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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매즈 빈딩 트리오 [Yesterdays]  
제목 [앨범 리뷰] 매즈 빈딩 트리오 [Yesterdays]   2017-09-17


매즈 빈딩 트리오 [Yesterdays]  


완벽한 트리오 연주


앨범 표지를 보면 제일 위에 엔리코 피에라눈치의 이름이 보인다. 그래서 많은 감상자들은 이 앨범이 피아니스트의 새로운 앨범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피아니스트의 리더 앨범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베이시스트 매즈 빈딩의 트리오 앨범이다. 실제 앨범 표지를 살펴보면 작게나마 매즈 빈딩 트리오의 앨범이라 적혀 있다.


이 트리오는 지난 1997년 봄에 [The Kingdom]이란 앨범을 선보였었다. 매즈 빈딩은 자니 그리핀, 에드 티그펜, 듀크 조던 등의 미국 연주자들과 함께 활동하는 등 하드밥의 어법에 충실한 연주를 펼쳤다. 알렉스 리엘도 마찬가지. 재키 맥린, 마이클 브레커, 케니 드류, 에디 데이비스 등 미국 연주자들과 함께하며 하드밥에 충실한 연주를 펼쳤다. 게다가 두 연주자는 함께 덱스터 고든의 밴드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다. 따라서 이들의 음악이 재즈의 전통적인 측면을 담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두 연주자는 여기에 특별한 무엇을 넣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엔리코 피에라눈치를 선택한 듯싶다. 이 이탈리아 출신의 피아니스트는 빌 에반스의 피아니즘을 충실히 계승하는 한편 클래식적인 면을 연주에 불어넣을 줄도 알았다. 그 결과 앨범 [The Kingdom]은 하드밥의 매력인 화려한 연주력과 유럽 연주자들에게서 발견되곤 하는 서정적인 측면이 어우러진 음악을 담게 되었다.


앨범 발매 이후 당연히 세 연주자는 공연을 펼쳤다. 그중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재즈하우스 공연이 있었다. 1997년 11월 11일의 일이었다. 이 앨범은 바로 그날의 공연을 담고 있다.


이 앨범을 듣고 나면 많은 감상자들은 왜 이 공연이 20년이 지나서야 앨범으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만큼 뛰어난 연주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괜히 창고에 묵혀둘 필요가 없었던 최상의 연주. 감히 말하면 재즈 피아노 트리오가 들려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연주, 빌 에반스가 스콧 라파로(베이스), 폴 모션(드럼)과 함께 꿈꾸었던 연주, 현재 피아노 트리오의 모범으로 평가 받는 키스 자렛이나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의 연주에 필적하는 연주이다.  


실제 앨범에서 트리오는 타이틀곡부터 마지막 곡 ‘If There Is Someone Lovelier Than You’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호흡으로 감상자를 사로잡는다. 피아노-베이스-드럼 모두 각각의 공간을 차지하고 자유로이 자신의 연주를 펼치는 한편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멋진 조화를 이루며 나아간다. 그것은 마치 공격-수비-골키퍼의 호흡보다는 스페인 프로축구단 바르셀로나의 메시-수아레즈-네이마르 트리오처럼 자유로이 패스를 주고받으며 득점에 성공하는 세 공격수의 조합에 가깝다.


앨범 타이틀곡만 들어도 이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이 곡에서 각 연주자는 단순히 순서대로 솔로 연주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 순간 자유로이 어울린다. 특히 베이스와 드럼은 화려한 피아노 연주 뒤에 머무르는 것 같으면서도 대등한 층위에서 피아노에 반응하고 피아노에 자극을 준다. 그래서 역동적인 움직임이 분주한 느낌을 주면서도 어지럽다기보다는 잘 정돈된 느낌을 준다. 키스 자렛 트리오에 견줄만하다. (실제 게리 피콕 작곡의 ‘Vignette’를 비롯해 키스 자렛 트리오도 연주했던 곡들이 연주되어 절로 비교를 하게 된다.)


한편 앨범에서 가장 부드럽게 연주한 ‘My Foolish Heart’는 물론 시종일관 빠르고 과감한 연주가 이어지는 ‘My Funny Valentine’ 같은 곡에서도 트리오는 여유와 낭만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는 아무래도 엔리코 피에라눈치의 극적인 피아노 솔로가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만약 이 앨범을 그의 리더 앨범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바로 피아노 솔로 연주가 지닌 서사적인 측면 때문일 것이다.


20년 만에 공개되는 연주라는 점 외에도 이후 이 트리오의 연주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 또한 놀랍다. 특히 엔리코 피에라눈치만을 두고 생각하면 더 아쉽다. 그는 분명 이 시대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솔로부터 듀오, 트리오, 콤보 밴드를 거쳐 스트링 앙상블과의 협연까지 다채로운 편성으로 뛰어난 음악을 선보여왔다.


하지만 고정된 멤버로 오랜 시간 함께하며 농밀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트리오 활동이 부족한 것은 아쉬웠다. 만약 엔리코 피에라눈치 트리오가 있었다면, 그것이 매즈 빈딩, 알렉스 리엘과 함께 한 것이었다면 피아노 연주자는 솔로 연주자로서의 명성과는 별개의 뚜렷한 성과를 냈을 것이다.  


★★★★




최규용 | 재즈 칼럼니스트

라디오 키스 재즈 담당 PD이다.

저서로는 <재즈>와 <재즈와 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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