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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비제이 아이어 섹스텟 [Far From Over]  
제목 [앨범 리뷰] 비제이 아이어 섹스텟 [Far From Over]   2017-11-26


비제이 아이어 섹스텟 [Far From Over]


2017년을 빛낼 뛰어난 앨범


피아니스트 비제이 아이어는 앨범마다 하나의 출발점으로 회귀되지 않은, 아니, 애초에 출발점이 없었던 것 같은 새로운 음악을 선보여 왔다. 그 새로움은 재즈의 지난 과거에 대한 경의, 아프리카와 인도 음악에 대한 호기심, 클래식과 전자음악 등에 대한 애착 등을 하나로 버무린 끝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버무린다는 것은 의미 그대로 섞는다는 것이다. 조화로만 수렴되지 않고 이질적인 충돌 또한 허용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역동성이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사보이 재즈와 액트 레이블을 거쳐 지난 2014년 ECM 레이블에 합류한 이후 그는 문화와 장르, 시간을 가로지르는 (예측 불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앨범마다 다른 편성, 다른 질감의 음악을 시도했다. 그 결과 스트링 쿼텟과의 협연, 솔로 연주, 영화 음악, 트럼펫과의 듀오, 트리오 연주 등이 석 장의 앨범과 한 장의 DVD에 담겼다.




이 앨범들은 모두 작곡과 연주 모두에서 왜 비제이 아이어가 주목을 받고 있는지 확인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 음악에 만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느끼곤 했다. 그것은 바로 역동성이 줄어들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매번 예측 불가한 음악을 들려주는 그이기에 꼭 넘치는 힘으로 감상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음악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감상자의 입장에서 어디 그럴 수 있을까. 게다가 특히 액트 시절부터 함께한 트리오 편성으로 녹음한 2015년도 앨범 [Break Stuff]은 그가 ECM의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의 취향을 의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했다. 액트 시절의 강렬한 연주에 비해 한층 부드럽고 연한 음악을 담았기 때문이다.


스테판 크럼프(베이스)와 타이션 소리(드럼)의 리듬 섹션에 스티브 레만(알토 색소폰), 마크 심(테너 색소폰), 그레이엄 헤인즈(코넷) 등 세 관악기가 가세한 섹스텟 편성으로 녹음된 이번 앨범은 이러한 나의 의심, 아쉬움을 단번에 해소한다. 앨범 단위의 상상력을 넘는 디스코그래피적 상상력이라도 있다는 듯 비제이 아이허는 지난 몇 년간의 앨범들과는 다른 뜨거움으로 가득한 연주를 이번 앨범에 담았다. 그 뜨거움은 단지 그가 조금 더 건반을 세게 때린 것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보다는 연주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6분의 1로 줄이고 다른 연주자들의 힘을 수용한 결과다. 앨범 타이틀곡이 좋은 예다. 이 곡에서는 강력한 타건으로 곡 전체의 중심을 지탱하는 비제이 아이어의 피아노도 인상적이지만 그 위로 알토와 테너 색소폰, 트럼펫이 숨 쉴 틈 없이 전진하며 충돌하고 어울리는 극적인 흐름이 귀를 사로잡는다. 긴장하게 만드는 연주지만 그것이 롤러코스터를 탈 때나 동작이 큰 액션 영화를 볼 때처럼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Good On The Ground’는 어떠한가. 이국적인 리듬으로 터질 듯한 긴장을 만들어 내는 타이션의 드럼 연주가 아니었다면 이 곡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End Of The Tunnel’이나 ‘Wake’에서 70년대의 마일즈 데이비스나 허비 행콕을 연상시키는 우주적 질감의 사운드는 비제이 아이어의 펜더 로즈 건반 외에 그레이엄 헤인즈의 공간을 확장하는 코넷 연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고 비제이 아이어는 연주자들의 결합에서 발생하는 우연적 결과에 이번 앨범을 맡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치밀한 작곡과 편곡을 통해 각 연주자들의 즉흥성이 자신이 계획한 큰 그림 속에서 이루어지게 했다. 실제 앨범의 모든 곡들은 넘치는 힘과 팽팽한 긴장으로 가득하지만 그렇다고 위태로운 느낌을 주지 않는다. 과거 비밥이 저 멀리 날아갈 듯하면서도 결국엔 경계를 넘는 일이 없었듯이 이번 앨범에 담긴 진보적인 연주 또한 비제이 아이어가 설정한 세계에서 균형을 유지한다. 첫 곡 ‘Poles’을 예로 들면 이 곡은 모든 연주자들이 자신의 방식대로 소리를 발산하고 솔로를 펼치는 것 같다. 수렴이 아닌 확산을 지향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복잡하다 싶은 그 확산적 연주는 시도에 머물 뿐 실현되는 일이 없다.


그는 15년간 클래식 바이올린을 배웠으면서 피아노는 자신의 귀만을 따르며 독학으로 습득한 독특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이를 보면 그는 작곡과 연주, 자유와 체계 등 어울리기 어려운 것을 병행하는 능력을 어린 시절부터 지니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번 앨범은 그 능력이 가장 잘 발현된 예이다. 그것도 2017년의 재즈를 대표하게 될.




★★★★½




최규용 | 재즈 칼럼니스트

라디오 키스 재즈 담당 PD이다.

저서로는 <재즈>와 <재즈와 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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