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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힙합] 허비 행콕 [Future Shock]  
제목 [재즈×힙합] 허비 행콕 [Future Shock]   2016-07-26


허비 행콕 [Future Shock]


힙합을 의식한 최초의 재즈 앨범


많은 사람이 재즈와 힙합의 첫 만남으로 ‘Jazz Rap'이란 곡을 꼽는다. 영국의 퓨전재즈 뮤지션 마이크 카(Mike Carr)가 이끄는 밴드 카고(Cargo)의 1985년 싱글로, 퓨전재즈 연주 위에 랩을 올린 곡이다. 재즈와 랩의 만남으로는 이 곡을 꼽는 게 맞지만, 재즈와 힙합이란 넓은 범주에서 본다면 최초라고 할 수는 없다. 이 곡의 2년 앞서 힙합의 요소들을 차용한 재즈 뮤지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통과 혁신을 오간 허비 행콕


허비 행콕은 60년대 재즈의 아이콘이다. 그는 1964년에 본격적으로 출범한 마일스 데이비스의 ‘제2기 퀸텟’의 중심축이었다. 그곳에서 마일스 데이비스가 이끌었던 포스트밥의 흐름을 최전선에서 맞이했다. 사이드맨으로서도 대단했지만, 밴드리더로도 탁월한 재능을 펼쳐냈다. [Talkin' Off]로 블루노트 레이블에서 데뷔한 그는 [My Point Of View] [Empyrean Isles] [Maiden Voyage] [Speak Like A Child] 등의 앨범을 모두 명반의 반열에 올려놓으며 60년대 블루노트를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올라섰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밴드와는 달리 비교적 친숙하게 감상할 수 있는 하드밥과 소울재즈를 선보였다. 그렇게 그는 50년대와 60년대 재즈 이디엄을 모두 소화했다.


1969년에 마일스 데이비스의 퓨전재즈 앨범 [In A Silent Way]를 마지막으로 마일스 데이비스와 결별했다. 마일스 데이비스와의 말년기에 접했던 퓨전재즈에서 영감을 받은 허비 행콕은 퓨전재즈 앨범을 연달아 발표했다. 그와 늘 동일선상에서 비교되는 웨인 쇼터라든지 그의 음악적 멘토였던 마일스 데이비스가 록을 집중적으로 활용했던 반면 허비 행콕이 택한 것은 훵크였다.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과 같은 정통 훵크 밴드에서 힌트를 얻은 그는 여러 앨범을 발표했고, 그 정점은 [Head Hunters]였다.


비슷한 시기에 V.S.O.P을 결성하여 전통적인 재즈를 고수하기도 했다. 이 밴드는 허비 행콕과 웨인 쇼터, 프레디 허버드, 론 카터, 토니 윌리엄스로 이루어진 드림팀이었다. 프레디 허버드가 마일스 데이비스를 대체한 점을 제외하면, 마일스 데이비스 제2기 퀸텟의 멤버 그대로였다.


그런 데는 그의 음악적 욕심이 크게 자리했다. 그는 퓨전재즈와 전통 재즈 모두를 닥치는 대로 탐닉했다. 그 과정에서 혁신적인 순간을 자아내기도, 많은 이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1983년에 발표한 앨범  [Future Shock]는 친숙함과 낯섦 그 중간점 정도에 위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Future Shock]는 그가 70년대에 선보였던 훵크에서 발전한 일렉트로훵크(Electro-Funk)를 기반으로 한 앨범이었다.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익숙했지만, 바로 전년도에 발표한 앨범 [Quartet]이 하드밥의 전통에 기댄 작품이었단 점을 상기한다면 갑작스러웠다.




혁신적이었던 [Future Shock]


사실 훵크를 비롯한 타 장르와의 접목은 이미 70년대 재즈씬에서 이미 질리도록 시도해온 것이었다. 오히려 퓨전재즈를 추구해온 음악가들이 제풀에 지쳐 다시 정통 재즈 돌아갈 정도로 진부하고 뻔한 음악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퓨전재즈 앨범 [Future Shock]가 신선했던 것은 그동안 재즈 뮤지션들이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힙합적 이디엄을 차용했기 때문이다.


사실, 허비 행콕은 자기 스스로를 재즈 뮤지션으로 여기지만, 어떤 음악을 다룰 때 재즈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가 다루는 타 장르 음악에서 재즈적 요소가 드러나는 것은 그의 의도가 아니라 그의 음악적 배경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그가 1973년에 발표했던 [Head Hunters]는 재즈와 훵크의 조합을 의식했다기보다는 그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훵크 쪽으로 접근한 것이라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본 앨범 [Future Shock] 역시 그러하다. 허비 행콕의 솔로 연주가 돋보이는 수록곡 ‘Autodrive' 정도를 제외하면 본 작에선 재즈의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클라비넷, 드럼머신, 턴테이블 스크래치, 샘플링된 소리까지, 본 앨범에 사용된 소스들은 재즈적이라기보다는 훵크, 전자음악, 힙합에 더 가깝다. 힙합 비트 프로덕션의 기반이 되는 루프(반복되는 짧은 프레이즈)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데서도 힙합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허비 행콕의 앨범으로 발표되었지만 [Future Shock]를 온전히 허비 행콕의 음악적 욕심과 창의성만으로 만들어진 앨범이라고 볼 수는 없다. 본 앨범은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해온 프로듀서 빌 라스웰이 구상해온 것이었고 그가 이끄는 밴드 머터리얼(Material)의 작품으로 발표할 계획이었다. 빌 라스웰의 음악에 완전히 매료됐던 허비 행콕은 그에게 합작을 제안했다. 이들은 과감하게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하기로 약속했다.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었다. 허비 행콕은 빌 라스웰의 진보적인 음악세계를 공유할 수 있었고, 빌 라스웰는 허비 행콕의 이름값을 업고 많은 이에게 자신의 음악을 펼쳐낼 수 있었다. 여기에 DJ/턴테이블리스트 그랜드믹서 DST가 참여해 턴테이블 스크래치 사운드를 더했다.


