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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영화 마일스와 뮤지션 마일스를 말하다  
제목 [대담] 영화 마일스와 뮤지션 마일스를 말하다   2016-08-15

 

영화 마일스와 뮤지션 마일스를 말하다


지난 6월 30일에서 7월 9일까지, KT&G 상상마당에선 영화음악제가 열렸다. 다양한 음악영화가 상영됐고, 그중 7월 9일에는 [치코와 리타] [에이미] [미드나잇 인 파리] [본 투 비 블루] 등 재즈와 관련된 음악영화가 상영됐다.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것은 8월에 국내 개봉 예정작인 [마일스]. 월간 재즈피플 편집진은 재즈 뮤지션 서영도, 오재철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자리를 옮겨 영화와 마일스 데이비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진행 | 김광현

사진 | 안재경




시작하기 전에 마일스 데이비스가 어떤 음악가인지에 관해 이야기해볼게요. 많은 사람이 마일스 데이비스는 연주력이 비밥 시대 여타 연주자에 비해 부족하지만, 다른 음악적 요소들로 그걸 극복했다고 평가하거든요.


오: 저는 그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음악을 모르는 거라고 생각해요. 마일스 데이비스는 트럼펫의 교과서와도 같은 존재예요. 찰리 파커와 연주할 때 이미 마일스 데이비스는 그때에는 존재하지 않는 걸 연주하고 있었어요.


무엇보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정말 좋은 연주법을 가지고 있어서 저음, 중음, 고음 모두 똑같은 톤 퀄리티를 내요. 입술을 말아서 연주하는 트럼페터들은 고음은 쉽게 올라갈지 몰라도, 음량이 작아져요. 마일스 데이비스는 고음에서도 중음에서의 음량을 유지하죠. 리듬을 봐도 아주 훌륭해요. 리듬을 아주 미묘하게 레이드백으로 연주하는데, 이게 스윙 리듬 형성에 아주 중요해요. 마일스 데이비스는 이게 정말 탁월해요.




그 당시의 클리포드 브라운과 같은 하드밥에 특화된 트럼페터에 비하면 속주와 기교가 많이 부족한 편이라고 할 수는 있지 않나요?


오: 챱(Chop, 테크닉)이 부족한 것은 맞아요. 그런데 마일스 데이비스가 클리포드 브라운처럼 연주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마일스 데이비스도 그렇게 하라면 할 수는 있겠지만, 그가 하고 싶었던 음악이 그건 아니었을 거예요.




평론가들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평생 들으면서 살았겠죠. 얼마나 화가 났을까요. 영화에서도 음악 기자라는 사람을 보자마자 얼굴에 주먹을 날리잖아요.


오: 자기 음악에 자부심이 엄청 크고 고집 센 걸로 유명하죠. 아마 음악하면서는 그런 주변인들에게 전혀 신경 안 썼을 것 같아요. (웃음)




서영도 씨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Bitches Brew] LP를 가져오셨네요.


서: 마일스 데이비스의 느낌을 좀 잡아보려고요. (웃음)




여기 LP에 보시면 테오 마세로라는 레코드 프로듀서의 사진이 있어요. 영화에도 잠깐 등장해요. 델로니어스 몽크와 마일스 데이비스의 레코딩을 담당한 굉장히 유명한 프로듀서예요.


서: 맞아요. 재즈 명반을 많이 제작한 프로듀서죠. 자세히 보니 영화에서는 LA에 있는 콜롬비아 스튜디오 레코딩 장면에서 잠깐 등장하는것 같아요.




최근에 재즈 트럼페터의 삶을 다룬 영화 두 편이 개봉했어요. 쳇 베이커의 [본 투 비 블루]와 마일스 데이비스의 [마일스]. 오재철 씨는 트럼페터로서 어떻게 보셨나요?


오: 둘 다 매력이 있어요. 음악적인 걸 제외하고 보면 둘 다 재미있는 영화예요. 그런데 [본 투 비 블루]에선 몰입이 잘 안 됐어요. 연주와 손가락이 너무 안 맞는 게 보였거든요. (웃음)




말씀하신 것처럼 눈에 보이는 연기 같은 연주 모습과 쳇 베이커의 실제 음악이 삽입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 많았죠.


