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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트럼페터 브리아 스콘버그  
제목 [인터뷰] 트럼페터 브리아 스콘버그   2017-06-20


사랑에 빠진 트럼페터의 노래

브리아 스콘버그


두 개의 악기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관악기 연주자는 동시에 노래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리하기도 하다. 그런데 브리아 스콘버그(Bria Skonberg)는 해낸다. 그것도 아주 능숙하게. 두 악기를 오가기도, 하나에만 집중하기도 하다. 그녀를 단순히 트럼페터 혹은 보컬리스트만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반갑습니다. 한국의 재즈 팬에게 짤막하게 자기 소개해주세요.


재즈 친구들, 반가워요! 여러분들을 만나서 한국에 대한 노래를 만드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스콘버그 씨는 종종 자신을 '시골 소녀'라고 표현하시거든요. 고향이 어디인가요.


칠리웍(Chilliwack)이에요. 뱅쿠버와 가까워서 여러 문화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시골의 분위기가 있는 곳이죠. 저는 소 목장과 옥수수밭으로 가득한 동네에서 자랐어요. 그렇다고 세상에서 소외된 기분이 들었던 건 아니에요. 저희 동네에선 매년 재즈페스티벌을 열었는데, 지역의 여러 학생 재즈 밴드들이 참가했어요. 덕분에 참가하기도 그 지역의 다른 훌륭한 연주자들에게서 자극을 받기도 했죠.




사실, 캐나다는 오스카 피터슨, 케니 윌러, 다이애나 크롤, 마이클 부블레 등 수많은 재즈 거인들을 배출해냈어요. 스콘버그 씨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트럼페터와 싱어를 한 명씩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대학생 시절에 저는 뱅쿠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주목을 받는 앨런 매서슨(Alan Matheson)과 함께 공부하는 영광을 누렸어요. 다양한 시대의 재즈를 섭렵했던 그는 오스카 피터슨과 친구였고, 수많은 아름다운 곡을 썼죠. 잉그리드 잔센(Ingrid Jensen)은 너나이모 출신의 트럼페터로, 지금은 뉴욕에서 살고 있어요. 제가 본 최초의 여성 트럼페터예요. 그녀는 훌륭한 아티스트이자 교육자이죠. 다이애나 크롤은 제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에요. 그녀를 만난 적이 없는데, 언젠가는 꼭 만나보고 싶어요.




대부분의 재즈 연주자와 마찬가지로 스콘버그 씨도 피아노로 시작을 하신 뒤에 트럼펫을 연주하셨을 텐데요. 트럼펫을 만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실은, 아버지께선 고등학생 시절에 트럼펫을 부셨어요. 그래서 제게도 불어보라고 권유하셨죠. 저는 트럼펫이 밴드에서 메인 멜로디를 연주하는 동시에 밴드에 스타일을 부여하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어요. 루이 암스트롱의 연주를 듣고 알았어요. 제가 하고 싶은 악기가 트럼펫이라는 걸요.




그럼 노래는 언제 시작하신 건가요.


노래는 트럼펫보다도 먼저 시작했어요. 다만 자신이 없었죠. 트럼펫 연주는 제게 뮤지컬을 알게 해줬어요. 결국 9학년(우리로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뮤지컬 <그리스> 오디션에 나가 샌디 배역을 따냈어요. 그때 이후 제겐 노래할 기회가 훨씬 많이 주어졌어요. 나중에는 저희 지역의 빅밴드에서도 노래할 수 있게 됐죠.




물론, 루이 암스트롱이나 크리스 보티처럼 트럼페터이자 싱어인 연주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 가지를 택한단 말이에요. 특히 관악기 연주자의 경우엔 더욱 그렇고요. 한 가지를 포기하지 않고 병행할 수 있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겐 그게 자연스러웠어요. 곡의 가사에 멜로디가 있는데, 트럼펫이 그 멜로디를 연주하거든요. 노래를 부르기 위해 가사를 익힌 게 트럼펫을 연주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트럼펫 연주가 제 노래에 영향을 주기도 했고요. 저는 트럼펫 연주와 노래를 꽤 오랫동안 병행한 탓에 그 두 가지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그렇다면 이름 앞에 트럼페터나 싱어 어떤 게 먼저와도 크게 상관없겠군요.


그렇죠. 제겐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그런데 가끔은 노래를 먼저하다가 트럼펫을 꺼내 연주해서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는 해요. 사람들이 트럼펫을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때론 트럼펫으로 강렬한 분위기를 고취시킨 다음에 노래로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걸 즐기기도 해요. 저는 두 악기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지만 동등하게 여긴답니다.




이전에 낸 앨범들을 들어보면 차분하고 진중한 느낌이 드는 반면에 이번 앨범 [With A Twist]에선 에너지와 산뜻함이 느껴져요.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 'My Baby Just Cares For Me'라든지 'It's Oh So Quiet' 같은 곡을 듣다 놀랐어요. 이런 변화가 선곡 때문인가요, 아니면 특별히 추구한 결과물인가요.


저는 현재 제 삶에 신이 난 상태예요. 그리고 제 음악을 듣는 분들이 같은 느낌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죠! 제 공연에는 언제든 강렬한 에너지가 분출돼요. 이번 앨범은 사랑과 모험에 관한 것이고, 수록곡들이 그런 정신을 보여주길 바랐어요. 현재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저는 음악을 통해 그속의 긍정적인 면을 끄집어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앨범 제목에 있는 트위스트(Twist)는 어떤 의미죠.


