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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나윤선 [She Moves On]  
제목 [앨범 리뷰] 나윤선 [She Moves On]   2017-05-17


나윤선 [She Moves On]


유럽을 떠나 미국을 방랑하기 시작한 나윤선


재즈인들의 삶은 방랑자와도 같다. 해외 곳곳을 다니며 공연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음악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은 늘 새로운 곳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새로움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그래서 그들은 앞으로 무엇이 나타날지도 모른 채,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누르며 새로운 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재즈인들은 그 걸음의 폭이 컸건 작았건 미지의 땅을 향해 나아간 자들이다.


나윤선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방랑과 같은 것이었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노래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프랑스에 건너가 재즈를 공부하고 전문 보컬리스트로서 프랑스인들을 매혹시켰다. 유럽 전역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까지에는 늘 새로운 길을 향해 한발씩 나아갔던 용기가 있었다. 물론 그 용기는 음악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보컬리스트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타고난 미성과 섬세한 기교 그리고 정서적 표현력과 자유로운 음악적 상상력에 의지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의 성공만 해도 굉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방랑욕구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유럽에서의 안정적인 활동을 뒤로 하고 그녀는 다시 미국을 향했다. 2014년 미국의 주요 도시를 돌며 펼쳤던 공연이 그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이번 앨범으로 이어졌다.


프랑스에서 골드 레코드를 기록하는 등 성공을 거두었던 2013년도 앨범 [Lento]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앨범은 유럽을 넘어 미국으로 활동적, 음악적 공간을 넓히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를 담고 있다. 미국적인 맛이 나는 음악을 담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흑인 재즈 보컬의 전통을 따른 음악이라는 것은 아니다. 자니 머서 작곡의 ‘Fools Rush In’에서 미국식 스탠더드 보컬의 향기가 나지만 전반적으로는 재즈를 바탕으로 하며, 블루스 록, 포크 등이 어우러진 미국 재즈의 현대적 질감을 반영한 음악을 들려준다. 이것은 그녀가 노래한 곡들의 면모에서부터 느껴진다. 루 리드, 피터 폴 앤 메리, 폴 사이먼, 지미 헨드릭스, 조니 미첼, 페어포트 컨벤션, 니나 시몬 등 각자의 방식으로 미국적 사운드를 만들어냈던 자들의 곡들을 노래한 것이다. 그녀 또한 이 곡들을 재즈에 넣기 위해 무리하게 바꾸는 대신 원곡의 결을 살려 노래했다.




한편 미국적인 색채는 연주자들의 면모에서도 드러난다. 이 앨범에서 그녀는 앨범의 제작, 편곡 그리고 건반 연주까지 책임진 제이미 샤프트를 비롯해 마크 리보(기타), 브래드 존스(베이스), 댄 리서(드럼) 등 미국 출신 연주자들과 함께 했다. 이 연주자들은 평소 폭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왔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 열린 성향을 잘 살려 나윤선의 미국적 시도를 잘 지원했다.


미국적인 사운드 속에서도 그녀의 노래가 지닌 정서적 매력은 변하지 않았다. ‘Too Late’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단순하고 느린 리듬위로 흐르는 그녀의 가슴 뭉클한 노래는 긴 여정에 지친 여행자의 피곤, 혹은 덤덤히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우리 같은 사람들의 애환을 위로한다. “늦었으니 이제 집에 돌아가야지?”하고 따스하고 차분하게 말하는 것 같다. ‘No Other Name’ ‘The Dawntreader’ 같은 곡에서의 시정(詩情)도 마찬가지다. 원곡의 분위기를 존중하면서도 풍경을 자연시(詩)에서 서정시(詩)로 바꾸었다. 폴 사이먼이 두 번째 아내였던, 영화 <스타워즈>의 레아 공주로 유명한 배우 캐리 피셔를 위해 쓴 ‘She Moves On’에서도 그녀는 곡의 주인공을 캐리 피셔가 아닌 자신으로 바꾸었다.


이처럼 앨범은 미국적이면서도 나윤선적이다. 재즈의 변방에서 출발해 기존의 중심에 동화되는 것이 아닌 재즈의 경계를 확장하고 중심이 자신 쪽으로 이동하게 했던 그녀의 매력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여기에 앨범의 시작과 끝에 배치된 그녀의 자작곡 ‘Traveler’와 'Evening Star'는 한국을 떠나 유럽을 거쳐 미국에 도착한 그녀의 여정을 상기시킨다.  




최규용 | 재즈 칼럼니스트

라디오 키스 재즈 담당 PD이다.

저서로는 <재즈>와 <재즈와 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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