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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기] 니어 이스트 쿼텟 ECM 앨범 발매 공연  
제목 [공연 후기] 니어 이스트 쿼텟 ECM 앨범 발매 공연   2018-09-05


2018년 8월 15일 수요일 오후 5시,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146에서 열린 니어 이스트 쿼텟(Near East Quartet, 이하 NEQ)의 공연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NEQ의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서 열린 공연에는 유료관객 58명을 비롯해 65명가량의 관객이 찾아왔다. NEQ의 리더인 색소포니스트 손성제의 농담처럼 같은 공간에서 세 번의 콘서트를 했다고 말했는데, 처음에는 3명이 오고 두 번째는 14명이 왔던 사실과 비교하면 놀랄 만했다.



NEQ가 2010년 재즈 베이시스트 이순용, 한국 전통음악 연주자 김동원 등과 첫 앨범을 내고, 2015년 소리꾼 김율희가 참여한 두 번째 앨범 [Passing Of Illusion]을 냈을 때 이 정도 반응은 없었다. NEQ가 두 번째 앨범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크로스오버 음반 부문을 수상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상자로 시상식 무대에 선 손성제는 두번째 앨범이 8장밖에 팔리지 않았다며 웃픈 현실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수상 직후 벨로주에서 열린 공연에서도 관객 수는 미미했다.



그러니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묻는다면 ECM 때문이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다. 8월 15일 공연은 NEQ의 세 번째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자, ECM 데뷔 기념 공연이었다. NEQ의 세 번째 앨범은 독일의 세계적인 재즈 레이블 ECM을 통해 데뷔 앨범으로 발매되었다. 한국 뮤지션들 중 ECM을 통해 앨범을 발매한 경우가 드문데, NEQ가 그 어려운 일을 해내면서 재즈/크로스오버 음악 팬들에게 좀 더 알려졌다. 좋은 음악이 당연한 기회를 만나 더 알려지게 되었는데, 지난 8년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지 못한 현실에 대한 아쉬움과 질문은 여전히 남았다.





