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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플러스히치가 이야기하는 프레드 허쉬  
제목 [기획] 플러스히치가 이야기하는 프레드 허쉬   2018-02-20


플러스히치가 이야기하는 프레드 허쉬


프레드 허쉬의 첫 솔로 공연이 한국에서 열린 게 벌써 5년 전이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프레드 허쉬 공연을 언제부터 준비했는지 자료를 찾아보니 공연 문의를 위해 첫 이메일을 보낸 날이 2011년 3월 22일이었다. 당시 2012년 3월 공연을 목표로 일본 코튼 클럽과 연계해 트리오 혹은 솔로 공연을 준비했지만 공연을 확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프레드 허쉬의 에이전시가 바뀌게 되었다. 이후 다시 처음으로 논의를 시작 2012년 12월 솔로 공연을 제안했다. 델로니어스 몽크 사후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몽크 헌정 솔로 공연 1회와 그 외 스탠더드곡과 프레드 허쉬의 자작곡으로 구성된 솔로 공연 1회 마지막으로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을 위한 공연 1회, 총 3회 솔로 공연을 제안했고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프레드 허쉬의 일정 변경으로 인해 성사되지 못했다.


2012년 12월에서 2013년 4월로 날짜가 변경되었지만 2012년 11월 27일 마포아트센터에서의 솔로 공연 1회와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솔로 공연 1회 총 2회 솔로 공연으로 프레드 허쉬의 첫 내한 공연이 확정되었다. 처음이 어려웠지 그 이후 공연들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2014년 4월 4일 마포아트센터에서 프레드 허쉬 트리오 공연이 열렸고 2016년 11월 5일 JCC아트센터에서 솔로 공연이 다음날 6일에는 마포아트센터에서 트리오 공연이 다시 열렸다. 그리고 2017년 4월 3일 JCC아트센터에서 솔로 음반 녹음을 겸한 콘서트가 열렸고 오는 2018년 2월 25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다시 솔로 콘서트가 준비되어 있다. 물론 중간에 에이전시가 무려 3번이나 바뀌면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한국 공연에 대한 프레드 허쉬의 각별한 관심 덕에 큰 문제없이 오늘날까지 그와의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한국 공연에 대한 애정


2013년 첫 공연이 이뤄지기 2년 전부터 프레드 허쉬 공연을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정작 프레드 허쉬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당신의 공연을 위해 2년간 준비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는 무척 놀라워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더 놀라워한 것은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솔로 피아노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유료 관객이 300명이 넘었으며 국내의 내로라하는 재즈 피아니스트들이 모두 참석했다. 그날 프레드 허쉬는 1부 6곡, 2부 6곡 그리고 앙코르 3곡까지 총 15곡을 연주했다. 평상시 솔로 콘서트 때 7, 8곡을 연주했던 거에 비해 무려 두 배를 연주할 만큼 프레드 허쉬 본인이 이 날의 공연을 즐겼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관객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집중력과 뜨거운 반응 때문이었다.  프레드 허쉬의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객석에는 완벽한 정적이 맴돌았고 그 정적의 의미를 프레드 허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날 공연이 끝나고 뒤풀이에서 프레드 허쉬는 자신의 기대와 예상을 뛰어넘는 한국 팬들의 반응에 매우 놀랐고 너무도 특별한 경험을 했다며 곧 자신의 트리오와 함께 방문하겠다고 나와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은 1년 후 지켜졌다.




인간 프레드 허쉬


프레드 허쉬의 첫 내한 소식이 알려지자 비단 재즈계뿐만 아니라 대중음악계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두 주요 일간지에서 프레드 허쉬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프레드 허쉬는 동성애자며 AIDS 환자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굳이 보도자료에 이런 사항들을 넣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할 때마다 이에 대한 질문들은 빠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프레드 허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기우였다. 그는 자신의 삶 그리고 그 삶을 통한 지금의 음악에 당당했다. 프레드 허쉬는 1986년 HIV 진단을 받았으며 1993년 공식적으로 커밍아웃했다. 그리고 지금도 매일 30개의 알약을 먹고 있다. 물론 1986년부터 1993년 새로운 치료제가 발표될 때까지 그도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 많은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고 그를 외면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후 그의 건강은 무척 좋아졌고 커밍아웃을 통해 그를 둘러싼 굴레를 벗어던졌다. 한 인터뷰에서 프레드 허쉬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 생각에는 당신이 ‘벽장 안에 숨어있기’에 에너지를 쏟는다면, 예술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편하게 대할 수 있어야만 자신이 될 수 있는 최고의 아티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수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저에 관해 알게 되었어요. 다들 제가 동성애자라는 점에 별로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커밍아웃 그 자체를 그렇게 중시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저는 제가 다른 게이 및 HIV 양성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이 목소리를 높여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그들의 어깨에서 어떠한 부담감을 덜어 주었다는 점에 대해 기쁘게 생각합니다.”


