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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영향력 있는 뮤지션의 도의, 라디오헤드  
제목 [트렌드] 영향력 있는 뮤지션의 도의, 라디오헤드   2016-08-15


영향력 있는 뮤지션의 도의, 라디오헤드


2014년 NME는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100인을 발표했고, 1위 뮤지션으로 라디오헤드를 꼽았다. 대표작 [OK Computer]와 [Kid A]를 거론하면서 1960년대 비틀스와 다르지 않은 급의 밴드라는 설명을 붙였다. 즉 음악적 성취로만 판단해 아티스트를 선정하고 순위를 매긴 기획이었는데, 라디오헤드는 그런 위치에 대한 자각이 분명한 밴드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음악이 흔들리지 않았다. 복귀할 때마다 일정 수준을 달성하는 작품과 함께 찾아왔다. 나아가 그런 입지를 가진 뮤지션이 음악 외적으로 무엇을 실천하고 보여줘야 하는지도 인지하고 있다. 6월 한 달간 터져 나온 심각한 국제 뉴스를 살펴볼 때마다 언제나 라디오헤드는 거기에 있었다.


6월 12일 새벽 미국 올랜도. 펄스라는 이름의 게이 클럽에서 연이어 총성이 터졌다. 50명이 사망했고 50여 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용의자 오마르 마틴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사건 직후 혐오범죄, 테러, IS, 총기 등 다양한 키워드를 동반한 해석이 따른 가운데 며칠 뒤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를 비롯한 150여 명의 뮤지션이 빌보드 매거진을 통해 미국 의회 앞으로 공개서한을 보냈다. 아티스트로서 그리고 음악계의 관계자로서 미국 사회의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보태겠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편지였다. 친필로 싸인한 150명의 뮤지션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요구했다. 미국 내 모든 총기 구매에 관한 추적 조사를 요청한다는 것, 그리고 조사를 통해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위험인자의 총기 구매를 차단하라는 것.


6월 18일 터키 이스탄불. 벨벳 인디그라운드라는 이름의 레코드점이 습격당했다. 단골손님들이 라디오헤드의 새 앨범과 함께 맥주를 즐기던 중에 일어난 봉변이다. 이슬람력에 따른 금식 및 금주 기간 라마단에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극렬 종교인들이 쇠파이프와 깨진 맥주병을 들고 숍에 모여 있던 이들을 위협했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는 현장의 증언이 이어진 가운데, 며칠 뒤 라디오헤드가 사건에 관해 신중하고 간결한 유감을 표했다. “이스탄불 벨벳 인디그라운드 습격 사건에 대한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같은 폭력 행위가 이제는 과거의 악습으로 간주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스탄불의 팬들을 향해 사랑과 지지를 전합니다.”


그리고 6월 23일 국민투표를 통해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가, 즉 브렉시트가 결정됐다. 영국 투표인구의 51.9%에 해당하는 1,742만 명이 ‘탈퇴 찬성’(LEAVE)에 표를 던진 결과다. 이민자와 난민 문제를 비롯해 경제와 정치 분야 등 각계각층의 우려와 향후 어두운 전망이 연일 보도되고 있고, 뮤지션 또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기도 하지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제 영국은 유럽 연합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영국 뮤지션이 유럽에서 공연할 때마다 매번 비자를 받아야 하고 국가별 기준에 맞춰 세금 정산 작업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따르니 티켓 가격 또한 조정될 수 있다. 속해 있는 분야와 위치에 상관없이 브렉시트 재투표에 대한 대대적인 주장이 따르는 가운데, 톰 요크는 25일 트위터 계정에 2차 투표를 요구하는 청원서의 링크를 공유했다. 그의 타임라인은 현재 브렉시트에 관련된 기사 링크로 도배되어 있다.