서: 저도 그 영화에 대해서 실망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제작 중에 감독이 그런 피드백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러프한 중간 편집본이 나왔을 때도 ‘연주가 이게 뭐야?’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했을 수밖에 없어요. 끝까지 그렇게 한 거는, 애초에 영화가 음악보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쳇 베이커의 불완전한 삶에 집중한 것 같아요.


오: 그런 음악적 디테일을 제외하고 보면 꽤 괜찮은 영화예요.




그러고 보면, [마일스]에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연주가 많이 들어갔네요.


오: 저는 찰리 파커를 그린 영화 [버드] 이후에 제대로 된 ‘소셜 뮤직’ 영화가 나온 것 같아요.


서: 그렇게 보면, [버드]는 정말 잘 만든 영화인 거야.




오재철 씨가 언급한 '소셜 뮤직'이란 단어는 영화 전반에서 여러 번 등장해요.


오: 요즘 무척 이슈 되고 있는 거예요. 이게 실은 ‘블랙 소셜 뮤직’이라고, ‘재즈라고 부르지 말자’면서 사용했던 명칭이에요. 최근에 로버트 글래스퍼도 “재즈가 아닌 소셜 뮤직이다”라고 했다고 해요.


서: 요즘 재즈 연주자들은 자기들이 하는 음악을 (때에 따라) ‘재즈’라고 생각하지 않이요. 연주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하는 거죠.




영화에 보면 마일스 데이비스가 백인 경찰관에게 린치를 당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최근 미국에서 백인 경찰관과 흑인들과 갈등이 있는데, 그 시대의 차별과 대립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서: 우리로서는 상상을 못하는 거죠. 그 당시의 흑인은, 마일스 데이비스 정도가 되어도 목숨을 걸고 음악을 하는 거예요. 마일스 데이비스의 자서전에 보면 ‘백인 저런 새끼들 앞에서 연주하고 싶지 않다. 고맙다는 말도 안 할 것이다’는 내용이 있어요. 마일스 데이비스가 백인들에게 보여주려고 일부러 금목걸이를 하고 다니고, 페라리 오픈카를 타고 다니고 그랬던 거예요. 백인 여자를 데리고 다니면서, ‘너흰 내 방 안에 있어야 해’ 같은 식으로 행동했죠.




뮤지션, 마일스



1975년에 시작된 슬럼프가 1979년까지 이어지는 내용이 영화의 배경이에요. 실제로 마일스 데이비스가 슬럼프를 겪었던 시기죠. 연주자에게 이런 슬럼프가 왜 오는 건가요?


오: 보통은 건강 문제인 것 같아요. 로이 하그로브가 좋은 예일 것 같아요. 최고의 연주자였던 로이 하그로브가 지금은 약물 때문에 슬럼프에 빠져 있죠.




약물에 대해 이야기가 꽤 나오죠. 마일스 데이비스는 50년대에 독한 마약에 빠져있다가 헤어 나오지만 결국 코카인을 하게되죠.


서: 50년대에 마일스 데이비스는 최고점을 찍었다고 생각했을 텐데, 어린 존 콜트레인이 나타나서 그보다 위의 연주를 하니까 얼마나 화가 났겠어요. 마약을 하면 온정신이 하나로 모인다고 해요. 멀티태스킹을 하던 것들이 하나로 모이니까 음악이 얼마나 잘 나오겠어요. 그런 걸 한 번 경험하고 나면, 맨정신으로는 연주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오: 마일스 데이비스는 엉덩이에 고름을 달고 살았잖아요. 극 중에서도 불편하게 걷는 모습이 나오구요. 그거 때문에 코카인 같은 약을 많이 했어요.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진통제와 함께 복용했겠죠.




그럼 마일스 데이비스의 슬럼프는 건강 때문이었을까요?


오: 트럼페터로 보았을 때는 건강 문제가 아니고선 그 정도로 연주를 못 할 이유는 없어요.


