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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이로 란탈라 [How Long Is Now?]  
제목 [앨범 리뷰] 이로 란탈라 [How Long Is Now?]   2016-09-17


이로 란탈라 [How Long Is Now?]

 

단번에 꽂히는 리듬과 선율

 

이로 란탈라는 친숙한 아티스트다. 가끔은 대중음악의 영역까지 뻗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이로 란탈라는 편안한 음악을 들려준다. 근작인 [My Working Class Hero](2015)는 존 레논의 팝/록 넘버들을 재해석한 앨범이었고, [Anyone With A Heart]는 아담 발디치(바이올린), 아샤 발치치(첼로)와 함께 결성한 스트링 트리오가 들려주는 선율 중심의 앨범이었다. 두 앨범은 전혀 다른 지향성을 띠었지만, 모두 매끈한 선율을 중심축에 세워둔 앨범이었다는 점은 공통적이었다. 그가 이끌었던 트리오 토이킷의 앨범이라든지 그 이후에 발표한 앨범들 모두 이런 대중 친화적인 지향성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앨범 [How Long Is Now?]는 그런 색깔을 그 어떤 앨범보다도 뚜렷이 한다.

 

이번 앨범은 오랜 시간 함께해온 베이시스트 라스 다니엘슨과 작년부터 몇 차례 합을 맞춰온 드러머 피터 어스킨과 함께한 트리오 편성으로 구성되었다. 이로 란탈라의 '슈퍼 트리오'의 드러머였던 볼프강 하프너가 빠지고 피터 어스킨이 들어간 것. 이로 란탈라는 피터 어스킨과의 합작에 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럴 만도 한 게, 피터 어스킨은 웨더 리포트, 스틸리 댄, 스텝스 어헤드 등의 밴드에서 활동했으며, 수많은 재즈 앨범들이 명반의 반열에 오르는 데 기여한 거장 드러머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함께했던 볼프강 하프너 역시 유럽 최고의 드러머 중 하나지만, 가공할 만한 커리어를 쌓은 선배 뮤지션과 함께하는 데는 그보다 큰 감흥이 생길 거라고 본다. 자신이 밴드리더임에도 앨범재킷에 멤버의 이름을 동등하게 기명한 데도 그에 대한 존경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적으로도 그렇다. 곡 전면에 존재감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드럼 소리는 선배를 향한 밴드리더의 배려로 보인다.

 

이로 란탈라의 발자취를 좇아온 이들이라면 이번 앨범에 소개된 곡들이 낯설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우선적으로는 과거 앨범 수록곡이다. 지미 핸드릭스의 곡을 재해석한 'Little Wing' 2008년 앨범 [Elmo]에 수록됐던 곡이다. 물론, 트리오 토이킷으로 활동했던 블루노트나 우리에게 친숙한 ACT에서 낸 앨범이 아니라 덜 익숙할 수는 있겠다. 그보단 앨범에 수록된 적이 없는 곡들이 더 반갑다. 이를테면, 'A Nut' 'Bruno' 'Topi' 'Choral' 등의 곡은 이전까지 앨범에 수록된 적이 없지만, 팬들에게 사랑받아온 곡이다. 콘서트에서 자주 연주했기 때문이다. 이 곡들은 WDR3 재즈페스티벌에서의 연주를 담은 부틀렉 [WDR3 Jazzfest 2014] 'Little Wing'과 함께 수록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식 녹음을 거쳐 앨범에 수록됐다. 오랫동안 연주해온 곡인 만큼 앨범에 담긴 연주는 흠잡을 데 없이 탄탄하다.

 

이번 앨범에선 '한번 들어도 기억할 만한 간단한 선율'을 들려주고 싶다고 이로 란탈라는 말했다. 앨범을 여는 케니 배런의 곡 'Voyage'는 경쾌함과 음산함을 오가는데, 퍼커션 소리가 곡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런 앨범의 컨셉에서 벗어난 음악은 청자의 머리를 갸우뚱하게 한다. 하지만 곧바로 그런 의문을 타파한다. 이어지는 타이틀곡 'How Long Is Now?'는 발라드 넘버로 많은 사람이 피아노 트리오에서 기대하는 소리의 전형을 들려준다. 느릿하고 나른한 피아노 연주와 드문드문 드러나는 베이스 연주, 브러쉬로 가볍게 훑는 드럼 연주까지, 아름답고 매끈하다. 하지만 나는 이건 이로 란탈라의 사운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로 란탈라의 사운드를 완성하는 것은 부드러운 선율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통통 튀는 리듬이다. 그런 리듬은 3번 트랙 'Snapchat'에서 본격화된다. 특히 앨범 후반부에 배치된 'Bruno'는 이로 란탈라 특유의 리듬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곡이다. 대번에 귀에 꽂히는 선율이 돋보이는데 그 선율이 매끈한 데 그치지 않고 통통 튀는 리듬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 이 곡을 접할 수 있었던 부틀렉 [WDR3 Jazzfest 2014]에선 이보다 빠른 템포로 연주하여 질주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앨범에선 그보다는 안정감 드는 연주를 택했다.

 

이번 앨범에 앞서 이로 란탈라는 전형적인 피아노 트리오에서 탈피하고 싶다고 밝혔다. 탈피라는 말이 적합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로 란탈라의 연주는 누가 들어도 구별해낼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뚜렷하다. 그리고 이번 앨범 [How Long Is Now?]는 이로 란탈라의 개성과 매력이 잘 발현된 작품이다. 누구라도 쉽게 공감할 만한 수작이다.

 

★★★★

 



류희성 | 월간 재즈피플 기자

여러 매체에서 음악과 관련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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