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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싱어송라이터 나희경  
제목 [인터뷰] 싱어송라이터 나희경   2018-09-27

 

나희경. 우리는 흔히 그녀를 보사노바 싱어송라이터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그녀의 음악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범주화하고 싶지 않은 그녀만의 느낌이 한 곡 한 곡 묻어난다. 브라질에서 녹음과 믹싱을 마치고 한국에서 마무리 작업을 한 정규 4집 앨범 [Amora]에 대한 이야기와 그동안의 작업, 그리고 그녀가 음악을 대하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브라질에서 지내다가 8월 말에 한국에 방문하셨는데요, 돌아와서 무엇을 했나요.

 

일적으로는 정규앨범 마무리 작업 하고 있고, 앨범 재킷 작업을 집중해서 하고 있어요. 부모님 댁에 머무르면서 가끔 소풍도 다니고, 그러고 있습니다.

 

 

 

작년에 브라질로 거주지를 옮겼는데요, 지금은 브라질 어디에서 지내고 있나요.

 

저는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어요. 브라질의 상업 도시이고, 문화 공연이나 전시가 가장 많이 열리는 도시이기도 해요. 그 전인 2010년부터 작년, 재작년까지 주로 거주하던 곳은 사람들이 리우라고 많이 부르는 리우데자네이루였어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지낼 때와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이해가 쉽게 설명하면 상파울루는 서울과 수교를 맺고 있어요. 도시적인 느낌, 실용적이고 모던한 느낌이 있어요. 리우데자네이루는 부산이랑 수교를 맺고 있어요. 리우데자네이루는 항구도시거든요. 세계 3대 미항(美港)이기도 한 굉장히 아름다운 도시예요.

 

 

 

그러면 요즘도 리우데자네이루에 계시는지요.

 

제 앨범 작업은 모두 리우에서 하고 있어요. 오랫동안 함께 했던 뮤지션들이 대부분 리우 기반이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상파울루에서 거주하고, 리우를 오가면서 작업했어요.

 

 

 

브라질 뮤지션과의 작업

 

정규 앨범이 아닌 작업 중에 최근 작품은 셀소 폰세카와 함께했죠.

 

네 곡을 작업해서 EP 한 장이 나올 분량이었는데 하나씩 풀어서 싱글로 발매를 했었죠. 그때는 한 곡 한 곡에 힘을 실어보고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실험 정신이 있었어요. 그동안 제가 꾸준하게 피지컬 앨범을 만든 편이었거든요. 이번에 나올 정규앨범은 3년 만이긴 한데, 그 전에도 정규는 계속 2년마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EP나 미니 앨범 아니면 제가 프로듀싱한 다른 앨범을 꾸준히 냈어요. 2015년까지는 계속 피지컬 앨범을 만들었죠. 이후에 했던 작업이 2016년 말부터 2017년 4월 정도까지 6개의 싱글을 한두 달 간격으로 내는 거였는데 이건 사실 8개의 곡이라 앨범 하나의 분량이에요. 이걸 한번 풀어 내보면서 곡 하나하나를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실험해보고 싶었어요. 정규로만 내면 사실 한 곡 한 곡의 반응을 알기 어렵잖아요. 또 저나 주변에서 파악하는 것은 굉장히 제한적인 시각이니까요. 

 

 

 

매 앨범마다 브라질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데, 그 점은 어떤가요.

 

브라질 뮤지션들과 하는 작업은 언제나 즐겁고, 영감을 많이 받아요. 재밌어요. 부담스럽거나 어렵지 않고, 브라질이 굉장히 수평적인 사회라 젊은 뮤지션들의 의견도 오픈 마인드로 받아들여요.

 

 

 

이반 린스나 호베르토 메네스칼 같은 뮤지션들과 작업한 곡을 들어보면 그런 부분들이 곡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아요.

 

다들 되게 자유로워요. 스튜디오에서 의견을 내는 것도 자유롭고요. 장단점이 명확하죠. 한국은 프로듀서나 디렉터가 시나리오를 만들고, 그것을 정확하고 디테일하게 구현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브라질은 과정 속에서 즉흥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는 음악 환경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되게 재즈적이네요. 그래서 제가 계획한 거랑 결과물이 달라질 때가 상당히 많아요.

 

 

 

그러면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에는 만족을 하는지, 아니면 순응을 하는지.

 

(전원 웃음) 그동안 여러 개 했으니까, 그중에는 아쉬운 것도 있었고, ‘의도랑 좀 다르네’ 싶었던 것도 있고. 예상보다 훨씬 좋다고 느낀 것도 있었죠. 뭔가 좀 더 그때그때 순리에 따라갔던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나중에 들어보면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나중에 이해가 되기도 하고.

 

 

 

브라질에서 찾아온 신보

 

3년 만의 정규앨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했는데, 곧 나올 앨범에 관해 이야기해 주세요.

 

제목은 [Amora]입니다.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amor’는 사랑이라는 뜻이고, ‘amor a’는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에요. 그리고 ‘a mora’가 되면 ‘살아간다’는 뜻이 돼요. 