지난달 이처럼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굵직한 뉴스들이 있었고, 라디오헤드는 언제나 사건 직후 때때로 따뜻하게, 반대로 강경하게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이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늘 그랬다. 특히 톰 요크가 그랬다. 그는 음악 외적인 이슈에 더 적극적이고 더 확고한 기록을 남겨 왔다. 집중 화두는 인권, 환경, 공정무역, 그리고 전쟁 반대와 핵무기 개발 반대 정도로 요약되는데, 이는 청년 시절 노엄 촘스키와 에드워드 S. 허먼의 저서 [여론조작](Manufacturing Consent)(1998)을 읽고 난 뒤의 각성이라 한다. 기업화된 거대 언론이 어떻게 거짓말을 하고 그게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일단 그는 채식주의자다. 동물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은 상업적 도축 시스템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가와 명상을 즐긴다. 전 세계의 경제 및 환경이 처한 극단적인 불균형의 원인은 서구 사회가 만든 시스템 때문이라는 반성적 사고를 토대로, 1999년 제3 국가 부채 탕감 운동에 참여한 것이 첫 번째 활동가 이력이다. 그런 그가 아주 오랫동안 확고하게 인식하고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분야는 환경이다. 그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법 제정을 준비하는 세계적인 환경 단체 빅 애스크(Big Ask), 그리고 그린피스, 세계자연보호기금과 함께 세계 3대 환경보호단체로 통하는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의 서포터로 활동 중이다. 영화계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있다면 음악계에는 톰 요크가 있다.


[Kid A]를 녹음하던 2000년, 그는 빙하와 지구 온난화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록 밴드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한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것이 모순임을 동시에 깨닫게 됐다. 앨범이 나오면 세계를 무대로 투어에 돌입해야 하는데, 특히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면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선택한 것은 절망과 비관이 아닌 지속적인 실천이다. 공연하면서 발생하는 지구 오염 인자들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여기 동의한 밴드 멤버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공부한 결과 몇 가지 대안들을 찾았다. 일단 라디오헤드는 도심 공연장을 선호한다. 대중교통을 통해 관객이 이동할 확률이 높은 곳을 주요 공연장으로 잡는다. 비행기 이용을 최소화하고, 배로 장비를 비롯한 공연 물자를 이동시킨다. 그들의 투어 버스는 바이오 연료로 굴러가는 차다. 영국의 글라스톤베리나 일본의 후지록 페스티벌 같은 무대에 라디오헤드를 부르고 싶다면 담당 관계자가 밴드를 집요하게 설득해야 한다. 자연을 해치는 현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라디오헤드는 어디서 공연하든 현장 관계자에게 몇 가지 일관된 지침을 보내고 있다. 일단 그들이 사용하는 대기실의 전구를 LED로 교체하라 요구한다. 그게 에너지 소비가 덜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많다. 대기실에 반입되는 각종 물품은 재사용이 가능해야 한다. 분리수거가 가능하도록 라벨을 붙인 몇 개의 쓰레기통을 비치해둬야 한다. 그리고 공연 크루들을 위한 식사는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를 써야 하고, 세척에 필요한 세제는 친환경 성분으로 만든 것이어야 한다. 이는 2012년 지산 밸리록에 방문했던 라디오헤드가 공연기획팀에 똑같이 요청했던 내용이다.


다시 올랜도로 돌아와서, 라디오헤드는 역할을 분담할 수 있었다. 동시대에 함께 활동하는 음악인들이 비슷한 슬픔과 분노를 공적으로 드러냈다. 미국 LA 시청 앞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 집회에 레이디 가가가 찾아왔다. 평소와 달리 엄숙하고 단정하게 차려입고, 눈물을 흘리며 희생자 명단을 읽었다. 멜리사 에더리지는 ‘Pulse’를 썼다. 사고 현장의 이름이자 최근 발표한 노래의 제목이다. 신곡을 발표하면서 그녀가 전한 말은 행동하면서 노래하는 모든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그건 곡을 쓰는 일이었다.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한, 우리는 사회의 거울이라 생각한다. 노래를 통해 의미와 목적을 전달하고, 치유를 기대할 수 있는 존재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민희 | 대중음악평론가

온오프라인 매체에 음악 관련 글을 쓰고 있다.

듣는 건 여전히 즐거운데 쓰는 건 여전히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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