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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프레드 허쉬 [Open Book]  
제목 [앨범 리뷰] 프레드 허쉬 [Open Book]   2018-01-24


프레드 허쉬 [Open Book]


충만한 울림, 그 이상의 음악


프레드 허쉬는 브래드 멜다우의 스승으로 잘 알려져 있다. 브래드 멜다우의 유명세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떠들썩하게 알려졌지만 주지하듯이 프레드 허쉬는 그런 수식이 필요 없는 연주자다. 뛰어난 테크닉과 서정적 감성, 분명하고 맑은 터치 그리고 서사를 만들어가는 연주 등 그의 연주는 재즈 피아노 마스터로 불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그의 아우라를 더욱 강화하긴 했지만 수식어가 없다 하더라도 그의 탁월한 연주에 기인하는 명성은 전혀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그의 활동은 트리오와 솔로 연주가 주를 이룬다. 트리오 연주에서 세 사람 사이의 호흡이 완벽한데 무게중심은 확실히 프레드 허쉬 쪽으로 집중된다. 프레드 허쉬에게서 나오는 음악적 힘이 트리오 사운드 전반을 아우르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 힘이 다른 멤버들에게 음악적 긴장을 일으켜 타이트한 인터플레이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이렇듯 가까운 거리에서 보면 긴장감 넘치는 역동적인 음악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한없이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것이 프레드 허쉬의 음악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맑은 이미지를 간직한 그의 음악은 음악의 난이도와는 별개로 비교적 감상자의 접근을 쉽게 하는 장점을 가졌다. 솔로 연주에서도 그의 음악적 특징은 그대로 이어진다. 트리오에서 솔로로 바뀌었을 뿐 주도적인 음악적 역량과 서정적인 음악성은 변함없다. 트리오 연주 때보다 넓어진 연주의 공간은 그의 특유의 학구적인 구성력으로 충실히 채워진다. 어찌 보면 프레드 허쉬는 솔로 연주가 더 잘 어울리는 연주자다. 안정감 있는 프레드의 연주는 솔로 연주자로서 높은 신뢰를 얻고 있고 프레드 본인도 자신의 음악적 성취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연주를 솔로 연주에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그의 새로운 피아노 솔로 작품인 [Open Book]은 예상 가능한 작품 포맷이지만 여전히 그의 연주를 기대하게 한다.


이 앨범은 우리나라에서 녹음되었다. 한 곡은 라이브 연주로, 나머지 여섯 곡은 라이브로 연주했던 콘서트홀에서 진행되었다. 그 한 곡이 4번 트랙인 ‘Trough The Forest’인데 이 곡은 프레드가 우리나라에 도착해서 얻은 영감으로 탄생한 곡이라고 한다. 약 20분에 달하는 긴 호흡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음을 이어나가는 프레드 허쉬의 섬세한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즉흥연주에 가까운 연주로 인상적인 느낌을 스케치하듯이 연주한 이 곡은 구성적인 다른 트랙 사이에서 가장 특이해 보이는데 프레드의 음악적 시도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음악적 길을 재즈를 통해 경험한 프레드는 정해진 것이 아닌 단순하게 프레이즈와 프레이즈를 연결해 연주하는 즉흥연주 방식을 선택했는데 그 결과물이 ‘Through The Forest’이다. 재즈의 어법을 간직하고 있지만 현대음악이나 아방가르드를 연상케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주가 진행되는 매 순간 선택된 음과 그 음들이 만들어내는 반응에 주목하는 프레드의 연주는 앨범 아트워크의 자욱한 안개 속의 숲과도 닮아있다. 다가가면 조금은 선명해지지만 또 멀리 흐릿하게 눈에 들어오는 나무 한 그루 한그루가 있는 숲을 그가 연주의 존재론적 세계와 유사한 곳으로 인식하지 않았을까.




프레드가 재해석한 스탠다드곡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일찍이 그래미 어워즈 ‘최우수 즉흥 재즈 솔로’ 부문 후보에 오른 ‘Whisper Not’은 테마 연주 없이 바로 솔로 연주부터 시작하는데 화려한 연주 가운데 무엇보다 뛰어난 리듬감이 돋보이는 곡이다. 조빔의 ‘Zingaro’는 조빔의 곡 중에서도 특히 예민한 멜로디가 인상적인데 프레드 허쉬의 내밀한 연주와 어우러져 멜랑콜리한 발라드를 만들어냈다. 몽크의 ‘Eronel’ 역시 위의 ‘Whisper Not’처럼 프레드 허쉬 특유의 스윙해석의 탁월함을 선보인다. 저음, 중음, 고음을 오가며 공간을 꼼꼼히 채우는 프레드 허쉬의 연주는 음과 음 사이의 대화 혹은 합창을 연상하게 한다. 빌리 조엘의 ‘And So It Goes’은 가장 대중적인 트랙으로 프레드 허쉬의 풍성한 보이싱이 서정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서정적이면서 동시에 역동적이기도 한 그의 연주를 발견할 수 있는 이 앨범은 프레드 허쉬가 자신과 끊임없는 대화로 이루어낸 내밀한 열정의 결과물이다. 그 대화는 단순히 음을 선택하는 것을 넘어 음과 음이 서로 자유로이 유희할 수 있게 장을 마련한 프레드 허쉬만의 음악적 어법이다.


★★★★




이상희 | 월간 재즈피플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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