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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재즈와 같은 상상력의 영화 [마일스]  
제목 [기획] 재즈와 같은 상상력의 영화 [마일스]   2016-08-15


‘만약 마일스 데이비스였다면’이란 물음에서 출발하는

재즈와 같은 상상력의 영화 [마일스]


영화 [마일스, 원제 Miles Ahead]를 보기 전 가장 먼저 했던 질문은 ‘과연 돈 치들(Don Cheadle)이 마일스 데이비스와 어느 정도의 싱크로를 보일까”였다. 두 번째 질문은, ‘퍼스널 히어로’라고 부를 정도로 마일스 데이비스를 존경하고 아끼는 그를 돈 치들은 감독으로서, 이 영화에서 어떻게 그려낼까’였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돈 치들은 기대 이상으로 마일스 데이비스에 충실했고, 영화는 위대한 음악가를 함부로 높이 받들지도 우습게 만들지도 않았다. 오히려 정말 마일스 데이비스 개인이 가진 캐릭터에 충실했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 안에는 치열했던 모습, 치열함에 지친 모습, 동시에 코카인이 만든 모습, 어릴 적 모습까지 담겨있다. 감독이기도 한 돈 치들은 한 가지 사건에 의식의 흐름을 담아내며, 그리고 여러 시점을 교차시키며 끝내 마일스 데이비스라는 한 사람이 가진 전체적인 모습을 담아내려고 시도했다. 인물과 사건의 입체적인 측면은 완벽하게 맞물리지는 못했지만 작품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에는 크게 일조했다.



돈 치들이 빚어낸, 애정이 담긴 상상


특이하게도, 영화는 어느 정도 픽션을 담고 있기도 하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은퇴를 선언하고 건강 이상과 약물, 그리고 각종 말썽으로 인해 공백기를 가진 그 시기(1975~1979), 그 잠깐의 단절고리에 추적과 상상으로 살을 붙였다. 본인의 자서전에는 아주 짧게 기록되어 있다. 섹스 중독과 코카인 중독, 그리고 관절염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느끼듯, 저 이야기만으로 5년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든다. 후에 마일스 데이비스는 공백기와 관련한 질문에는 ‘그런 걸 뭐하러 물어보냐’고 차갑게 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돈 치들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조카인 빈스 윌번 주니어,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 중 한 명인 프랜시스 테일러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또한, 마일스 데이비스의 가족들이 프로덕션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로써 개인의 전기를 담되 전기를 담지 않은, 독특한 픽션의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영화는 이처럼 ‘마일스 데이비스라면 어떻게 지냈을까’와 같은 상상에서 시작한다. 그렇다고 해서 작품이 마일스 데이비스를 마냥 좋게 평가하는 것만은 아니다. 치열함에 담긴 날카로움, 코카인 중독, 환각 등의 인간적인 면모(?)를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오는가 하면 첫 번째 부인이었던 프랜시스 테일러와의 관계도 (약간의 각색이 있지만) 보여준다.


잡지 [롤링스톤] 소속 기자의 존재나 주니어의 존재, 또는 실제로 콜롬비아가 은퇴 이후에도 정산을 꼬박꼬박 해줬다는 점(그만큼 그의 앨범은 꾸준히 잘 팔렸다고 한다) 등 가상의 인물이나 상황의 개입은 존재한다. 실제 삶과 영화의 모습이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의 역사 속 어두운 기간에 색을 칠하는 데 있어 그 모습은 꽤 자연스럽다. 여기에는 돈 치들 개인이 가지고 있는 그를 향한 애정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느껴진다. 마블 영화 속에서의 워머신의 모습이 겹칠 것 같았던 돈 치들은 어느새 마일스 데이비스로 보인다. 애정과 고민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다.



버라이어티함 속에 담은 치열함


영화 [마일스]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공개하지 않은 작품을 세상에 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영화는 뚜렷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서사보다는 몇 가지 시점을 교묘하게 겹쳐놓는 방식을 택한다. 그래서 주요 장면에 구심점을 찍어놓고 그 앞뒤로의 흐름을 의식의 흐름처럼 교차하는 식이다. 따라서 화면 전환이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영화는 미적으로든 타이밍에서든 그러한 부분에 꽤 큰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인다. 스토리에서 의식이 이동하는 순간을 스크린에서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한 건 흔히 사용하는 기법이기는 하지만, 특히 후반부 복싱장에서의 모습처럼 몇 가지 씬에서는 완성도 높은 표현력을 느꼈을 정도로 영화는 디테일에 신경을 쓰기도 했다. 때로는 화려하다고 느낄 수 있는 전환 효과가 보는 이에 따라 산만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이야기를 차곡차곡 정리해가는 흐름은 깔끔한 마무리를 만들어냈다.


그가 살아생전에 복싱을 좋아하고 옷차림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은 재즈팬들이라 어느정도 아는 사실로 영화에서 잘 살려내고 있다. 더불어, 당시 재즈 음악 시장이 가진 모습이나 다른 음악가들의 출연 등 깊이 파고들어 즐길 거리도 많다. 마일스 데이비스에 입문할 수 있는 괜찮은 전기 영화로, 그리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로 접근할 수 있을 만한 부분도 존재한다. 전체적인 큰 그림으로 보았을 때, 당시 시대를 표현하는 괜찮은 색감이라든지 차를 모는 추격씬이나 총격전 등 영화는 상업영화로서의 이점을 생각보다 많이 가지고 있다. 이는 이 영화가 처음 제작될 때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았던 점을 생각하면 크나큰 발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어쨌든 어려울 것 같았던 영화 속 이야기는 쉽고 가볍게 볼 수 있게끔 자리하고 있으며, 마일스 데이비스라는 인물에 관한 흥미를 유발한다.  


