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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키스 자렛, 게리 피콕, 잭 디조넷 [After The Fall]  
제목 [리뷰] 키스 자렛, 게리 피콕, 잭 디조넷 [After The Fall]   2018-03-22


키스 자렛, 게리 피콕, 잭 디조넷 [After The Fall]


20년의 시간차를 무색하게 만드는 고밀도의 명연


키스 자렛, 게리 피콕, 잭 디조넷으로 이루어진 트리오, 이른바 ‘스탠더드 트리오’는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모범이라 불리며 큰 인기를 누렸다. 아마도 그 인기는 영원할 것이다. 하지만 트리오는 2015년, 활동을 멈추었다.


하지만 그것이 트리오의 마지막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직접 트리오의 공연을 볼 기회는 사라졌지만 앨범은 꾸준히 발매될 것이라 예상했다.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계속 발매되지 않을까? 그 이유는 아직 수많은 녹음이 미공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탠더드 트리오의 결성 20주년, 25주년을 기념했던 앨범에는 과거의 공연인 2001년, 2009년의 공연이 담겼다. 앞으로도 키스 자렛 트리오의 공연 이력을 하나씩 채우는 과정은 이어질 것이다. 5년 만에 발매되는 이번 새 앨범이 바로 그 시작이 아닐까 싶다. 이번 앨범은 1998년 11월 14일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 위치한 퍼포밍아트센터에서 가진 공연을 담고 있다.


이날의 공연은 키스 자렛이나 트리오에게 있어 매우 특별한 것이었다. 알려졌다시피 키스 자렛은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피로 증후군으로 인해 1996년 10월 이탈리아 4개 도시 공연—2016년 앨범 [A Multitude Of Angels]으로 발매된—을 끝으로 2년간 활동을 멈추어야 했다. 그리고 1998년 집에서 녹음한 피아노 솔로 앨범 [Melody At Night, With You]를 거쳐 1999년 여름 파리 공연을 담은 앨범 [Whisper Not]으로 트리오로의 복귀를 알렸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그것이 완전한 사실이 아님을 말한다. 즉, 키스 자렛 트리오의 새로운 시작은 199년 파리 공연이 아닌 이 앨범에 담긴 1998년 뉴어크 공연이었던 것이다.


키스 자렛은 1998년 공연에 대해 정말 뛰어난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이 단순한 기록을 공개하는 것 이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두 장의 CD에 담긴 트리오의 연주는 2년간의 공백이 무색하리만큼 훌륭하다.


앨범 [Whisper Not]은 이전과 달리 비밥 시대 연주자들이 직접 쓴 곡들을 주로 연주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다. 찰리 파커의 ‘Scrapple From The Apple’을 비롯해 버드 파웰(‘Bouncin’ With Bud’), 소니 롤린스(‘Doxy’), 존 콜트레인(‘Moment’s Notice‘) 등 비밥과 하드밥 시대를 대표하는 명인들의 자작곡을 연주했다.


게다가 그 연주는 [Whisper Not]에서 보다 한층 더 과감하다. 마치 어제까지 함께했던 연주자들이 다시 모이기라도 한 것 같은 탄탄한 호흡으로 뜨거운 연주를 이어간다. 베이시스트와 드러머도 각각 충분한 여유로 솔로를 펼치는 등 각각의 연주에만 몰입하는 것 같으면서도 절묘하게 어울리는, 프리 재즈가 아니면서도 완벽한 자유를 바탕으로 한 연주다. 향후 앨범 [Inside Out]으로 만개할 새로운 도약을 예견하는 듯하다.


한편 명인들의 자작곡 외에 하드밥 시대를 풍미했던 드러머 페트 라 로카의 ‘One For Majid’와 크리스마스 캐럴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을 연주한 것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중 크리스마스 캐럴은 공연이 연말 홀리데이 시즌에 즈음해 있었기에 서비스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페트 라 로카의 곡은 작곡가도 자신의 앨범이 아닌 아트 파머 쿼텟의 앨범—페트 라 로카 트리오와 아트 파머의 협연의 성격이 강했던—[Sing Me Softly Of The Blues]에서만 연주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곡이 아니었다. 그만큼 키스 자렛이 새로운 레퍼토리의 발굴을 위해 고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실제 앨범에서 이 곡은 ‘When I Fall In Love’, ‘Autumn Leaves’, ‘Late Lament’ 등 트리오가 종종 연주했던 곡들과 함께 대중적으로 가장 높은 관심을 받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이번 앨범은 키스 자렛이 병상에서 돌아와 다시 활동을 시작한 후 20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앨범에 담긴 내용물인 음악 그 자체다. 1998년이 아닌 2018년에 녹음된 것이라 해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정도로 트리오의 연주는 시간을 벗어난 절대적 경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트리오가 30년 이상 최고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확인하게 하는 동시에 트리오의 멈춤을 다시 아쉬워하게 한다. 그래도 앞으로도 이들의 녹음이 지속적으로 발매되리라는 것에 안도하자. 적어도 앨범상으로 트리오는 사라지지 않았다. 트리오의 ‘After The Fall’은 영원을 의미한다.


★★★★




최규용 | 재즈 칼럼니스트

라디오 키스 재즈 담당 PD이다.

저서로는 <재즈>와 <재즈와 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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