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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그 남녀의 입장, 테일러 스위프트 vs 칸예 웨스트  
제목 [트렌드] 그 남녀의 입장, 테일러 스위프트 vs 칸예 웨스트   2016-09-17


그 남녀의 입장,

테일러 스위프트 vs 칸예 웨스트

 

몇 달째 팝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한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칸예 웨스트라는 매머드급 관종(관심종자/ 칸예 웨스트는칸종이라 불린다) 둘이서 옥신각신하고 있는 게 엄청 흥미진진해서 그런 우스개가 나온다. 어쨌든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발단은 칸예 웨스트가 올 2월 발표한 일곱 번째 앨범의 수록곡 ‘Famous’. 문제적 가사가 흘러나오는 노래다. “지금도 테일러와 할 수 있을 것 같아. 난 그녀()을 유명하게 만들었거든.”

 

6 24일 발표한 ‘Famous’의 뮤직 비디오는 더 나간다. 몰카 연출을 빌려왔다. 배경은 침대고, 칸예를 비롯한 여러 유명인사가 알몸으로 등장한다. 그 가운데에는 상의 탈의한 테일러 스위프트도 있다(여담으로 리아나와 크리스 브라운도 있고, 그의 아내인 킴 카다시안도 있다. 심지어 조지 부시도 있다). 실제 출연은 아니고 밀랍인형인데, 너무 진짜 같아서 농담치곤 좀 고약하게 느껴진다.

 


 

칸예 웨스트의 입장

 

그런 가사를 쓰고 그런 뮤직비디오를 내놨으니 당연히 칸예 웨스트가 먼저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그런데 항변하기를, 가사를 쓰기 전에 테일러의 동의를 구하고자 통화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남편이 욕 먹는 걸 참을 수 없었다고 말하는 그의 아내 킴 카다시안이 붙었다. 6 GQ 매거진과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 남편을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촬영 중이었던 터라 모든 기록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윽고 소셜 계정을 통해 통화 녹취 파일을 풀었다. 파일 속 테일러 스위프트는 놀랍게도 그런 가사를 수락하는 수준을 넘어 한 술 더 뜬다. “멋진데? 나중에 내가 레드카펫 위에서 그러는 거지. 여러분이 속은 거고, 우리는 사실 한패였어요.”

 

어쨌든 킴 카다시안의 주장은 이렇다. 다 절차대로 진행했다. 칸예 웨스트는 가사를 쓰면서 아내인 자신한테 먼저 동의를 구했고, 이어서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상에 어느 래퍼가 이렇게 동의를 구하면서 가사를 쓰겠어요?”). 그런데 뮤직 비디오가 나온 뒤에 사람들이 기겁하자 테일러 스위프트가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입장

 

테일러는 노래를 통해 자신이 전 세계적으로비치’(Bitch)가 된 것이 몹시 불쾌하다고 했다 (여기서 칸예 측의 반박: 힙합에서비치니거만큼이나 흔하게 쓰이는 표현이다). 여기에 동조하는 킴 카다시안의 태도 또한 인신공격과 다르지 않다며 발끈했다.


녹취 파일이 풀리기 전까지 그녀는 칸예 웨스트와 길게 통화한 적 없으며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에 대해 허락한 적이 없다고 밝혔는데, 파일이 풀린 다음에는 해명의 내용을 바꿨다. 앨범이 나오기 전에 노래를 들려주겠다고 했지만 칸예가 그런 적 없다고 했다. 이어서 호의가 바탕이 된 일상적인 통화만 가지고 그 곡을 승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킴 카다시안의 폭로 인터뷰가 공개된 날, 공교롭게도 테일러의 새로운 파파라치 사진이 떴다. 사진은 톰 히들스턴이라는 그녀의 새 애인을 소개하고 있었다. 전 애인 캘빈 해리스에게 일방적으로 헤어질 것을 통보한 뒤 2주 만에 얻은 인연이다. 그리고 8 10일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뜬금없이 올림픽 여성 영웅에 관한 축하 메시지가 올라왔다. 논란에 관해 당분간 침묵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논란에 대한 수습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법무팀 소관이다.

