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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스 마스터즈] 트럼페터 크리스찬 스콧  
제목 [브라스 마스터즈] 트럼페터 크리스찬 스콧   2017-10-21


재즈의 미래를 모색하다


트럼페터 크리스찬 스콧


요즈음 한국에서는 여러모로 사회적 이슈들이 넘쳐흐르고 있다. 이러한 이슈들은 그 시대를 이야기할 때 하나의 책갈피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예로부터 예술가들은 이러한 사회적 이슈들을 작품의 소재로 자주 사용해왔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행보들은 최근 들어 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그만큼 한동안 나라가 참 시끌벅적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우리는 이에 대해 외면하지 않고, 깨어있는 사람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그게 어느 누구이든 간에 어쩌면 우리에게도 위대한 예술의 영감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열 번째로 소개할 아티스트는 트럼페터 크리스찬 스콧(Christian Scott)이다. 스타일리시한 음악으로 전 세계 재즈의 트렌드를 이끌고 특유의 강렬한 비주얼로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연주자다.




시대를 이끌어갈 아티스트의 탄생


1983년도 뉴올리언스 주 루이지애나에서 출생한 크리스찬 스콧. 그는 재즈의 발원지인 이곳에서 나고 자라며 12세 무렵부터 할머니와 어머니가 선물해준 트럼펫을 연주했다. 그리고 외삼촌인 색소포니스트 도널드 해리슨을 통해 재즈에 대한 기초를 습득했다. 테렌스 블랜차드, 로이 하그로브 등 유명 트럼페터와 함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고, 자신의 리더작과 다양한 세션 활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명연주자로 손꼽혔던 도널드 해리슨은 그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레코딩에 참여시키고, 자신의 무대에 세우는 등, 조력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그는 어린 크리스찬 스콧의 실질적인 후원자가 되어주었다. 덕분에 어릴 적부터 재즈 트럼펫에 대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보다시피 유년기 시절부터 좋은 환경에서 자란 크리스찬 스콧은 이로써 뉴욕 재즈 시장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아티스트로 성장할 것을 예고했다.


삼촌의 발자취를 따라 14세가 되던 해에는 뉴올리언스 크리에이티브 아트 센터(NOCCA)에 입학하여 재즈 공부를 이어나갔다. NOCCA의 디렉터이자 플루티스트인 켄트 조던과 트럼페터 클라이드 케르 주니어의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그는 당당히 버클리 음대의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교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앙상블이며 우수한 실력을 지닌 학생들을 선발해 결성되는 버클리 몬터레이 쿼텟(Berklee Monterey Quartet)의 멤버로 몬터레이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당당히 올랐다. 그곳에서도 크리스찬 스콧은 모두가 주목하는 학생이었다. 당시 그의 등장은 상당한 이슈였다.


이미 도널드 해리슨의 앨범에도 참여한 바가 있는 그는 이듬해인 2006년도에 그를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자 데뷔작인 [Rewind That]을 발표하게 된다. 터질 듯한 울림을 전달하는 독특한 트럼펫 사운드와 록을 바탕으로 알앤비의 세련된 모티브를 사용해 유일무이한 스타일을 구축해낸 그의 음악은 미국 재즈 음반 시장을 강타했고, 각종 매체에서 호평이 쏟아졌다. 특히 이에 대해 <빌보드>는 “지난 10년 동안의 가장 주목해야 할 장르”라 언급할 만큼 그의 독보적인 음악 스타일에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22세의 나이였지만 원숙한 음악으로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오르는 등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이루었다.


이후 그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막대한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의 고통의 감정을 담아낸 [Anthem]과 자신의 철학을 담아낸 [Yesterday You Said Tomorrow] 등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기존의 정의를 거부하는 음악


크리스찬 스콧은 자신의 음악에 대한 고찰이 상당한 아티스트다. 정의에 대한 강요를 거부한 그의 음악은 재즈에 근간을 두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적으로 재즈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형태와 언어, 질감, 관습, 과정 등 문화를 축적해나갈 수 있는 또 다른 장르를 구축해내려고 노력했다. 여러 가지의 보이지 않는 경계를 가로질러 보다 본질적으로 인간의 대화방식을 확장하는 고차원의 음악을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그는 재즈라는 개념은 개방되고 배제되고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한 뜻을 표명한다. 말 그대로 소통의 음악을 원했던 것이다.