프레드 허쉬의 제자였던 피아니스트 김주헌은 프레드 허쉬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프레드 허쉬는 칼 같은 사람이다. 호불호가 명확하다. 하지만 그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무척 따뜻하며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정 같은 것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지난 5년간 프레드 허쉬와 작업을 하다 보니 나 역시 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2016년 어느 날, 프레드 허쉬의 이메일을 받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플러스히치를 시작하고 처음 몇 년을 제외하고 항상 힘든 시기를 보내왔지만 2015, 2016년은 경제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공연 계약을 맺으면 계약서상에 계약금과 잔금을 지급할 시기가 명시되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계약이 파기되기도 한다. 당시 프레드 허쉬의 에이전시는 웨인 쇼터, 브래드 멜다우, 조슈아 레드맨 등이 속한 IMN으로 재즈계에서 가장 큰 미국 에이전시 중 하나였다. 계약서상 명시된 계약금 입금일이 다가왔지만 ‘유러피안 재즈 페스티벌’ 개최 직후였던 터라 자금 상황이 좋지 못해 입금이 힘든 상황이었다. 이를 설명하며 일정을 재조정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예정대로 입금되지 않는다면 계약은 취소된다는 원칙적인 메일을 받았다.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프레드 허쉬의 메일을 받았다. 나를 참조로 IMN의 담당 에이전트에게 보내는 메일이었다. ‘히치와 전에도 작업을 했는데 믿을 만한 사람이니 그가 원하는 대로 일정을 재조정해주면 고맙겠다. 이 모든 부분은 내가 책임을 지겠다.’ 이 한 통의 메일 덕에 2016년 공연은 무사히 진행될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레코딩


2017년 9월에 발표한 앨범 [Open Book] 이 올해도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올랐다. 잘 알다시피 이 앨범은 한국에서 녹음된 음반이다. 프레드 허쉬는 2016년 11월 5일 JCC아트센터에서 오후 4시와 7시에 두 차례 솔로 공연을 가졌다. 처음 공연장에 들어선 프레드 허쉬는 원목으로 마감된 JCC 콘서트홀이 너무 아름답다며 무척이나 좋아했다. 공연장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도 만족스러웠고 무엇보다도 어쿠스틱 사운드가 맘에 든다고 했다. 프레드 허쉬의 공연에는 정해진 세트리스트가 없다. 피아노에 앉아 떠오르는 곡을 연주한다. 그런데 이날 4시 공연에서는 프레드 허쉬가 여태껏 공연장에서 한번도 한 적이 없는 놀라운 시도가 이뤄졌다. 첫 곡으로 즉흥연주를 시도한 것이다. 20여 분에 걸친 이 날의 즉흥연주는 [Open Book]에 ‘Through The Forest’란 제목으로 실렸다. 물론 이는 프레드 허쉬 본인이 공연을 위해 준비한 곡이 아니다. JCC 콘서트홀이라는 처음 만나는 공연장, 새로운 피아노, 공간의 울림을 듣고 첫 곡으로 한번 즉흥연주를 해본 것이다. 그날 2회 공연으로 무척 피곤했지만 연주가 즐거웠고 만족스럽다고 했다.


