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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베이시스트 에스페란자 스팔딩  
제목 [인터뷰] 베이시스트 에스페란자 스팔딩   2016-07-26


내면의 모습을 끄집어 낸 그녀

에스페란자 스팔딩


언제나 에스페란자 스팔딩은 화제의 인물이었다. 21세에 버클리음대를 졸업하자 마자 바로 버클리음대 교수진에 합류를 했으며 리더작 [Junjo]을 발표했다. 빼어난 외모만큼이나 화제가 되었던 것은 그녀의 연주 스타일이었다. 어쿠스틱 베이스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모습은 많은 이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데뷔 10년을 맞이한 그녀는 올해 새 앨범 [Emily’s D+Evolution]을 발표했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음악세계를 펼쳐낸 이 앨범에 그녀가 의도했던 것은 무엇일까?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서 내려온 그녀를 백스테이지에서 만났다.


인터뷰 | 류희성

사진 | 유니버설 뮤직 제공




반갑습니다. 벌써 데뷔로부터 10년이 지났네요. 워낙 어린 나이에 데뷔를 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제게 그 10년은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어요. 시간이 더 많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방식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요. 전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거든요. 앨범 작업이라든지 투어라든지, 모든 부분에서 말이죠. 지난 앨범들의 컨셉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모두 마음에 들었어요. 다만, 그걸 완벽하게 구현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 [Emily's D+Evolution]은 제가 원하는 소리를 낸 첫 앨범이라고 봐요. 제가 구상했던 것을 제대로 완성한 첫 앨범이에요. 지난 10년 동안은 방금 그 한 마디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부터 작업하는 앨범들에는 제가 쏟아낼 수 있는 것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만들고 싶어요.




여기엔 너무 이르게 데뷔한 탓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첫 앨범을 냈던 게 스물한 살 정도였던 것 같아요. 어리다고 해서 소리가 다른 건 아니에요. 스물한 살 때도 저는 저처럼 연주했죠. 그게 문제라고 보지는 않아요. 문제는 앞에 말한 '시간'이에요. 이제는 시간을 확보할 줄을 알아요. 이제는 시간이 부족하면, "좆 까, 작업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그래야 곡이 더 좋아질 거야" 라고 말하며 빨리 끝내려는 사람들을 떨쳐낼 줄을 알아요. 예전에는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이제는 시간을 확보하고, 어떤 작업을 우선순위에 둘 지를 알아요. 이런 모든 것은 제가 지난 10년 동안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알 수 없었을 테니, 그 시간을 되돌려서 바꾸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과거의 앨범들을 지금 다시 만들라고 하면 다르겠죠.




어릴 때 어머니가 재즈 기타를 배우신 게, 에스페란자 스팔딩 씨를 가르치기 위해서였나요?


(웃음) 아뇨, 그냥 어머니께서 재즈 기타를 배우고 싶어하셨어요.




에스페란자 스팔딩 씨는 노래와 베이스 연주를 함께 하시죠. 특히,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건 흔치 않은데, 그렇게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의도한 건 아니에요. 어린 시절에 저는 바이올린을 배웠고, 기타를 연주했어요. 그러다가 학교에서 연습실에 갔는데 베이스가 있는 거예요. 그렇게 만났어요. 특별히 이걸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게 아니라, 연주해봤는데 너무 좋았던 거예요. 악기 중에 무작위로 선택한 게 아니에요. 여러 악기를 연주해봤는데 베이스가 내 악기란 걸 깨닫게 됐어요. 노래의 경우에는 운명적인 만남, 그런 건 아니었어요. (웃음) 어느 날에 공연을 하는데, 멤버들이 저한테 노래를 하라고 해서 부르기 시작했죠.




그런 이유 때문인지, 스탠더드곡보다는 직접 쓴 오리지널곡을 훨씬 더 많이 부르는 것 같아요.


