반되기도, 때로는 같은 방향으로 향하기도 하며 몰아치는 그들의 흐름은, 단순한 음악이 아닌 감정이 휘몰아치는 하나의 토네이도였다. 당연히 찰떡같은 호흡과 월드클래스 즉흥연주는 덤이었다.


이전과 이후에도 칙 코리아 트리오, 일렉트릭 밴드 등 여러 번의 칙 코리아 공연을 관람한 바 있지만, 특히 벨라 플렉과의 연주에서 내가 확신한 것은 이것이었다. 칙 코리아의 진정한 피아니즘을 확인할 수 있는 적기는, 그의 트리오나 일렉트릭 퓨전 밴드보다 듀오나 솔로 피아노라는 것이다. 적어도 피아노 연주의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아직도 그러하다고 확신한다. 곧, 칙 코리아 피아노의 100%를 들을 수 있는 핵심 스타일은 바로 듀오와 솔로 피아노라는 것이 지금 내가 강조하는 포인트다.  



본명은 아만도 앤서니 코리아(Armando Anthony Corea). 1941년 매사추세츠주 첼시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계 혈통으로 태어난 그는 1960년대 초중반 허비 맨과 스탄 게츠의 세션맨으로 프로페셔널 커리어를 시작했다. 만 25세이던 1966년의 데뷔작 [Tones For Joan’s Bones]은 큰 이목을 끌지 못했지만, 그의 두 번째 앨범인 1968년의 [Now He Sings, Now He Sobs]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반 중의 명반으로 꼽힌다.


음악 커리어 서막부터 화려하게 장식하며 뉴욕 재즈 씬에 등장한 그는 1969년부터 마일스 데이비스로부터 촉발된 퓨전 재즈의 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1969년 마일스 데이비스에게 기용되어 그의 [Filles De Kilimanjaro], [In A Silent Way]에 사이드맨으로 참여한다. 특히 5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마일스 데이비스의 앨범 [Bitches Brew]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탄탄히 구축해갔다.


1970년 마일스로부터 독립해 잠시 서클(Circle)이라는 아방가르드 재즈 밴드에 합류한 적이 있지만, 불과 1년 뒤 칙 코리아는 음악의 방향을 전환한다. 1972년 자신이 리더로 ‘리턴 투 포에버’라는 전설적인 퓨전 밴드를 결성한 것이었다. 라틴 아메리카 음악을 적극 차용해 록, 훵크 음악과 섞어 연주하는 이 밴드 음악은 보컬, 플루트, 소프라노 색소폰, 키보드, 베이스, 드럼, 그리고 일렉트릭 기타로 이루어진 편성으로 수많은 족적을 역사에 남기게 된다.


1980년대 ‘일렉트릭 밴드’로 퓨전 재즈의 또 다른 한 획을 그은 칙 코리아는, 같은 멤버들로 ‘어쿠스틱 밴드’를 꾸려 그래미 어워즈에서 수상한 경험도 있다. 평생에 걸쳐, 하다못해 최근에 이르기까지도 칙 코리아는 퓨전 재즈의 성향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분명 칙 코리아 음악의 가장 큰 축이다. 하지만 이 퓨전 혹은 트리오 사운드와는 다른 섬세함이 듀오와 솔로 피아노에서 실재하고 있다.


비록 개인적인 의견이나 듀오 연주야말로 칙 코리아의 개성과 피아니즘을 가장 잘 드러내 준다고 믿는다. 1972년 게리 버튼과의 ECM 음반 [Crystal Silence]를 시작으로, 허비 행콕, 바비 맥퍼린, 벨라 플렉, 히로미 우에하라, 스테파노 볼라니 등과 듀오 연주를 남겨온 그는 지금껏 가장 위대한 ‘듀오 스페셜리스트’ 중 한 명으로 남아 있다. 완벽한 피아노 컨트롤부터 특유의 밝은 톤, 각종 클래식의 기교와 넘치는 라틴 그루브감까지, 이 모든 것을 곁들여 협연자를 지원하는 칙 코리아의 연주는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다.