그럼에도 이 날 공연은 NEQ의 현재를 보여준 기록으로 생생했다. 기타리스트 정수욱, 드러머 서수진, 색소포니스트 손성제, 소리꾼 김율희 4인조 체제로 새 앨범을 낸 NEQ는 공연에서도 4인조 편성으로 무대에 올랐다. 아쉽게도 소리꾼 김율희 신상의 변화로 인해 소리꾼은 김보림으로 바뀌었다. 김보림은 징과 타악을 겸하며 소리를 펼쳤다. 대체로 맑고 여린 소리에 가까운 음색이 NEQ의 몽환적인 사운드와 적절하게 조응하지는 못하는 느낌이었다. 안정적인 솜씨에도 불구하고 앨범에 담긴 김율희의 질박한 음색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 김보림의 노래는 갑자기 멤버를 바꿀 수밖에 없었던 상황 때문이어서 차츰 자신만의 울림을 만들며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NEQ는 이날 공연에서 앙코르곡을 포함 총 12곡을 연주했다. 대부분의 곡은 새 앨범에 담은 곡이었는데, 이전 앨범에 수록한 ‘Repentance’와 미발표곡 ‘새야새야’, ‘Moon’, ‘오돌또기’를 함께 연주했다. 리더 손성제는 초반 5곡을 연달아 연주하고 나서야 긴 멘트를 하고, 공연이 끝날 무렵에야 멘트를 하면서 관객들이 연주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새 앨범에 담은 신곡 ‘이화’를 연주하며 시작한 공연에서 NEQ의 연주는 여전히 강력하게 몽환적이고 몽롱했다. NEQ가 만들어내는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의 세계는 손성제의 색소폰이 펼쳐질 때 개입하는 리버브 사운드와 정수욱의 기타가 사용하는 딜레이, 리버브 사운드가 주도했다. 정수욱의 일렉트릭 기타와 손성제의 색소폰은 매순간 연주에 개입하지 않고, 듬성듬성 연주에 개입하면서 곡에 충분한 여백을 만들었다. 그리고 각자의 소리가 개입할 때에도 항상 영롱한 공간감을 장착하고 울려 퍼지게 함으로써 NEQ의 고유한 질감처럼 여겨지는 몽롱함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정처 없이 떠도는 두 악기의 소리는 소리의 질감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멜로디 악기의 역할을 담당하는 색소폰과 일렉트릭 기타는 기존 한국 전통음악곡을 편곡하거나 새로운 창작곡을 연주할 때 대부분의 곡에서 애잔하고 쓸쓸한 정서를 부각시켰다. ‘성주함창’을 활용한 ‘못’, ‘갈까부다’를 활용한 ‘갈까부다’, ‘새야새야’를 활용한 ‘새야새야’와 ‘오돌또기’를 활용한 ‘오돌또기’를 비롯한 다수의 곡들은 애잔하고 쓸쓸한 정서를 표출하는 멜로디를 아련하게 연주함으로써 곡의 감성적 측면을 일관되게 표현했다. 섬세하고 애수 어린 멜로디가 부유하는 연주에 실려 공간을 가득 채울 때, 추억이나 꿈같은 현실의 체험을 떠올렸던 마음 혹은 원곡의 메타포를 곱씹던 마음은 어느새 나도 모르고 음악도 미처 알지 못한 시공간으로 향했다. 무의식은 자신이 알지 못한 채 흘러가는 자신이며, 알지 못한 채 도달하는 자신인데, NEQ는 번번이 곡에서 출발해 각자의 무의식으로 듣는 이를 이끌었고 불현듯 돌아오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NEQ는 네 멤버의 악기와 소리가 동시에 등장하고 퇴장하는 단순한 구성을 사용하지 않았다. 각각의 곡에서 NEQ의 멤버들은 순서를 바꾸고 강약을 바꾸고 장단을 바꾸면서 자유롭게 흘러갔다. 색소폰과 일렉트릭 기타가 멜로디와 소리의 질감, 다른 악기와의 어울림으로 곡의 정념을 주도적으로 표출했다면 서수진의 드럼과 타악, 김보림의 소리와 연주는 지역성과 한국성이라는 NEQ 음악의 특징과 지향을 대표했고 이따금 국경마저 넘어섰다.





특히 서수진이 드럼과 타악기로 연주한 장단은 멜로디 악기들이 리버브 등으로 확장한 곡의 공간을 실질적인 장단으로 NEQ만의 음악 세계답게 확장하고 변형시켰다. 장단이 주도하는 한국 전통음악의 특징과 매력을 재즈로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NEQ의 음악에서 서수진이 펼쳐놓은 장단은 소리의 범위와 밀도를 가두지 않고 흩어놓으며 스스로 살아 움직이게 했다. 가볍고 투명하게 흩날리는 장단, 몰아치고 폭발하는 장단은 어떤 그물에도 걸리지 않고 너울너울 날아가 도처에서 피어났다. 서수진의 장단은 반복하기보다는 스스로 변형을 거듭함으로써 NEQ가 지향하는 사이키델릭의 무의식에 정확하게 조응했고, 그 과정에서 힘과 속도의 경계를 마음대로 넘나들면서 창조적으로 농염하고 혼곤해졌다. NEQ 음악의 개성과 화룡점정이 서수진의 장단으로 비로소 완성되었을 뿐 아니라, 기존의 퓨전/크로스오버 음악들이 도달하지 못한 소리의 영토에 이르렀다. ECM이 알아보고 세계가 알아보아야 할 음악이자 우리가 먼저 알아보고 아껴야 할 소리의 난장이 라이브로 먼저 선을 보였다. 이제 세상의 모든 귀 있는 이들이 귀 기울일 순서다. 다음에는 더 거침없는 난장을 더 흥건하게 벌여주기를.   




서정민갑 | 대중음악의견가

여전히 알지 못해 듣고, 더 잘 쓰기 위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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