11월 공연이 끝나고 며칠 후 프레드 허쉬에게서 솔로 공연 녹음 파일을 보내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얼마 후 그에게서 새 솔로 앨범 녹음을 JCC 콘서트홀에서 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가장 최근에 발표된 솔로 앨범은 2015년에 발표된 [Solo]로 미국의 캐츠킬스 교회에서 녹음했다. 사실, 그는 솔로 앨범 발표를 위해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곡들이 있었다.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다소 인위적으로 들리는 사운드가 맘에 들지 않아 교회에서 녹음을 다시 했고 그 앨범이 바로 [Solo]다. 그만큼 프레드 허쉬에게 소리는 무척 중요하다. JCC 콘서트홀에서의 녹음을 들어본 그는 그 소리를 무척 맘에 들어 했고, 결국 2017년 4월 JCC 콘서트홀에서의 녹음을 위해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4월1일부터 3일까지 녹음 대관을 했고 3일 저녁은 한국의 팬들을 위한 특별 공연을 가졌다. JCC 콘서트홀을 대관하면서 프레드 허쉬는 단 한 가지만을 요구했다. 지난 11월 공연과 똑같은 피아노, 마이크 세팅 그리고 엔지니어였다. 그만큼 지난 공연의 사운드에 만족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녹음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


프레드 허쉬는 새로운 솔로 앨범에 기존에 녹음하지 않았던 자신의 곡들을 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선택한 곡이 ‘The Orb’과 ‘Plainsong’이었다. 그런데 첫째 날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연주를 하다가 계속 멈추는 것이었다. 피아노 상태가 지난번과는 너무도 달랐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앞서 JCC 콘서트홀에서 열렸던 공연 때 클래식 피아니스트의 요청으로 건반 조정이 있었고 그 상태로 계속 피아노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첫날 녹음이 끝날 무렵에야 이런 부분이 조율사에게 제대로 전달이 됐고, 다음 날 여러 시간에 걸친 조정 끝에 둘째 날 오후가 되어서야 비로소 프레드 허쉬가 원하던 피아노 사운드를 만날 수 있었다. 대개 재즈 녹음의 경우 곡당 두세 테이크에서 정리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프레드 허쉬의 경우 대부분의 곡들의 십여 테이크에 걸쳐 진행됐다. 특히 ‘The Orb’와 ‘Zingaro’의 경우 가장 많은 테이크를 사용한 곡으로 즉흥연주임에도 불구하고 곡의 세밀한 전개가 완벽하게 본인의 맘에 들 때까지 처음부터 연주를 다시 했다. 악보에 표현된 작곡가의 의도를 완벽하게 해석하여 표현하는 클래식 연주처럼 프레드 허쉬는 특정 작품에서 그가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싶어 했다. 그렇다고 불만족스러운 부분만을 따로 더빙한다거나 다른 테이크에서 떼와 복사하는 편집 작업은 물론 없었다. 4월의 녹음을 함께한 후에 왜 우리가 프레드 허쉬의 솔로 연주를 들을 때 몰입을 하게 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그의 손끝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만큼 그의 연주는 너무도 유기적으로 완벽하고 매혹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곡이 끝나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그의 마법에서 풀려날 수 있다.




[OPEN BOOK] 공연을 기다리며


오는 2월 25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리는 공연은 [Open Book] 앨범 발매 기념 공연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앨범을 녹음했던 JCC 콘서트홀이 아닌 새로운 공간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 금호아트홀 연세는 이미 수많은 클래식 뮤지션들에게 어쿠스틱 사운드가 뛰어난 공연장으로 알려진 곳으로 프레드 허쉬의 솔로 피아노 공연에도 잘 어울리는 장소가 될 것이다. 앨범 발매 공연이라고 프레드 허쉬가 앨범에 수록된 곡들만 연주할 리는 없다. 한국 팬들이 좋아하는 ‘Valentine’을 연주하거나 ‘Eronel’이 아닌 또 다른 몽크의 곡을 연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심혈을 기울이며 녹음했던 ‘The Orb’와 ‘Zingaro’는 꼭 연주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그리고 공연 전에 꼭 듣고 싶은 소식이 있다. 올해도 최우수 앨범과 솔로 두 부분에 걸쳐 그래미 어워즈에 후보에 올랐는데(지금까지 총 12번 후보에 올랐다), 이번에는 꼭 그의 수상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다. 게다가 이번 앨범이 한국에서 녹음된 만큼 프레드 허쉬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한국 팬들을 위해서도 좋은 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그와의 인연이 앞으로 계속 이어져 그의 아름다운 연주를 계속 들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충남 | 공연기획자

공연기획사 플러스히치(PlusHitch) 대표.

그렇다. 재즈만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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