 

 

 

중의적인 앨범 제목이군요.

 

맞아요. ‘amora’라는 단어 자체는 포르투갈어로 산딸기, 블랙베리에요. 단어 자체는 상큼한 의미죠. 이번 앨범은 전작들과 비교를 하면 전체적으로 밝아요. 베리 종류가 브라질에 많이 있는 열매기도 하고, 활기를 주는 열매이다 보니까 그런 밝은 에너지를 주는 앨범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하게 되었어요. 어느 정도 무게가 덜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이번에도 이반 린스, 호베르토 메네스칼 같은 브라질의 뛰어난 아티스트와 함께했는데요, 그중 이반 린스(원곡자)와 함께 부른 ‘Somos Todos Iguais Nesta Noite’가 인상적이었어요. 

 

원래 제목은 ‘이 밤 아래 우리는 모두 같다’라는 의미로 길어요. 곡의 가사가 매력적인 것이, 브라질이 군부독재 하에 있었을 때 쓰인 노래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는 노래예요. 노래는 되게 신나고, 가사는 ‘밴드를 불러서 연주하며 무대 위로 올라가자, 이 서커스 아래서 우리가 모두 입을 걸어 잠그고 광대같이 살고 있다.’ 이런 내용을 초반에 담고, 후렴구에서는 무대 위에 올라가자고 반복하는 거죠. 역사적인 흐름과 같이 보면 의미가 남다른 가사예요. 

 

 

 

그러면 이 곡을 이번 앨범에서 작업한 이유가 따로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와는 조금 벗어나 있는 노래인데, 다른 수록곡들은 대부분 사랑을 많이 담고 있고, 전작들에 비해서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가 압도적으로 많은 앨범이 아닐까 해요. 위의 곡은 앨범과 주제는 좀 다르지만, 제가 이반 린스와 작업하면서 배우고 싶은 곡을 골라봤어요. 저는 1집 때부터 약간 단계를 밟아가면서 공부를 한다는 느낌으로 앨범을 내고 있었거든요. 초반에는 특히나 그랬고요. 단계라는 것을 거쳐야 그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곡을 고를 때도 도전하고 싶은 곡들을 골라보곤 했었어요. 이 곡을 고를 때는 그런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반 린스가 이 곡을 스튜디오에 와서 녹음하는 걸 보고 이거구나, 싶더라고요.

 

 

 

앨범의 구성은 어떤지 궁금해요.

 

밝게 시작을 하고 차분해지다가 어느 정도 멜랑콜리한 것을 중간에, 그리고 전형적인 삼바 리듬의 밝은 곡을 마지막 즈음에 배치를 했어요. 마지막 곡 ‘Feliz’는 앨범 전체적인 흐름에 붙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마무리의 느낌이 강한 배치예요. 가사에서 사랑을 잘한 사람에게는 또 다른 두 개의 삶이 열린다는 대목이 개인적으로 좋았어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런 경험이 생기고 나면 사람이 달라지고 삶이 달리보이는 계기를 주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곡이죠.

 

 

 

‘Feliz’에선 브라질 싱어 레일라 피네이루와 함께했어요. 

 

이 곡은 곤자기냐라는 브라질 싱어송라이터의 곡인데요, 레일라 피네이루의 공연을 최근에 많이 보러 갔었는데, 공연을 보며 와 닿았던 곡이라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플루트하고 색소폰을 연주한 다비드 간스도 인상 깊었어요.

 

첼리스트 자크 모렐렌바움도 그렇고 현지에서 영향력 있는 뮤지션이에요. 지금은 리우국립대학에서 강의하고 계시고요. 다비드 간스는 이번 앨범 전부터 같이 작업한 지 꽤 되었어요.

 

 

 

브라질로의 이주와 음악적 변화

 

브라질에서 한국을 오가면서 음악을 한 지 8년 정도가 되었는데, 현재 4집 작업까지 하면서 본인이 느낀 음악적 변화가 있는지.

 

변화는 8년간 참 커서 하나로 압축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브라질, 브라질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어요. 책이나 영상 같은 매체를 통해 한 다리 건너서 접했을 때에는 계속해서 편견이 작용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초반에는 제가 브라질 음악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나 배우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게 있었다고 한다면, 막상 브라질에 가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은 빙산의 일각이고, 수많은 인식과 스타일이 존재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보사노바가 좋아서 갔지만 지금은 다방면의 음악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거든요. 관심사도 많이 넓어지고, 제가 추구하던 대상이 되는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이 가장 큰 변화 같아요. 깊게 교류할수록 알게 되는 게 달라지잖아요. 연애하듯이. (웃음)

 

 

 

전작에 비해 한국어 가사가 늘었어요.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요.

 

의식을 하고 만들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어요. 제가 브라질로 이주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 중 일부는 ‘브라질로 아예 넘어가니까 더 브라질스러운 것을 만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여기에 머물면서 브라질 안에 있으니까 그런 마음이 더 사그라들더라고요. 브라질적인 것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보다 나 자신한테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곡을 쓰다보니까 저에게 가장 편한 언어로 가사가 나온 것이 아닐까 싶어요. 곡의 분위기나 편곡의 스타일도 조금 더 저다운 것들이 반영되었을 테고요.

