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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류이치 사카모토 [async]  
제목 [앨범 리뷰] 류이치 사카모토 [async]   2017-06-22


류이치 사카모토 [async]


익숙함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


8년 만에 솔로 앨범 [async]을 가지고 팬들 곁으로 돌아온 류이치 사키모토. 한국에서 그는 'Merry Christmas Mr. Lawrence'의 피아노 연주 버전 덕분에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로 더욱 정평이 나 있지만 그간의 행보를 살펴보면 그의 음악관은 실로 매우 다채롭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하루오미 호소노, 유키히로 다카하시와 함께 결성한 YMO(Yellow Magic Orchestra) 시절 무그와 같은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보코더 등의 다양한 건반 악기로 만들어낸 전자 사운드를 채용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갔고, 이후 솔로 앨범과 영화음악 등에서 이 기법을 발전시켜나갔다. 그때부터 매우 획기적인 그의 표현기법에 두터운 마니아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역시 컴퓨터 정보 계열의 용어인 'async'를 사용하였다(정보를 일정한 속도로 보낼 것을 요구하지 않는 데이터 전송 방법).


본 앨범이 발매되는 것은 류이치 사카모토가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예술적 철학들을 쏟아내는 순간이기도 하다. 2014년도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도중 갑작스런 후두암 판정을 받았던 그는 투병의 문제로 그 프로젝트를 중단해야만 했다. 하지만 난제에 부딪힌 그는 이로 인해 야심차게 준비 중이었던 프로젝트의 아이디어와 스케치를 뒤엎어버렸고, 모든 것들을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게 된다.




그는 어떠한 사물, 그리고 환경이 가진 고유의 음들과 템포를 수집해나갔다.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1970년 오사카 엑스포에 출품 되었던 바셰 형제(Baschet Brothers)의 음향 설치 작품, 맨해튼에 전시되어 있던 미국인 조각가 헤리 베르토리아의 음향 조각 등. 그 사물의 고유의 소리를 직접 녹음하여 작곡에 채용하였다. 어느 특정한 규칙에 얽매이지 않은 각각의 소리들이 어떠한 조화를 이룰지를 연구했다. 그의 고민의 무게는 앨범에 그대로 묻어나 있었고, 이 때문인지 본 앨범이 주는 위압감은 대체할 만한 표현이 마땅치 않을 만큼 강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였다. 애초에 완성이라는 단어를 부정한 류이치 사카모토는 완성이라는 절대적 의미보다 어느 지점에서 펜을 내려놓을 것인지를 생각했다고 한다. 이것이 한곡 두곡 끝까지 재생될 동안 집중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우리의 일상 안에 늘 속해 있던 환경, 사물과 사물간의 연결이 입체감을 넘어선 공간감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곡의 구성이나 기승전결 등 일반적인 틀을 깬 음악의 흐름이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들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다. 첫 번째 트랙 'Andata'는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밀물이 밀려오듯 서서히 합류하는 오르간의 울림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신디사이저의 활용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Solari'와 'Zure', 그의 발자국 소리 뒤로 내려앉은 전자음의 조화를 담아낸 'Walker'를 지나고, 'Ubi'는 사물이 가진 고유의 소리와 신디사이저의 전자음, 그리고 어쿠스틱 피아노의 사운드가 각기 다른 템포로 어우러져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를 더욱 부각시켰다. 'Fullmoon'과 'Life, Life'는 감상의 극에 달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 작품들의 연장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신디사이저의 다양한 사운드가 인상 깊었고, 특별한 선율이나 멜로디가 존재하지 않는 곡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는 그 소리 자체가 선율 또는 멜로디일 수도 있다. 이 자체로도 가장 이상적이다.


잠시 복잡한 생각들은 내려놓고 오로지 이 음악에만 집중해 볼 것을 추천한다. 익숙한 것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타의적으로 나에게 들려온 창밖의 빗소리, 북적대는 도로 위의 경적소리, 바삭한 낙엽을 밟는 소리. 심지어는 시끌벅적한 만남과 홀로 외롭게 남겨진 고독의 들리지 않는 상상의 소리들까지. 이러한 모든 일상의 소리들에 의미가 부여되고, 새롭게 다가오는 때는 분명 자기 자신에게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작은 변화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이 일상적인 것들은 항상 늘 같은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는 자신의 경험과 본 앨범을 통해 이야기한다.




★★★½




최수진 | 트롬보니스트

트롬보니스트와 작편곡가, 재즈 칼럼니스트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종합 예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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