한국에서 돈 치들이나 이완 맥그리거가 얼마나 인지도나 흥행력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 그가 '재즈'를 ‘소셜 뮤직'(교감하는 음악)이라고 말한 것처럼 이 영화로 인해 많은 사람이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을 들었으면 한다. 워낙 많은 장수의 디스코그래피가 부담스럽거나 때로는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우선은 음악가 자체가 흥미로우면 관심을 가지고 한 번쯤은 들어볼 것이라 믿는다.



영화 속에 은은히 담긴 재즈 이야기


돈 치들은 영화 전체의 흐름을 조율하는 과정을 마치 작곡을 하는 느낌으로, 모달재즈와 같은 느낌으로 작업했다고 한다. 그러한 부분을 알아채지 못하더라도 이 영화는 재즈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재미있다고 느낄 만한 요소가 많다. 프랜시스 테일러와 관련한 이야기들은 물론 길 에반스, 빌 에반스의 등장이나 그들과 작업하는 모습, 클래식 음악을 언급하는 부분 등 작품 안에 들어가 있는 재즈 아티스트의 모습, 재즈의 요소는 아주 흥미롭다. 이러한 음악 이야기에서 재미를 찾아내는 사람도, 영화를 통해 그러한 재미를 원했던 사람도 많을 것이다.


외에도 돈 치들이 이번 영화를 발표하며 가졌던 인터뷰를 보면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비록 영화에서는 제이지, 디안젤로, 그레고리 포터, 로버트 글래스퍼 등과 작업해온 키온 해롤드의 연주와 마일스 데이비스의 오리지널 레코딩이 트럼펫 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돈 치들은 지난 4년간 트럼펫을 배웠다고 한다. 또한, 돈 치들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공연을 직접 본 경험이 있다고 하며, 당시 어렸던 그는 색소폰을 불었다고 한다. 더불어 마일스 데이비스가 목을 다치기 전의 목소리가 자신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했다. 이쯤 되면 돈 치들의 애정은 여러모로 작품 안팎에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재즈 영화, 흑인 영화,

그리고 음악 영화


[본 투 비 블루] 이후 한국에서 개봉하는 [마일스]는 최근 미국에서 개봉한 바 있는 [니나]와 함께 재즈 영화의 명맥을 잇는 작품이다. 특정 시점 위주로 한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에서도 비슷한 점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버드] [레이]와 같은 좋은 작품들을 지나온 재즈 영화는 이제 좀 더 좋은 접근성을 가지고, 재즈를 모르더라도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재즈 영화는 ‘흑인 영화’라는 정체성과 닿을 수밖에 없다. 흑인 영화라는 정체성은 영화사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백인 중심의 영화 산업에서 주류가 될 수 없었던 이들이 영화를 만들고 가시적인 존재로 작품에 등장한다는 점, 그래서 블랙스플로이테이션과 같은 장르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점 등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흑인 영화는 여전히 유효한 화두다. [마일스] 역시 투자나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이완 맥그리거를 섭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물론 돈 치들은 1975년 오사카 콘서트를 염두에 두며 동양인을 섭외할 계획도 있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그러한 의심을 가라앉혔지만, 재즈 음악과 흑인의 정체성, 위치를 생각하면 이러한 의혹은 충분히 생겨날 법도 하다.


그러나 [마일스]는 어쨌든 음악 영화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재즈 영화가 한 인생의 비극적인 단면을 담아내기 바빴다면 이 작품은 솔직함이라는 정면돌파를 택했고, 비교적 유쾌하면서도 담백하게 인물을 조명할 수 있었다. 음악 영화가 꾸준히 등장하는 요즘, [마일스]는 그 가운데서도 더욱 반갑게 맞이해도 괜찮은 작품이다.



그래서 [마일스]는 어떤 영화인가


한창 전성기를 맞이했던 마일스 데이비스는 알 수 없는 이유로 5년째 사라진 상태다. 롤링스톤 기자 데이브 브래든(이완 맥그리거)은 그에 관한 기사를 쓰려는 중 미발표된 마스터 테이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 녹음 테이프는 엉뚱한 곳에서 도둑을 맞는다. 그러한 과정에서 첫 번째 부인이었던 프랜시스 테일러와의 이야기가 겹치고, 그러면서 마스터 테이프를 되찾으려고 한다. 그리고 영화의 끝에는 환상적인 라인업의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영화에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커리어가 곳곳에 등장한다. [Nefertiti] [Kind Of Blue] [Sketches of Spain] [Someday My Prince Will Come] 등을 비롯해 은퇴 전의 앨범이 여러 장 드러나며, 로버트 글래스퍼가 음악감독을 맡아 재즈로 구성된 기발한 스코어가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돈 치들과 이완 맥그리거의 연기력은 당연히 보장된 만큼 ‘혹여나 누군가 영화를 망치지 않을까’와 같은 걱정은 안 해도 좋다. 여름밤 더없이 잘 어울리는 재즈 영화 한 편을 찾는다면, 망설일 것도 없이 [마일스]다.  




박준우 | 음악평론가

프리랜서로서 힙합엘이라는 온라인 매거진을 운영하고

아이돌로지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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