 

 

 

바꿔서 생각해보면 브라질에 자리를 잡지 않고 한국과 오가면서 작업을 했다면 방향성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군요. 

 

네. 오히려 4집이 더 브라질적으로 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멀리서 상대를 두고 탐할 때와 가까이 있을 때는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는 앨범을 만들고 들어보면서 의아해하실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그 분들에 대한 실체는 없어요. 그냥 저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느낀 건 자연스러운 지금의 내 모습이구나 싶더라고요. 3집보다는 멋을 덜 부린 것 같아요. 

 

 

 

‘사람들이 나희경이라는 뮤지션에게 바라거나 예상하는 보사노바, 음악’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느낌을 매 앨범을 낼 때마다 단계적으로 느껴져요.

 

3집 때는 멋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이번에는 좀 가벼워졌어요. 말씀하신대로 저는 나희경 1집을 발매하면서부터 보사노바를 저를 통해 처음 접한다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어느 정도 사명감도 느끼고, 동시에 ’나희경이 내는 노래들이 정통 보사노바다’라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2집 때는 도리어 보싸다방으로 활동할 때 느낌의 심플하고 재즈적이지 않은 편곡을 시도했어요. 사람들이 저를 보사노바의 싱어송라이터라고 많이 부르는데, 그건 일종의 라벨링이잖아요. 그런 것은 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견인 역할을 하는 것이고 결국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보사노바에서 나희경이라는 사람으로. 이 무게중심의 이동이 이번 앨범에서 드러나기도 해요. 

 

무게중심이 확실히 브라질이라는 나라에서 저로 더 옮겨온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안에는 브라질이 담겨있으니까. 이제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안 할 수 있다고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노래를 만들면 그렇게 나오더라고요.

 

 

 

브라질 뮤지션과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정신은 어떤 게 있을까요.

 

자유롭고, 과감해요. 이것은 비단 연주자들의 연주 스타일뿐만 아니라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믹싱하고 마스터링하는 과정을 보면 과감하고 극적이에요.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것을 보면 자기를 억누르지 않고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연주를 많이 해요. 그리고 관대해요. 창작이 시작될 때 자유롭고 과감한 것은 영감을 주죠. 브라질 음악은 과감한 만큼 관대하게 그 과감함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요. 

 

 

 

본인이 작업을 하는 방향성이 브라질 뮤지션들과 비슷한가요.

 

저는 그렇진 않아요. 그렇게 관대하지는 않고, 트러블도 있었어요. 세자 마샤두라는 음악적 파트너가 있는데, 초반에는 서로 이해하지 못해서 다투기도 하고 별의별 경험들을 많이 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서로가 이해되더라고요. 그분의 과감함을 배우게 되고, 제가 조금 더 완벽을 추구하는 장점들을 작품에서 활용하게 되요.

 

 

 

10월 중에 공연 계획이 있다고요.

 

9월에 앨범작업을 마무리하고, 10월 8일에 롯데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하고, 구리 아트홀에서 공연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올해 서울숲재즈페스티벌에서도 공연할 예정입니다. 

 

 

 

이번 앨범은 페이지터너에서 앨범 발매를 하는데요.

 

전부터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과 결이 맞는 곳,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이 비슷한 곳과 파트너십을 맺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었거든요. 전 회사 측에서도 제가 그런 것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편하게 대표님과 얘기도 하고 전혀 문제없이 진행되었어요. 제가 재즈 싱어의 기본이 되는 스캣을 하는 것도 스윙을 좋아해서 트레이닝을 한 것도 아니기에 저는 재즈 기반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공부하기 시작한 것도 그렇고 스스로를 보사노바 기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서의 소속감에 대해서 가끔은 외딴 섬처럼 느낄 때가 많았어요. 대개 한국에서는 보사노바가 재즈의 하위 장르로 분류가 되잖아요. 그런데 사실 보사노바는 삼바의 하위 장르라서 뿌리가 다르고, 그러다 보니까 저도 재즈 뮤지션이나 인디 뮤지션 같이 활동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고요. 그래서 아직 결이 맞는 회사가 없었는데, 페이지터너가 활동하는 방향을 보고 어쩌면 결이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어요.

 

 

 

이후에 하고 싶은 작업은 어떤 것이 있나요.

 

브라질에서 보사노바는 어느 정도 옛것이 되었고, 제가 돌아가서 다음에 하고 싶은 작업 중 하나가 지금까지는 보사노바를 기반으로 해서 뿌리가 되는 음악들을 많이 공부하고 싶어 했다면, 현재 브라질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음악들 중 보석 같은 것들을 찾아보고 싶어요. 

 

 

 

 

 

조원용 | 월간 재즈피플 필자

예술이 생활 속에 있어야 한다는 믿음.

생활이 예술 속에 있어야 한다는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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