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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토드 구스타브센 트리오 [The Other Side]  
제목 [리뷰] 토드 구스타브센 트리오 [The Other Side]   2018-09-27


돌아오지 않고 나아가다


뮤지션의 행보에 있어서 첫 번째 앨범은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처음이라는 정서적 의미와 더불어 듣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처음부터 정면승부를 택하는 뮤지션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음악적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듣는 이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음악을 선보이곤 한다. 아무래도 소위 ‘히트곡’이나 ‘대표곡’의 탄생은 그 뮤지션에 대한 대중의 접근을 쉽게 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 앨범부터는 자신의 음악적 색채를 좀 더 짙게 담아낸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방식을 택한다. 이러한 사례는 가요나 팝 아티스트들에게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사랑을 받은 첫 번째 앨범을 가진 토드 구스타브센에게도 이러한 공식이 어느 정도 적용된다. 그의 첫 번째 앨범 [Changing Place]는 특별했다. 재즈 팬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음악적 성취 또한 이루어 냈다. 특유의 내밀한 속삭임을 들려주는 듯한 연주와 확연히 드러나는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 전개가 새로운 스타일의 컨템포러리 재즈의 등장을 알렸다. 특히 매우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으로 달콤함을 간직하면서도 곡을 풀어가는 방식은 극도로 섬세하게 함으로써 품위와 고상함을 잃지 않았다. ECM 스타일의 독특한 팝 재즈를 경험할 수 있었던 앨범이자 그에게 ‘대표작’과 ‘음악성’이라는 타이틀을 모두 안겨준 앨범이다. 이후 연속으로 발표한 두 장의 트리오 앨범은 첫 번째 앨범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서사적인 면과 실험적인 면을 조금씩 드러냈다. 그러다 보니 훌륭한 작품임에도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특별했던 그의 첫 번째 앨범은 그의 모든 앨범의 비교 대상 혹은 기준처럼 되어 버렸다.



트리오 3부작 이후 앙상블, 쿼텟, 피아노-보컬 트리오을 거친 토드는 모처럼 트리오 앨범 [The Other Side]를 발표했다. 이 앨범은 편성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될 법하다. 트리오 시절 그가 들려준 음악이 가장 그답다고 생각하는 팬들이 많기 때문이다. 마치 그 기대에 부응하듯 첫 번째 트랙 ‘The Tunnel’에서 그만의 감수성 짙은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느린 진행 가운데 공간을 꼼꼼하게 채워나가는 그의 연주는 예전 트리오 시절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특유의 감미로움보다 블루스 혹은 가스펠적인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상대적으로 또렷한 멜로디가 돋보였던 지난 트리오 앨범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이다. 베이스 솔로로 시작하는 ‘Kirken, Den Er Et Gammelt Hus’와 ‘Re-Melt’에서는 기존의 팝 재즈적인 요소가 다소 옅어진 요즈음의 컨템포러리 재즈를 들려준다. 그의 솔로 연주는 여전히 돋보인다. 화려한 기교나 긴장을 많이 주는 연주보다 주어진 조건에서 이야기를 충실히 풀어가는 방식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곡에 대한 집중도도 높인다.


네 번째 트랙 ‘Duality’에서부터 이 앨범은 한 차례 변화를 겪는다. 이 앨범에서 가장 급진적으로 느껴지는 이 곡은 파편화된 트리오 연주를 들려준다. 그러나 이러한 산발적인 연주 역시 토드 특유의 서정성 안에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다음 트랙인 ‘Ingen Vinner Frem Til Den Evige Ro’는 ‘Duality’의 연주가 다시 구성적으로 모여드는 것 같은 곡으로 장엄한 피아노 연주 속에 희미하게 살아있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베이스의 거친 활 연주와 드럼의 심벌 위주의 회화적 연주는 우아함과 격정적인 상태의 중간쯤에 자리하여 곡의 웅장함을 더한다.


이어지는 세 곡은 종교적인 내용을 주제로 한 곡으로 장엄한 흐름을 더욱 고조시킨다.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Taste And See’와 바흐의 곡을 모던한 트리오 스타일로 편곡한 ‘Schlafes Bruder’와 ‘Jesu, Meine Freude Jesus, Det Eneste’까지, 앨범은 점점 정점을 향해 나아간다. 피아노뿐만 아니라 드럼과 베이스가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한 상태에서 각자의 표현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연주가 눈에 띈다. 자유분방한 듯 보이지만 형식의 윤곽이 선명히 느껴지는, 오히려 견고한 인터플레이의 결과물로 들린다.


‘The Other Side’에서 다시 토드 구스타브센만의 지난 트리오 앨범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서정미 가득한 음악으로 돌아오지만, 이후의 트랙에서는 이내 비장미 가득한 음악으로 채워진다. 아기자기했던 표현법은 대담해졌고 매끈했던 표면은 다소 거칠어졌다. 토드는 이 앨범에서 미적인 것보다는 숭고함을 더 강조한다. 표현하기 어려운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그의 관심은 아마도 그동안의 작품 활동의 연장선에 있어 보인다. 그는 옛 영광의 재현을 위한 것도 아니고 그저 음악 여정 가운데 트리오라는 편성을 선택한 것뿐이다. 트리오로 돌아왔지만, 그의 음악은 형식과 관계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이 작품에서 보여준다.


★★★½






이상희 | 월간 재즈피플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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