그의 완벽한 악기 컨트롤은 솔로 피아노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1971년 [Piano Improvisations, Vol. 1 & 2]를 시작으로 1983년 [Children’s Songs], 2000년 [Solo Piano: Standards]와 [Solo Piano: Originals]를 발표, 가장 최근에는 2014년 [Solo Piano-Portraits]까지, 평생 여러 장의 솔로 피아노 음반을 통해 칙 코리아는 자신만의 피아니즘을 강렬하게 남겼다.


퓨전 밴드, 피아노 트리오, 듀오, 솔로, 클래식까지. 무엇보다 이 모든 활동을 동시대에 선보이는 그의 역량이 실로 놀랍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뮤지션들은 하나의 편성을 유지하다가, 그다음 단계에서 다른 시도와 편성을 선보이는 등, 개인적 순위대로 새로운 장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칙 코리아의 경우 무려 20개가 넘는 그의 밴드들 하나도 잊지 않고 ‘동시에’ 진행시키고 있다. 이것이 칙 코리아의 위대함이며, 재즈 뮤지션계의 진정한 멀티태스커로서의 존재감을 그 누가 부정할까.


2008년부터는 리턴 투 포에버 밴드를 부활시켰고, 역시 2008년 파이브 피스 밴드(Five Peace Band)를 결성했으며, 2012년에는 게리 버튼과 다시금 듀오 음반을 발매했다. 같은 해 빌 에반스 헌정 앨범을 만들기도 하고, 2013년에는 현시대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브라이언 블레이드와 트리오로 [Trilogy] 음반을 발표했으며, 같은 해 퓨전 재즈 앨범 [The Vigil]을, 2015년에는 벨라 플렉과 다시 컬래버레이션 앨범을 발매하기에 이르기까지, 지난 10년간의 칙 코리아 행보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정도다. 그래서 그 유명한 사건이 이것 아닌가. 2016년 칙 코리아의 75번째 생일 축하 공연이 뉴욕의 블루노트 클럽에서 6주간 열렸는데, 지금까지 해 왔던 20여 개의 다른 밴드들로 매일 다른 밴드 공연을 선보였다고 한다.


이토록 복잡한 밴드 편성들을 동시에 운영해 온 그이기에, 다소 그의 솔로 피아노가 협소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진심을 담아 다시금 강조컨대, 그의 듀오와 솔로 피아노 연주는 진짜배기다.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크다. 퓨전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칙 코리아도 멋지지만, 섬세함이 극에 달한 칙 코리아의 솔로 피아노를 들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시대에 태어난 우리에게 하나의 축복이 아닐까.


평생 60번 이상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올라 총 21개의 그래미 수상을 이뤄낸 전설 중의 전설 칙 코리아의 위엄이란! 라이벌이자 절친 허비 행콕이 14번의 그래미 수상, 전설적인 선배 연주자인 빌 에반스가 7번의 그래미 수상을 이뤄냈던 것과 비교해 칙 코리아의 상복은 두드러진다. 그만큼 위대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칙 코리아, 그리고 그의 내한공연이다.


이번 공연은 칙 코리아에게 있어선 인생 수천 번의 공연 중 하나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첫 기회이자 큰 감동이 아닐까. 칙 코리아 피아니즘의 끝을 볼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부디 열혈독자들께선 역사책에 영원히 이름이 남을 칙 코리아 솔로 피아노 라이브를 볼 수 있는 호사를 절대 남에게 양보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주헌 | 피아니스트   

김주헌 혹은 라르고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피아니스트.

팟캐스트 <재즈가 알고싶다>에서 화려한 언변으로 이름을 알리는 중.






칙 코리아 솔로 피아노
일시 2018년 10월 30일 (화) 오후 8시
장소 롯데콘서트홀
티켓 R석 90,000원 / S석 70,000원 / A석 50,000원 / B석 20,000원
문의 롯데콘서트홀 1544-7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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