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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보보 스텐손 트리오 [Contra La Indecision]  
제목 [앨범 리뷰] 보보 스텐손 트리오 [Contra La Indecision]   2018-01-23


보보 스텐손 트리오 [Contra La Indecision]


보보 스텐손 트리오의 새로운 역작


6년 만에 보보 스텐손이 새로운 트리오 앨범을 선보였다. 나는 보보 스텐손 트리오의 대표작을 꼽으라 한다면 주저 없이 2000년도 앨범 [Serenity]를 꼽는다. 두 장의 CD에 자작곡과 클래식곡, 라틴곡들을 트리오만의 스타일로 바꾸어 연주한 이 앨범은 연주적인 측면과 정서적인 측면 모두에서 트리오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어쩌면 드러머 욘 크리스텐센이 트리오를 탈퇴한 것은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실제 이후 욘 크리스텐센이 폴 모션을 거쳐 지금의 욘 펠트로 바뀌는 중에도 트리오의 음악적 방향은 [Serenity]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클래식과 라틴 음악을 자작곡과 함께 잘 짜인 구성과 즉흥성을 오가며 연주했다. 그럼에도 매번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트리오는 벨라 바르톡, 페데리코 몽푸, 에릭 사티 등의 클래식 작곡가의 곡과 월드 뮤직 계열의 곡을 자작곡과 함께 연주하며 이전 앨범들과 유사한 구성을 보인다. 그런데 완성도가 높았음에도 2000년도 이후의 앨범들이 [Serenity]를 뛰어넘지 못했다면 이번 앨범은 [Serenity]가 도달했던 완성의 영역에 가장 근접하지 않나 싶다. 아니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그 이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


이런 평가의 근원에는 앨범의 정서적 매력이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Cancion Contra La Indecision’(우유부단함에 맞서는 노래)가 가장 좋은 예가 아닐까? 이 곡은 쿠바 출신의 포크 계열 싱어송라이터 실비오 로드리게스의 곡이다. 보보 스텐손은 이미 이 싱어송라이터의 곡을 [Serenity]를 비롯한 여러 앨범에서 ‘Olivia’, ‘El Mayor’, ‘Oleo De Mujer Con Sombrero’ 등의 곡을 연주한 적이 있다. 그것도 앨범의(또는 두 번째 CD의) 첫 곡으로 연주하곤 했다. 그만큼 그의 곡을 좋아한다는 뜻이리라. 칠레의 혁명좌파운동을 이끌었던 미구엘 엔리케즈를 위해 쓰인 이 곡을 보보 스텐손은 정치적 이념을 탈색하고 그 안에 내재된 멜로디의 아름다움을 살려 연주했다. 그 결과 어쩌면 작곡가가 생각했을, 혁명가의 꿈이 이루어진 평화로운 세상의 이미지가 그려지게 되었다. 아마도 이번 앨범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게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이 외에 에릭 사티의 ‘Elegie’(비가), 페데리코 몽푸의 'Cancion Y Danza VI’(노래와 춤), 벨라 바르톡의 ‘Wedding Song From Poniky’(슬로바키아의 결혼 노래) 같은 클래식곡들도 트리오는 원곡에 담긴 비장함, 슬픔의 정서를 경화시키고 멜로디가 보다 선연히 빛나도록 연주했다. 보보 스텐손의 이러한 시정(詩情)은 원곡의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곡이 마치 트리오를 위해 쓰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이야 말로 가장 재즈적인 것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트리오가 멜로디 중심으로 가벼운 연주를 펼친다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보보 스텐손이 리더이기는 하지만 안데르스 요르민의 베이스와 욘 펠트의 드럼 또한 자신의 방식으로 소리를 내며 하나의 지점으로 나아가는 트리오다운 연주를 펼친다. 특히 욘 펠트의 역할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곡의 제목과 분위기를 가져온 듯한 ‘Doubt Thou The Stars’, ‘Stilla’(고요한), ‘Alice’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곡에서 욘 펠트는 시간을 지속하는 역할에서 나아가 공간감을 만들고 소리의 미묘한 질감차이로 정서적 효과를 만들어 내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연주에 참여해 트리오 전체의 매력을 향상시킨다. 10년의 활동 끝에 보보 스텐손의 젊은 제자가 아닌 동료로 성장했음을 확인하게 한다.  


경력과 음악에 대해 보보 스텐손이 그에 걸맞은 평가를 받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뛰어남을 인정받지 못한 것도 아니고 명성이 낮은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 이상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감히 말한다면 키스 자렛 트리오에 버금가는. 여기에는 6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50여 년간 활동했음에도 정작 리더 앨범이 10장 정도밖에 되지 않다는 것이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 그런 중 이번 새 앨범은 트리오가 지금보다 더 높은 평가와 인기를 누려야 함을 말 그대로 입증한다. 2018년 시작부터 오랜 시간 여운이 남을 앨범이 나타났다.


★★★★




최규용 | 재즈 칼럼니스트

라디오 키스 재즈 담당 PD이다.

저서로는 <재즈>와 <재즈와 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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