앨범은 진취적이고 신선했지만, 그들이 예상했던 것만큼 난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대중적이었다. 앨범의 리드싱글 ‘Rockit'은 빌보드의 알앤비 차트와 댄스 차트에서 각각 7위와 1위를 기록했으며, 전체 싱글 차트에서도 71위를 기록했다. 본 싱글은 1990년까지 50만 장이 넘게 팔려나가 골드 레코드를 달성했으며, 그래미어워드에선 ’최우수 알앤비 연주상‘을 수상했다. 싱글이 수록된 앨범 [Future Shock]는 백만 장을 넘어서며 플래티넘 레코드를 달성했으니 ’포스트모던‘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했던 이들의 계획과는 달리 대중적인 성과를 일궈낸 것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Rockit'으로 제1회 MTV VMA에서 ‘최우수 비디오 컨셉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는 해당 뮤직비디오를 보면 납득이 간다. 영상 속에선 하반신만 있는 로봇이 사람들로 가득한 거실을 돌아다닌다. 알고 보면 거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도 로봇이다. 이들은 같은 동작을 반복해서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창밖의 새조차도 로봇이다. 살아 있는 인간이라곤 로봇들이 시청하는 TV 속의 허비 행콕 뿐이다. 로봇들은 DJ의 스크래치 소리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반복한다. 이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미래지향적이고 실험적인 음악관이 영상을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앨범 제목은 엘빈 토플러의 저서 [미래의 충격](Future Shock, 1970)에서 따온 것이다. 정확히는 훵크/소울 뮤지션 커티스 메이필드의 곡 ‘Future Shock'(1973)가 책의 제목을 가져왔고, 허비 행콕이 커버한 곡을 앨범에 수록하면서 앨범 제목도 따라서 지었다. 제목을 공유하지만 각기 주장하는 바는 다르다. 책에서는 미래사회의 급격한 사회/문화의 변화에 집중했다면, 커티스 메이필드는 베트남전쟁의 비인간성을 주장했다. 허비 행콕은 커티스 메이필드의 노랫말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노랫말의 의미보다는 곡의 제목에 있는 ’충격‘이란 단어에 더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미래지향적이고 신선한 음악을 통한 매력적인 자극이랄까.




재즈와 힙합의 교차점을 제시


가장 돋보이는 곡은 앨범의 끝자락에 배치된 ‘Rockit (Mega Mix)'이다. 그랜드믹서 DST가 리믹스한 곡으로 본 앨범에 수록된 ’Rockit'을 중심축에 두고 앨범 수록곡들을 샘플링해서 작업했다. 허비 행콕의 ‘Chameleon'의 주제부, 그랜드믹서 DST와 인피니티 래퍼스의 합작곡 ‘Grandmixer Cuts It Up'에서의 랩 벌스, 레이건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일부를 추가로 따왔다. 소리의 집합으로 일정한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샘플링 작법 고유의 미학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허비 행콕의 훵크 시대를 열었던 'Chameleon'부터 본 앨범 수록곡들을 한데 모음으로써 허비 행콕의 훵크 시대를 아우른다는 상징성이 담겨 있다.


이 앨범을 기점으로 허비 행콕은 전자음악적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그의 혁신적인 행보는 다소 평가절하된 감이 있는데, 이는 죽는 순간까지 혁신을 추구했던 마일스 데이비스라는 거인과 시대를 공유한 탓이 크다. 허비 행콕이 추구하는 음악적 새로움은 결코 마일스 데이비스보다 작지 않다. 대중적/상업적 성과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이 앨범을 살펴보면, [Future Shock]는 당시 재즈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롭고 진취적인 소리를 추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힙합의 요소들이 대부분의 음악 장르에 침투해 있는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Future Shock]는 힙합과 완전히 무관해 보인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건 힙합 앨범이 아니다. 힙합적인 요소들을 차용한 일렉트로훵크/퓨전재즈 앨범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힙합이 전면적으로 사용될 수 없었던 데는 당시까지 힙합의 완벽한 모델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적 배경이 컸다(그가 몇 년만 뒤에 작업했더라면 훨씬 더 힙합적인 앨범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재즈와 힙합의 조합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재즈와 힙합이 공식적으로 만난 최초의 음악을 이야기할 때 [Future Shock]는 그 무엇보다 먼저 언급되어야 할 앨범이다. 80년대 초에 이미 허비 행콕은 힙합을 의식하고 있었다.  



* '재즈x힙합'은 재즈 매거진 <월간 재즈피플>과 <힙합엘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기획 연재입니다. 본 기사는 <힙합엘이> 웹사이트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류희성 | 월간 재즈피플 기자

여러 매체에서 음악과 관련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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