트위스트는 예상 밖의 것을 의미해요. 누군가와의 만남, 사랑에 빠짐, 새로운 곳에서 자신을 발견, 눈과 귀와 정신이 새롭게 열림 같은. 하지만 그런 뜻밖의 사건은 우리가 늘 기대하는 것이기도 하죠. 저는 이 앨범을 작업하면서 제 자신과 가능성의 잠재력을 알게 됐어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이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완벽하게 솔직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어떻게 구상한 건가요.


사랑에 빠졌거든요. (웃음)




많은 수록곡들이 재즈의 전통을 파고들어요. 'High Hat, Trumpet, And Rhythm'이라든지 'Whatever Lola Wants'가 좋은 예죠. 평소에도 이런 옛 재즈 스타일에 관심이 많았던 건가요.


재즈에는 깊은 역사가 있죠. 이거예요. 얼마나 깊게 들어가길 바라시나요? 재즈의 역사는 미국의 역사예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빠지게 되고 더 공부하고 싶어지더라고요. 'High Hat, Trumpet, And Rhythm'은 30년대에 활동했던 여성 흑인 트럼페터 발라이다 스노우(Valaida Snow)의 곡이에요. 발라이다는 많은 이의 존경을 받은 스타였죠. 이후에는 유럽으로 넘어갔는데, 나치군에 잡혀서 수용소에 들어갔어요. 운이 좋게도 살아서 나오긴 했지만, 이전과 같을 순 없었어요. 전 사람과 인류애에 관심이 많아요. 재즈는 우리의 뿌리를 찾는 데 큰 도움을 주죠. 언급하신 2곡 모두 재즈가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나고 수십 년이 지난 뒤에 나온 곡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제겐 아주 전통적으로 보이진 않네요.




연주하신 곡에서 유명한 곡의 테마를 차용한 부분이 눈에 띄어요. 'Alright, Okay, You Win'에선 퀸시 존스의 'Soul Bossa Nova'가 사용됐고, 'Time To Go'에선 디지 길레스피의 'Dizzy Atmosphere'가 사용됐어요.


제가 듣는 모든 음악은 결국 제가 쓰는 곡의 재료가 돼요. 말씀하신 곡은 앨범 프로듀서 맷 피어슨이 제안한 거예요. 그 곡을 들어보니 유사한 구조를 발견했고, 합쳐보기로 했죠.




이번 앨범에는 스탠더드곡이 8곡 수록됐어요. 스탠더드곡을 고른 기준 같은 게 있었나요.


개성이 있으면서도 앨범의 전체적인 테마에 맞고 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곡을 골랐어요. 스탠더드곡은 원곡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어요. 프로듀서 맷 피어슨과 편곡가 길 골드스타인, 제가 힘을 모아 스탠더드곡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잘 해석했다고 생각해요.




스탠더드곡도 있지만, 에드 시런의 'Thinking Out Loud'라든지 레너드 코헨의 'Dance Me To The End Of Love' 같은 팝송도 있죠. 평소에도 팝송을 즐겨 듣나 봐요.


루이 암스트롱은 이렇게 말했어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음악만 있다.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 에드 시런의 'Thinking Out Loud'는 정말 훌륭한 곡이에요. 레너드 코헨은 문화적 아이콘이죠. 'Dance Me To The End Of Love'는 가사가 명품인 곡이에요. 팝송은 이 시대의 음악 감상자들과 소통하는 대중음악이고, 저도 그 일부가 되고 싶기에 팝송은 늘 제 관심사에 있어요.




그럼 팝 음악가와 작업하고 싶은 생각도 있으시겠네요.


그럼요! 라디오 방송에선 종종 함께하기도 하는데요. 유행을 파악하는 동시에 대중음악의 방식으로 제 자신을 끌고 가 도전을 하는 거죠.




스탠더드곡과 팝송을 언급했지만, 실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자작곡이에요. 나머지 수록곡들과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어요. 곡을 쓸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두었나요.


저는 뚜렷한 멜로디와 위트 있는 가사를 중시해요. 동시에 '사랑과 모험'이라는 이번 앨범의 전반적인 테마와 어울리는 것도 신경을 썼죠. 현재 세상은 정말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고, 예술가들은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하려고 해요. 저는 내슈빌의 제프 코헨, 로스앤젤레스의 샘 홀란더 같은 몇몇 프로 작곡가들과 함께하며 그런 테마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올해 주노 어워즈에서 수상하신 것을 포함해 많은 수상 이력을 쌓고 계신데요. 이젠 그래미 어워즈도 노려볼 만하지 않나요.


시상식에서의 수상은 작품 활동에 힘을 주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게 제가 음악을 하는 목적이 될 수는 없죠.




음악가로서의 활동도 하시면서 '뉴욕 핫 재즈 캠프'의 공동설립자이기도 하시죠. 이 캠프는 어떤 건가요.


제가 재즈에 처음 빠진 건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여름 캠프 덕분이었어요. 이것 때문에 저는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오랜 꿈이었어요. 말씀하신 캠프는 재즈에 관심이 있는 성인들을 위한 건데요, 강습을 해주고 고전 재즈 스타일로 연주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에요. 공연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기회를 제공하죠. 그리고 도심 곳곳에 있는 음악의 문화를 함께 즐기고요.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한국에는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라든지 서울재즈페스티벌과 같은 좋은 재즈페스티벌이 많아요.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죠.


저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웃음) 한국에 계신 재즈 마니아분들, 언젠가 꼭 만나요!  




류희성 | 월간 재즈피플 기자

여러 매체에서 음악과 관련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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