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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조이 알렉산더 [Joey.Monk.Live!]  
제목 [리뷰] 조이 알렉산더 [Joey.Monk.Live!]   2018-04-16


조이 알렉산더 [Joey.Monk.Live!]


완성된 기교와 섬세함을 지닌 14세 연주자의 세 번째 도전


이 앨범을 들으며 몇 년 전 접했던 라마승 환생의 다큐멘터리가 불현듯 떠올랐다. %26lt;환생을 찾아서%26gt;라는 다큐멘터리인데, 티베트의 한 라마승이 입적한 스승의 환생을 찾는 4년간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티베트인들은 윤회 사상에 입각하여 라마승은 물론 혹은 그보다 높은 달리아라마의 영혼이 다시 다음 생에 태어난다고 믿는다. 어린이에게서 보이는 몇 가지 환생의 증거들을 통해 그들이 이전의 라마승이라고 생각하며 그를 받들거나 제자가 되기도 한다. 환생의 증거들은 대체로 이전에는 이 어린이가 전혀 경험하지 못했을 법한 과거의 사건이나 사실을 증언하기도 하고, 한 번도 접한 적 없을 것만 같은 어려운 불교 경전을 외우는 등 기적에 가까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공교롭게도 2003년생 조이 알렉산더의 앨범을 처음 접하고 과거의 위대한 연주자 중 한 명이 그로 환생했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여기, 현재도 대단하지만 그 성장의 끝을 차마 가늠하기 어려운 한 아티스트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도 아닌 재즈 불모지 인도네시아 태생의 피아니스트. 만으로 14세를 갓 넘긴 조이 알렉산더의 연주는 분명 신동이라고 치하하고 넘어가기에는 부족할 정도의 무엇이 존재한다. 12세 때 허비 행콕, 윈튼 마살리스와 같은 연주인들의 찬사를 받으며 데뷔해 2차례 그래미 어워즈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벌써 세 번째 앨범을 발표한 성과만 두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이미 그에게서는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감성적인 부분까지 완성형의 뮤지션으로 거의 흠잡을 부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흠잡을 데 없다기보다는 해석력과 기본기, 그리고 특유의 재치까지, 기성 연주인들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Round Midnight’, ‘Ugly Beauty’, ‘Straight No Chaser’까지 우리의 귀에도 이미 익숙한 몽크의 스탠더드를 피아노 솔로와 듀오, 트리오 등 다른 편성으로 담아내고 있다. 몽크가 가진 건조하고 무뚝뚝한 감성과는 달리 그 어떤 스탠더드보다 화려하고 풍부한 감성으로 채워나간다. 나는 잡지사로부터 받은 앨범을 처음 접할 때, 최대한 정보를 가린 후에 블라인드 청취를 하곤 한다. 그래야만 최대한 편견 없이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블라인드로 들은 그의 연주에는 1950-60년대 하드밥의 전통이 살아있으면서도 현대 뉴욕 재즈 씬을 수놓고 있는 자유롭고 명쾌한 해석력이 돋보였다. 마치 베니 그린과 빌 샬랩의 연주에 흑인 연주자인 사이러스 체스트넛이나 에릭 리드의 장점만을 합쳐 놓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튜디오 앨범이 아니면서도 정확한 운지에 세션들을 카리스마 넘치게 이끌어 나가며 펼치는 즉흥연주 역시 매우 노련하고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완청을 하고 나서 그의 정보를 들추어냈을 때 처음으로 뱉은 한마디. “이거, 실화냐!”


그래서 유튜브에 떠도는 그의 스튜디오 연주를 좀 더 찾아 들어보았다. 그만의 특유의 접근법들이 보이고, 훌륭한 세션맨들이 뒤를 잘 받쳐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확실히 다양한 멜로디와 리듬, 코드들을 자유로운 스타일과 다양한 감성으로 지루하지 않게 잘 펼쳐 보였다. 여러 형용사가 떠오르지만 그의 연주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한 단어는 ‘창의적’이다. 현재는 베니 그린의 모습이 겹쳐 보이지만, 손과 감수성이 무르익는 20대에 이른다면 브래드 멜다우를 능가하는 섬세함과 창의성을 선사할 것만 같은 섣부른 기대가 든다.


E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재즈를 연주한다는 건 자유를 의미해요. 제 자신이 되는 거예요. 재즈 뮤지션은 끊임없이 그런 자유를 갈망할 책임이 있어요. 재즈는 즉흥적으로 연주할 수 있고, 어느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언어에요.” 연주만큼이나 쉬우면서도 명쾌한 직업관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기본적인 레슨을 받은 것 이외에는 정식으로 재즈를 배운 적 없이 음반을 들으며 혼자 연습했었다. 지금은 부모와 함께 뉴욕으로 이사했다. 재즈 고향의 자양분을 본격적으로 흡수하기 시작하였기에 그가 얼마만큼 성장할지, 어떤 위대한 여정을 보일지 가슴 떨리는 기대를 품게 된다. 한편으론 지금이야 즐겁지만 나이를 먹고 프로 연주자가 되어갈수록 재즈가 어려워질 것이고, 사소한 싫증과 슬럼프로 길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그가 극복해야 할 몫이면서 재즈 마니아로서 차분한 애정과 응원을 보내야 할 대목이다. 그래서 이 앨범을 향한 나의 높은 평점에는 다소 편견과 격려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솔직히 인정한다.


★★★½




허재훈 | 재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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