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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본 투 비 블루, 초라한 순간 뒤 찾아온 마지막 찰나  
제목 [기획] 본 투 비 블루, 초라한 순간 뒤 찾아온 마지막 찰나   2016-07-26

 

본 투 비 블루


초라한 순간 뒤 찾아온 마지막 찰나


영화는 그 시작부터 끝까지 에단 호크라는 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끌고 나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주연 한 사람에게만 작품이 의존하는 모양새는 결코 아니다. 다만, 에단 호크가 쳇 베이커가 되어 그를 살아가는 힘 자체가 작품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동력이라는 점은 결코 무시하기 힘들기에, 그리고 그가 선보인 연기력은 전작에서 보여줬던 일상에 밀접한 연기나 놀랍도록 긴 호흡을 선보이며 빛을 발한 순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기에 에단 호크를 우선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보여준 것은 결국 쳇 베이커 그 자체였다. 그는 거의 복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쳇 베이커가 살았던 삶 일부를 보여줬다. 마치 스크린이 선보이는 시점 이전의 인생부터 쳇 베이커를 살아온, 인생 전체를 산 사람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그는 여러 시점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선보이는가 하면, 여러 시점의 동시성을 잘 구현해냈다. 쳇 베이커는 모두가 알다시피 굉장한 굴곡을 가진 사람이다. 제임스 딘과 비교하며 그야말로 스타의 삶을 살 때, 그리고 한없이 망가지고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있을 때, 이후 다시 재기에 성공하기까지 여러 지점을 선보이는 건 동일인물을 연기한다 해도 그 삶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절대 쉽지 않았을 일이다. 하지만 에단 호크는 각각의 시점을, 각각의 쳇 베이커를 제대로 선보였다.


에단 호크는 아주 어린 시절,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이미 수준 높은 연기력을 증명했다. 이후 일명 ‘비포 시리즈’라 불리는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을 통해 말 그대로 ‘긴 호흡’의 연기를 보여준 그는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함께 [보이후드]에서 또 한 번 정말 하나의 작품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선보였다. 1년에 3일씩 총 12년 동안 촬영했음에도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을 만드는 서로 간의 이해는 물론 작품 자체에 대한 믿음과 호흡을 상상하는 힘이 강하다는 증거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실존했던 인물을, 그 사람의 인생이라는 긴 호흡을 연기했다. 비록 스크린에 보이는 시점은 짧지만 간간이 드러나는 과거의 영광이나 방황, 그 배경에서 기인하는 갈등까지 영화를 감상하는 이들이 잠깐의 찰나에도 포착할 수 있도록 매 순간에 집중하는 듯한 그의 모습을 보며 ‘정말 쳇 베이커를 실제로 봤다면 저랬을까’ 하는 믿음이 생겼다. 특히 이가 다 빠진 후 트럼팻을 연습하는 대목이나 영화를 위해 직접 소화한 보컬을 들으면 그러한 믿음은 더욱 강해진다.


단편 위주로 제작해 온 로버트 뷔드로가 직접 쓰고 만든 이 작품은 시종일관 스크린의 공기를 짓누르지도, 지나치게 리얼리티를 강조하지도 않는다. 어느 정도의 픽션이 가미된 이 영화는 더불어 지나치게 진지하지 않으면서도 우울함과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동시에 쳇 베이커의 삶을 평가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때론 느슨하게 따뜻함과 유머를 보여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비극적 방향을 택하는 것은 아마 작품 자체가 가진 성격인 동시에 쳇 베이커가 가진 삶이었으리라 싶다. 작품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약물 이야기는 결국 그가 어떠한 선택을 했는지, 때론 강했지만 사실은 굉장히 정신적으로 얼마나 유약했는지를 보여준다. 더불어 작품의 마지막에서는 이러한 선택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기보다는, 그것이 그의 인생 그 자체라는 것을 덤덤하게 처리한다. 이러한 전개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던 부분이며, 사실은 재즈 음악가에 관한 편견을 보여줄 것이라 쉽게 예상했던 내 생각을 기분 좋게 깨트리는 부분이었다. 영화는 오히려 재즈 음악가 하면 생각나는 편견(약물중독, 방탕한 삶 등)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모습, 그러다가 결국 실패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선입견을 건드리면서도 현실을 반영하는, 입체적이면서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좋은 구성을 보여준다.


외에도 영화는 주연뿐만 아니라 디지 길레스피, 마일스 데이비스와 같은 조연 역할의 싱크로율까지 꽤 맞추려고 시도했으며, 화면 속 미장센을 비롯해 그 시대가 가진 질감을 잘 구현하고 있다. 데이빗 브레이드가 주축이 된 필름 스코어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재즈 음악의 팬이 아니더라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길만한 수준 높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에단 호크의 존재감이 있었다.  




박준우 | 음악평론가

프리랜서로서 힙합엘이라는 온라인 매거진을 운영하고

아이돌로지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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