맞아요. 스탠더드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이 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이미 수천, 수만 번 불렸기도 하고요. 그걸 다시 부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특별한 의미를 있는 경우에는 스탠더드곡을 부르기도 해요.




오바마 대통령과 친밀한 사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웃음) 아니에요. 제 휴대폰에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번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백악관에는 여러 번 초대를 받았어요. 그와 놀러 다니지는 않으니까 친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전원 웃음) 오바마 대통령 내외는 저를 굉장히 친절히 대해줘요. 저를 지지해준다는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오바마 대통령이 음악 애호가로 유명하잖아요. 만나면 음악 얘기도 많이 하시나요?


아뇨. 음악 얘기는 하지 않아요.




이번 앨범 활동에선 새로운 패션과 헤어스타일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 스스로도 만족하시나요?


이건 제가 아니에요. 전 에밀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죠.




그 에밀리가 이번 앨범의 얼터이고이라고 들었어요.


아니에요. 솔직히 말하면, 얼터이고의 정확한 의미도 모르겠어요. 에밀리는 제 미들네임이에요. 중간점에 위치한 저이기도 하죠.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외적으로 내보이지 않는 그런 존재요. 그런데 저는 이번에 그걸 표출한 거예요. 그렇게 하면 그녀(에밀리)가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거라고 봤거든요. 그래서 그녀가 온 거고,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돌아갈 거예요. 그녀는 특별한 기능을 하기 위해 왔기 때문에 얼터이고라고 할 수 없어요. 그 기능을 다하면 돌아가겠죠.




그러면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에밀리라는 컨셉은 없어지는 건가요?


글쎄요, 이 앨범에는 영원히 남겠죠. 저는 새로운 것을 할 거예요.




그렇군요. 앨범 제목에서의 'D+Evolution'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게는 성장의 의미예요. 성장을 하려면  진화(Evolution)과 퇴화(Devolution/본래 의미는 이양이지만, 그녀는 퇴화의 의미로 설명했다)이 모두 필요한 법이거든요. 새로운 조합을 하기 위해서는 부수는 과정이 필요해요. 말하자면, 진화를 하기 위해선 퇴화 과정이 필요한 거죠. 왜 신화에는 그런 이야기가 많잖아요. 신의 몸체가 산산조각이 났다가 다시 합쳐지면서 강력해지는. 그런 거예요. 분해를 해서 처음부터 다시 쌓아 꿈꾸었던 것을 완성하는 거죠. 그게 제가 바라본 'D+Evolution'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친 결과물인 [Emily's D+ Evolution]은 정통재즈에서 완전히 벗어난 앨범이에요.


그렇죠. 저는 재즈 앨범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저는 재즈 뮤지션이죠.




록이나 전자음악에 더 가깝다는 평가가 있어요.


신경 쓰지 않아요. 제가 신경 쓰는 건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들어주는 거예요. 뭐라고 부르건 상관 없어요. '거품목욕'이라고 부르던 말건, 그냥 들으라고요.




굳이 재즈를 고집하려는 건 아닌 건가요?


재즈 뮤지션이 아니면서 잭 디조넷이나 조 로바노와 연주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말하는 게 참 쑥스럽지만, 그런 사람들과 함께 연주한다는 데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하루에 한 시간 연습해서 되는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재즈를 사랑해야죠. 재즈는 상업적 음악이 아니에요. 그걸 한다고 해서 대중적으로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생활을 할 정도예요. 재즈를 하는 이유는 이걸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언제나 저는 재즈를 연주하기 원하는 베이시스트일 거예요. 오히려 그러지 않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하지만 그간의 행보를 생각해본다면 팬들에겐 낯선 게 분명해요.