[Yesterday You Said Tomorrow]는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자신의 음악에 철학을 담아내기 시작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앨범이 발매될 당시 26세였던 그는 1960년대의 존 콜트레인, 마일스 데이비스, 찰스 밍거스 그리고 지미 헨드릭스와 밥 딜런 등 아티스트들의 흔적을 따라갔다. 그래서 과거의 선배 아티스트들과 현재의 후배 아티스트들을 연결할 매개체를 만들었다. 특히 1950-60년 대 모던 재즈 사운드 특유의 도시적인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블루노트의 명 엔지니어였던 루디 반 겔더와 함께 작업을 시도했다. 그리고 마일스 데이비스의 영향을 받은 덤덤하고 차가운 블로잉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나갔다. 리듬의 바탕은 이에 반해 훵크와 힙합, 일렉트로닉에서 발췌하여 크리스찬 스콧의 트럼펫 연주와는 상반된 느낌을 전달하며 오묘한 감정을 표현했다. 라디오헤드의 보컬 톰 요크의 ‘The Eraser’와 무혈 혁명의 양면성을 이야기하는 ‘Jenacide’, 낙태에 대한 사회적인 쟁점을 담아낸 ‘The Roe Effect (Refrain In F# Minor)’ 등 크리스찬 스콧의 생각과 가치관을 표현한 트랙들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는 다양한 음악적 전통과 문화에 대해 끊임없이 조사해왔다. 2012년도에 발표된 [Christian aTunde Adjuah]는 [Yesterday You Said Tomorrow]의 연속적인 작품이다. 여러 전통 음악과 록, 힙합, 알앤비 등이 융합된 사운드로 정치적인 측면과 과거 미국 사회가 직면했던 문제들에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총 23개의 트랙을 수록함으로 그의 야심찬 창의력을 엿볼 수 있는 계기였다.


이 모든 시행착오들을 거쳐 크리스찬 스콧은 가장 이상적이고, 혁신적인 음악 형태인 [Stretch Music]을 완성하게 된다. 스트레치 뮤직은 흡수력이 매우 뛰어난 재즈를 만들어내는 접근법이다.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음악의 형식과 언어, 문화를 포함할 수 있도록 재즈의 리듬, 멜로디 및 화성에 제약을 두지 않고 확장하려고합니다.” 라고 이야기하며 그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본 앨범이 출시되고 <NPR>은 “크리스찬 스콧은 재즈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었습니다.”라고 언급할 만큼 단순히 상업적인 히트를 넘어선 성공을 꾀하게 된다.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교류


음악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완성해낸 콜라보레이션은 그를 더욱 빛나게 했다. [Yesterday You Said Tomorrow]에서 ‘The Eraser’를 리메이크하면서 맺어진 톰 요크와의 인연은 그의 솔로 콘서트의 게스트로 참여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재즈 트럼페터와 모던 록 가수의 만남이란. 그 자체로도 매우 신선했지만, 톰 요크의 작곡 능력과 크리스찬 스콧의 스펀지 같은 흡수력은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펫 메시니 유니티 그룹의 베이시스트인 벤 윌리엄스의 솔로 앨범 [Coming Of Age]에서 그는 팝가수 리엔 라 하바스의 ‘Lost And Found’를 하몬 뮤트 트럼펫으로 애절한 연주를 펼쳐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가 하면 힙합 뮤지션인 에이셉 퍼그, 유어 올드 드룩 등과 함께 스웩(?) 넘치는 힙합을 연출해내기도 했다. 그리고 음악 이외에도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인 꼼데가르송과 최근에는 갭의 청바지 모델로 활동하는 등, 트럼펫을 든 그의 강렬한 비주얼은 시각적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되었다. 이토록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그의 세련된 감각은 모든 것들을 새롭게 바꿔내는 무한한 힘을 지녔다.


그는 사회적인 활동으로 여러 가지 형태의 후원을 하기도 한다. 본인의 고향 뉴올리언스의 교육기관인 가디언 인스티튜트는 소외 계층의 문맹 퇴치에 대한 지속적인 헌신과 문화를 보전하기 위한 갖가지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예술가가 뉴올리언스 빈곤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무료 교육 사업을 제공하는 등의 봉사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크리스찬 스콧은 현재 가디언 인스티튜트과 함께 개인 음악 교육과 교재 등을 구입하고, 자금을 모아 수업에 필요한 악기를 마련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음악과 비주얼 이외에도 마음씨까지 멋진 이 아티스트가 필자는 여러모로 참 부럽다. 모두가 그를 주목할 만한 데는 이유가 있다.  




최수진 | 트롬보니스트

트롬보니스트와 작편곡가, 재즈 칼럼니스트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종합 예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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