 


 

그런데 친구 맞나?

 

둘의 악연은 2009 9 VMA 시상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의 모든 상패를 독식한 테일러 스위프트가 수상소감을 말하던 중에 갑자기 칸예 웨스트가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판을 엎었다. “네가 수상해서 기뻐. 하지만 비욘세가 역대급 뮤직 비디오를 찍었다는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 비욘세의 그 유명한 ‘Single Ladies’가 후보로 올랐던 행사였다. 이 깽판으로 칸예 웨스트는 무려 오바마 미 대통령한테서까지 멍청이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해 9월 테일러 스위프트는 늘 해왔던 대로 대응했다. 연애가 끝난 뒤 노래로 전 남자친구를 저격해왔던 것처럼 암시가 잔뜩 깃든 신곡을 발표했다. 문제의 노래 제목은 ‘Innocent’, “너는 서른두 살, 아직 덜 자라고 있지, 그래 넌 순수해라는 가사가 나온다. 당시 칸예 웨스트의 나이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곡 발표 이후 인터뷰를 했는데, 칸예 웨스트라는 주어 없이전 세계가 보는 상황에서 내뱉은 그 말을 용서하는 의미로 썼다고 말했다. “그에 관해서 내가 곡을 쓰는 걸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고, 스스로도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가사의 핵심 내용이순수한 너인지아직도 성장중인 너인지, 즉 용서인지 복수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식의 애매한 화법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늘 즐겨왔던 방식이자 능력이다.

 

 


그녀의 자승자박

 

다시 문제의 사건으로 돌아와서, 사실 나는 그녀의 거짓말 이전에 칸예 웨스트와 나눈 통화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굳이 그렇게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 필요가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명성이 얼마나 오래갈지 이제는 알 수 없지만, 여태 그녀의 인생에는 구멍이 없었다. 2015 10월 통계로 그녀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이 공연과 광고수익을 포함해 3억 달러가 넘는다. 대략 하루에 한화로 10억 원 이상을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언제나 자신의 노래를 즐기는 젊은 세대들을 의식하고 있어 약물과 문신을 거부해왔고, 값비싼 옷과 장신구도 안 하고 살아왔다. 영향력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건전한 삶을 추구해왔다는 것이다. 즉 그녀는 성공했고, 이미지까지 좋았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복잡한 연애사일 텐데 그거야 한국에서만 통하는 문제고, 헤어진 연인의 관계란 어딜 가나 똑같이 깨끗하기 어렵다. 그런 맥락에서 신곡으로 전 남친을 저격한다는 건 문제적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 그녀가 뭐가 부족해서 그런 모욕적인 노래를 승인했을까. 칸예 웨스트가 그런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왜 화를 내지 않았을까. 아무리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 사고 노래 발표 이후에 쏟아질 뜨거운 반응을 기대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 한들, 애초에 이건 어떤 관계가 됐든 제안하고 수락할 일이 아니지 않았을까. 처음엔 스스로도 뭐가 뭔지 잘 몰랐다가 나중에 여론이 쏟아지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그때서야 후회와 분노를 동시에 느꼈던 것일까. 2009 VMA의 칸예 웨스트와 테일러 스위프트가 마침내 제대로 화해했음을 보여주는 화끈한 퍼포먼스가 필요했다 해도 이건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정리하자면 이건 남편의 역겨운 발상에 동조하는 아내, 자신의 성적대상화에 별 문제의식을 못 느꼈던 동료가 이제 와서 대중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어이없는 진실공방이다.

 

올해 초 시작된 길고 소란스러웠던 싸움으로 결국 문제의 발단은 사라졌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거짓말만 남았다. 그녀는 테일러 스네이크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통한다. 만연한 여성혐오를 문제 삼는 것보다 거짓말한 개인을 비난하는 편이 훨씬 편한 데다 짜릿한 일이다.  

 



이민희 | 대중음악평론가

온오프라인 매체에 음악 관련 글을 쓰고 있다.

듣는 건 여전히 즐거운데 쓰는 건 여전히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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