서: 음악적인 슬럼프가 올 수는 있어요. 저 같은 2류 뮤지션한테는 잘 안 오고, 보통 1류 뮤지션들에게 와요. (전원 웃음) 마일스 데이비스처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다한 뮤지션은 지금을 초월한 단계로 가고 싶어 해요. 그래서 음악 자체를 그만두기도 해요.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경지인 거죠. 일반적으로 슬럼프란 하던 게 잘 안 되는 그런 것을 의미하는 거잖아요. 연주자는 매번 잘되던 게 잘 안 되는 게 있어요. 밴드와 잼 연주를 하는데 느낌이 잘 안 올 때. 그런 게 자주 이어지면 슬럼프라고 느낄 수 있겠죠.


오: 저는 10류 뮤지션이라 잘 모르겠어요. (전원 웃음)




70년대 당시 마일스 데이비스 문제에 결론을 내린다면?


서: 그때 마일스 데이비스는 할 걸 다 한 뮤지션이었으니까요. 지미 핸드릭스,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반짝이 옷 입고 별걸 다 했잖아요. 그런 걸 모두 다 거치고 난 뒤의 이야기니까요. 슬럼프가 올 수 있는 시기죠.




영화에서는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 하나요?


서: '주니어'라는 인물의 등장으로 극복을 하죠. 이 주니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더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본지 5월호 기사에 김현준 편집위원은 이렇게 썼어요. ‘나는 개인적으로, 마일스 데이비스가 1975년경 극심한 슬럼프를 맞아 활동을 중단했을 때 그대로 은퇴를 하거나 아예 사망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 초에 남긴, 그의 전작들에 비해 졸작으로 비친 몇몇 어설픈 작품들 때문이다.’ 이 이야기에 공감하시나요?


서: 잔인하시네요. (웃음)


오: 저는 뮤지션의 입장이에요. 무슨 음악을 하건, 그건 뮤지션의 자유라고 생각해요. 80년대에 마일스 데이비스가 하고 싶었던 음악이 그런 거였다고 생각하고, 그거에 대해 비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해요.


서: 동감입니다. 신디 로퍼의 음악이든, 마이클 잭슨의 음악이든, 좋은 음악을 듣고 연주하고 싶었던 게 당시의 마일스 데이비스의 마음이었을 거예요.




마일스 데이비스의 후기 앨범에 대해 평이 좀 박하기는 하죠


오: 사람들이 마일스 데이비스에게서 기대하는 것과 마일스 데이비스 본인이 하고 싶었던 것의 간극이 컸던 것 같아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영화의 배경이 된 70년대 중후반 전후의 마일스 데이비스 음악은 사람들이 잘 듣지 않거든요. 그보단 60년대까지의 음악을 많이 듣고요.


서: 그렇죠. 영화 속 파티 장면만 보더라도,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훵크 음악이 나오거든요. 마일스 데이비스는 스윙 시대부터 해서 그때까지 늘 최고의 자리에 있던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록과 훵크를 듣는 거예요. 재즈는 관심도 없고. 마일스 데이비스에게 슬럼프가 온 또 다른 이유일 수도 있어 보여요.




영화, 마일스



연주자가 아닌 관객들이 궁금할 만한 장면이 몇몇 있어요. 그중에서 “F# 말고 Fm7으로 연주해봐”라는 식의 대사가 있는데, 이 코드가 크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오: 아뇨, 뭐 특별히 그런 건 없어요. 그냥 연주 용어를 쓰려고 넣은 것 같아요.


서: 그냥 오글거리는 멘트죠, 뭐. 우리로 치면 ‘재료는 인천 앞바다의 신선한 것이 좋은 거야!', 이런 거죠.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마일스는 그림에도 재주가 많았죠. 실제 그림을 그렸고 화려하게 복귀한 후 발표한 [Star People](1983)의 커버는 직접 그렸죠. 영화 엔딩 크래딧에 나오는 그림들이 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그린 것 같더라고요.


서: 조영남처럼. (전원 웃음)




영화 초반부에 마스터 테이프를 붙잡으면서 ‘내 음악을 뺏기면 안 돼’라는 장면이 있잖아요. 나중에 나오지만 그 테이프에 대단한 음악이 없어요. 그냥 말소리가 조금 나오고, 그의 트럼펫 연주는 없는 것 같고요. 물론, 실제하는 테이프도 아니죠. 영화 속에서 특별한 장치로 쓰인 것 같아요.


