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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노벨문학상을 받은 재즈, 가즈오 이시구로와 스테이시 켄트의 음악
제목 [기획] 노벨문학상을 받은 재즈, 가즈오 이시구로와 스테이시 켄트의 음악 2017-11-09


노벨문학상을 받은 재즈

가즈오 이시구로와 스테이시 켄트의 음악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가즈오 이시구로가 호명되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에서 태어나 어릴 적 영국으로 건너간 이민자로, 영미권 내에서는 이름 있는 작가다. 일본에서 온 그는 일본의 정서와 영국의 정서를 모두 지니고 있었으며, 스스로도 “집에서는 가족들과 일본어로 대화했으며 그를 통해 일본인으로서의 정서를 익혔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그의 소설 <남아있는 나날>은 이미 맨부커상을 수상했으며,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중 <나를 보내지 마>는 영화 <네버 렛 미 고>, 일본 드라마 <나를 보내지마>로 제작되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와 <화이트 카운티스> 두 편의 영화 각본을 직접 쓰기도 했다. 1995년 대영제국훈장을 받은 바 있는 그는 이처럼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스스로를 굉장한 시네필이자 밥 딜런을 굉장히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는 그는 실제로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2015년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인 파웰스 북스(Powell’s Books)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한 적 있는데 여기에는 키스 자렛 트리오, 니나 시몬뿐 아니라 엔리오 모리꼬네, 레너드 코헨까지 등장한다. 여기에는 재즈 보컬리스트 스테이시 켄트(Stacey Kent)도 포함되어 있었다. ‘블론드 재즈 보컬리스트’라 불리는, 백인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의 계보에 충실한 스테이시 켄트는 1997년에 첫 앨범을 발표한 뒤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에는 블루노트에서 세 장의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중 앨범 [Breakfast On The Morning Tram]은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재즈 보컬 앨범’ 후보에 올랐다. 샹송과 아메리칸 스탠더드곡 위주로 부르던 그는 2010년 이후 보사노바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며 자신의 음악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그런 스테이시 켄트와 가즈오 이시구로는 사실 깊은 인연을 지니고 있다. 2002년, 가즈오 이시구로는 스테이시 켄트의 앨범 [In Love Again]의 라이너노트(음반 해설지)를 쓰게 된다. 두 사람은 2002년 이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실로 두 사람이 무언가를 함께 만든 것은 라이너노트가 처음이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글에서 스테이시 켄트의 음악을 들어야 할 이유를 차분하게 설명한다. 기술적인 면모보다, 화려한 무언가보다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하고 연기하는 것에 가까운 보컬을 들려준다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장점이었다. 스테이시 켄트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하는 것은 가즈오 이시구로 혼자만은 아니다. 후에 스테이시 켄트가 더욱 높은 인지도를 얻고 앨범을 평가받을 때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장점이 바로 섬세한 전달이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라이너노트를 통해 음악가의 장점과 감상 방식을 제대로 전달해줬던 셈이다.


이후 가즈오 이시구로는 스테이시 켄트의 앨범 중 총 네 장의 작품에 작사가로 참여했다. 처음 참여했던 것은 그래미 시상식에 후보로 올랐던 [Breakfast On The Morning Tram]이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앨범 수록곡 중 총 네 곡을 작사했는데, 그중 [The Ice Hotel]은 이후 스테이시 켄트가 다른 앨범에서 다시 수록하기도 했으며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바베이도스와 안티과보다는 북극이 우리에게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해 / 우리 모두 얼음으로 만든 순수하고 맑은 아이스 호텔로 가자’는 가사는 우리가 여행이나 휴식을 생각했을 때 흔히들 연상하는 유럽이나 중남미가 아닌 추운 곳으로 가자는 독특한 상상력을 품고 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묘사와 재치, 짧은 문장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능력이 돋보이는 곡이다. 앨범과 같은 이름의 제목을 지닌 ‘Breakfast On The Morning Tram’ 역시 한 편의 소설 같은 정서와 아름다운 묘사를 들려준다. 눈앞에 그가 이야기하는 상황이 보이는 듯하다. 작사가로서의 가즈오 이시구로는 소설가로서의 모습 못지않게 훌륭하다.




이후 그는 [Dreamer In Concert]와 [The Changing Lights]에도 참여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장점인 곡에 어울리는 묘사는 음악과 긴밀하게 붙어있다. 그러한 가사의 장점은 이번에 발표하는 새 앨범 [I Know I Dream]에서도 잘 드러난다. 스테이시 켄트와 꾸준히 작업해온 덕에 가즈오 이시구로는 ‘Bullet Train’과 같은 곡에서 좀 더 극적인 묘사를 선보이는 등 다른 참여자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음악가와 호흡을 맞춘다. 가즈오 이시구로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때, 스웨덴 한림원은 “정서적 힘이 담긴 소설을 통해 인간의 환상 아래에 있는 심연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은 SF를 비롯해 여러 배경을 조금씩 차용하면서도 쓸쓸한 가운데 따뜻한 작은 무언가를 담아내며 독자의 감정적인 부분을 잘 건드리는 편이다. 이러한 장점은 스테이시 켄트라는 음악가가 지닌 장점과도 잘 맞는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해당하는 <파묻힌 거인>도 그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소설이니 일독을 권한다.


끝으로 가즈오 이시구로가 얼마나 음악에 관심이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단편 <녹턴: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싱어송라이터를 꿈꾸기도 했다는 그의 과거가 잘 묻어나는 동시에, 다섯 편의 단편 모두에 음악이라는 존재가 짙게 깔려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박준우 | 음악평론가

프리랜서로서 <힙합엘이>라는 온라인 매거진을 운영하고

여러 매체에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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