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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니어 이스트 쿼텟 [Near East Quartet]  
제목 [리뷰] 니어 이스트 쿼텟 [Near East Quartet]   2018-09-05


전통과 새로움을 지닌 NEQ만의 정체성


니어 이스트 쿼텟(이하 NEQ)의 3번째 정규 앨범이자, ECM 데뷔 앨범이다. 네 명의 멤버와 타악기 연주자 최소리의 협연으로 만든 이번 앨범에는 2집과 마찬가지로 소리꾼 김율희가 참여했는데, 앨범을 녹음한 후 개인 사정으로 팀 활동을 중단했다.


니어 이스트 쿼텟은 2010년 데뷔 때부터 일관되게 한국적인 음악의 정체성을 찾고 표현하기 위해 애써왔다. 한국적이라는 특징 자체가 모호해진 21세기에 NEQ는 그럼에도 한국만의 차이를 발견하고 부각시키기 위해 한국 전통음악에 담긴 어법과 정서에 주목했다. 흔히 국악이라고 부르는 정악과 민속악의 어법에 깃든 방법론과 정서를 재즈의 언어와 악기로 재현하고 변주하면서 전통 타악과 소리를 함께 활용했다. NEQ는 특히 한국 전통음악의 농염한 사이키델릭과 질박한 민속성, 영롱한 영성에 집중해 현실에서 싹튼 음악이 무의식으로 확장하는 진경을 재현해내곤 했다. 그 순간마다 NEQ의 음악은 국경과 시대를 미끄러지며 현대 재즈와 한국 전통음악 사이의 시공간에 똬리를 틀었다. 일렉트릭 기타와 색소폰이 한국 전통음악의 정조와 멜로디, 장단을 바탕으로 뿌옇게 흐린 소리를 뒤덮을 때, 그리고 드럼과 소리가 소리의 유랑을 더욱 정처 없게 만들 때마다 NEQ의 음악은 긴장과 평화를 모두 품는다.



8곡을 담은 이번 앨범에서 NEQ는 더욱 낮고 깊게 포복한다. 첫 번째 곡 ‘Ehwa’에서부터 마지막 곡 ‘Jinyang’까지 곡의 길이는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곡의 밀도는 더 섬세하고 자욱하다. 대개의 음악이 어떤 정서를 표출하고, 그 정서가 싹튼 상황을 재현하며, 그 상황을 만들고 감당하는 인간과 세상을 담아낸다고 할 때 NEQ는 옛 노래 안팎에 담긴 정서의 기저로 곧바로 진입해 그 안에서 오래 머문다. 태풍의 눈 같은 곡의 세계 중심에는 빽빽하지만 쉽게 잡히지 않고, 쉽게 보이지 않지만 빽빽한 정서가 있다. NEQ는 그곳에서 마음이 움직이는 정중동의 흐름을 지켜보고 기록하고 뒤따라간다. 그리움과 슬픔과 한의 정서가 흐르는 공간에서는 눈물을 흘리거나 통곡하지 않아도 모두 애달프고 구슬프며 먹먹하다. 인간이기 때문에 느끼고 감당할 수밖에 없는 마음을 부러 부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옮기는 음악은 전통음악의 기저에 무엇이 있는지 스스로 깨우치게 한다. 장단과 멜로디와 연주가 옮기려 한 마음, 그리고 그 마음으로 넘어서려 한 마음을 NEQ가 고스란히 담은 덕분이다.


한국 전통음악에 기반을 둔 크로스오버 음악을 할 때 전통음악의 언어와 방법론을 그대로 옮기거나 가벼이 털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전자의 음악에는 새로움이 없고, 후자의 경우에는 전통이 없다. NEQ는 한국 전통음악의 언어와 방법론을 버리지 않고,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되 자신들의 연주로 더 또렷한 그림자를 그려 원래 있던 정서와 전통을 되살리면서 원래의 빛깔과 향기가 도드라지게 만든다. 물론 NEQ가 만드는 사운드스케이프와 정서가 한국 전통음악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누구도 한국 전통음악의 모든 정서를 다 재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 NEQ는 자신만의 사운드로 더 아름답고 아득한 세계를 창출했다. 일장춘몽 같은 삶, 봄날의 꿈 같은 음악에 눈물 자국을 숨기기 어렵다.


★★★★




서정민갑 | 대중음악의견가

여전히 알지 못해 듣고, 더 잘 쓰기 위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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