오: 그 마스터 테이프에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오르간 연주가 담겨 있어요. 당시 마일스 데이비스 몸상태는 트럼펫을 연주할 수 없는 상태여서 오르간을 연주한 것이거든요. 그게 공개가 되면 마일스 데이비스의 현재 상태가 들통나기 때문에 목숨을 걸면서까지 지키려고 한 게 아닐까요? 제가 기억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주니어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오르간 테이프를 듣고 연주한 테마가 영화 마지막 장면의 밴드 연주의 테마인 것 같아요. (확실한가요?) 다시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웃음)


서: 역시, 재철 오! 그래야 의미가 맞죠. 그 테마를 연주하면서 컴백을 알리는 거잖아요. 그런데 나중에 영화 다시 보니까 완전히 다른 테마인 거 아니야? (전원 웃음) 희망을 가집시다.





사실, 영화 내용은 거의 픽션이라고 봐도 무방해요. 그런데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땐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죠?


서: 실제인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요. 관객은 ‘마일스가 저런 힘든 시기가 있었구나’ 정도로 이해하면 되는 거라고 봐요.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마일스 데이비스 라이브 앨범 중에 [My Funny Valentine]이라고 있어요. 마일스 데이비스가 정장을 입고 비스듬히 서 있는 사진이 표지에 있는 앨범인데, 영화 속에서 돈 치들이 클럽에 있을 때 약간 그걸 오마주한 것처럼 서 있더라고요. 그런 재미 요소가 있어요. 그리고 마일스 데이비스의 [Workin’] 표지를 보면 밝은색 정장을 입은 채로 길을 등지고 서 있거든요. 영화에선 경찰관에게 린치 당하기 직전에 그런 장면이 등장하고요. 깨알 재미요소라고 할 수 있는 장면들이죠.




이번 영화에서 또 빠질 수 없는 게 마일스 데이비스의 부인 프랜시스 테일러겠죠. [Someday My Prince Will Come]의 앨범재킷을 배우 얼굴로 합성해서 바꿀 거라곤 생각도 못했거든요. (웃음)


오: 그게 원래 앨범재킷 아니에요? 영화 속에서 앨범재킷을 보면서, ‘아, 프랜시스랑 되게 닮은 여배우를 섭외했네’라고 계속 생각했어요.


서: 배우 얼굴이에요. 그런데 프랜시스가 실은 안무가여서 몸이 왜소할 텐데, 프랜시스 배역을 맡은 배우는 덩치가 있으시더라고요. 근육질에 글래머예요. (전원 웃음)


오: 등장인물을 제외하고는 픽션으로 받아들여야겠죠.




영화에서 보면 마일스 데이비스가 [Kind Of Blue]를 굉장히 안 좋게 생각하잖아요. 모두가 인정하는 명반인데도 말이죠. 반대로 [Sketches Of Spain]을 굉장히 아껴요. 왜 그런 걸까요?


서: 다 지나간 거니까요. [Kind Of Blue]가 나왔을 때와는 달리, 얼마 뒤에는 모두가 그런 음악을 했어요. 새로운 걸 찾다가 보니까 과거의 것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 거죠. ‘뭘 아직도 이런 걸 들어?’하는 식이라고 할까요? 사람들이 만나면 그 얘기만 하니까 지겹기도 할 테고요.


오: 제가 봤을 때 마일스 데이비스가 [Sketches Of Spain]에 쏟은 노력은 [Kind Of Blue]에 쏟은 노력의 20배는 될 거라고 봐요.




마지막 크레딧 올라가기 전에 마일스 데이비스의 태어난 날짜가 나오는데, 사망일은 나오지 않더라고요.


오: 마일스 데이비스는 우리의 가슴 속에 살아있다! (전원 웃음) 그거 말고는 딱히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서: 보통은 죽은 연도가 나오고, ‘우리는 당신 덕분에 행복했다. Thanks To Miles’ 같은 문구가 나와야 하는데 말이죠. (웃음)




다들 재미있게 관람하신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하신다면.


서: 마일스 데이비스! One & Only. 이견이 없는 존재입니다. 즐거웠습니다.  




김광현 | 월간 재즈피플 편집장

음반 2만 장을 보유한 재즈 애호가로

현재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전작을 수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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