그렇겠죠. 사람들이 듣기에는 저와 제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이 잭 디조넷이나 조 로바노가 하는 음악과 비슷하지 않기 때문에 재즈 뮤지션인 저와 합치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 봐요. 그렇다고 해서 그게 제 음악이 아닌 건 아니에요. 제가 이렇게 작곡을 하고 싶었고, 노래를 하고 싶었을 뿐이지, 그게 재즈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란 말이죠. 제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던 것도 이 때문이고요. 전 제가 뭘 하는 지 알고, 저와 함께하는 연주자들도 정확히 알고 있죠. 그걸 남에게 증명할 필요는 없어요. 제가 연주자들과 연주를 하면 그 장소를 채우는 모든 사람들도 그걸 느낄 거예요. 그걸로 충분해요. 제가 [Emily's D+Evolution]을 연주해도 사람들은 그걸 이해해요. 그 무엇도 재즈 베이시스트라는 제 정체성을 앗아가지 못해요. 어떤 사람들은 정통 재즈를 하지 않으면, 경악하기도 해요. 그럴 수 있죠. 배우를 예로 들어볼게요. 한 배우는 늙은 악당을 연기할 수도, 영웅을 연기할 수도 있어요. 그저 다른 역할을 연기하는 한 명의 배우일 뿐이죠. 저를 여러 배역을 맡는 배우라고 생각해주세요.




왜 그런 앨범을 하기로 마음 먹었나요?


제가 선택한 게 아니에요. 이런 음악을 들었을 때 에밀리가 마음에 들어 했던 거예요. 그리고 저는 그때 들었던 음악을 완벽하게 구현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결과물이 이 앨범이에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선택의 문제는 아니었던 거죠. 그게 진실이었고, 그걸 보여줘야 했었던 거죠. 누군가 "이 물건이 무슨 색이야?"라고 물어보면 저는 이게 흰 색이라 선택해서 말하진 않을 거예요. 그게 진실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겠죠. 이 음악도 같은 맥락에서 보시면 될 거예요. 있는 그대로를 표현한 거예요.




이번 수록곡들이 음악적 구조나 진행이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데도 일정부분 직설적으로 다가와요. 그런 점에서 자넬 모네나 프린스와 비교되기도 합니다.


두 명 모두 제 친한 친구들이네요. 음, 그렇군요. 그들의 음악은 아름답고 저도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에스페란자 스팔딩의 음악 같은데요. (전원 웃음) 어떤 점에서 비교를 하는지는 대충 알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제 프로젝트고, 제 음악이에요. 사람들은 '누구와 비슷하다'고 언급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줄을 알아야 해요. 그게 쉬운 게 아니란 점은 저도 알고 있어요. 만약 저를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 앨범이 나왔다면, 누군가에 빗대서 설명하려고 하겠죠. 그런데 그건 아니잖아요.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자넬 모네나 프린스의 음악과 비슷하지 않아요.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보다는 공연장에서의 실전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었죠.


실전경험은 정말 중요해요. 학교는 누구나 갈 수 있어요. 실제 공연장에서 연주할 수 없다면 학교에서 배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반대로 보면 실제 공연만 하고 학교를 갈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죠.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젊은 아티스트로서 재즈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 해주세요.


음악을 정말 많이 들어야 합니다. 제 음악은 말고요. 공부를 위해서가 아닌 즐거움을 위해 음악을 들으세요. 여러 사람의 음악을 두루 연구해야 해요. 따라 하지 말고 연구하세요. 예를 들어, 오스카 피터슨을 좋아한다고 해볼게요. 훌륭해요. 하지만 그를 모방하지는 마세요. 그가 하는 것들을 분해해서 연구한 다음에 자신의 것으로 만드세요. 자기 연주에 적용을 해야 해요. 그리고 가능한 많은 공연을 하세요. 당신이 어리다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을 거예요. 그나마 있는 무대 중엔 후진 공연도 많겠죠. 그런 공연에서도 배울 건 분명히 있을 거예요. 도움이 되지 않는 공연은 없어요. 제 조언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류희성 | 월간 재즈피플 기자

여러 매체에서 음악과 관련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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