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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크리스 포터 [The Dreamer Is The Dream]  
제목 [앨범 리뷰] 크리스 포터 [The Dreamer Is The Dream]   2017-05-14


크리스 포터 [The Dreamer Is The Dream]


몽상가의 새로운 항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인셉션>을 처음 감상했을 때가 생각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놀라운 상상력과 영화 제작의 뛰어난 완성도에 감탄을 했지만, 특히나 영화를 그려나가는 자그마한 소재의 발전에 충격이 컸었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영화 <루시드 드림>이 지난해에 개봉하기도 했다. 이 두 작품 모두가 꿈을 소재로 제작되었다. 꿈은 상상력의 원천이 되기도 하고, 현실의 도피처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어느 누군가는 자신의 꿈을 조종할 수 있다는 풍문을 들은 적도 있다. 그 꿈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자기 자신의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하다.


팻 메스니, 데이브 홀랜드 등을 비롯한 명 연주자들과 함께해온 색소포니스트 크리스 포터가 ECM에서 발표하는 세 번째 야심작 [The Dreamer Is The Dream]은 앞서 이야기했던 꿈이라는 소재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그가 담아낸 감정은 마치 꿈속에서 헤매는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으로 가득했다. 어느 무엇에도 제약을 받지 않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자유로운 여행자가 되어 자신의 무한한 상상력을 그려나갔다.


평소 작곡능력이 뛰어났던 크리스 포터가 표현해낸 여러 가지 작품들 중에서도 영감의 정점이 되는 작품이 아닐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스트링 쿼텟과 언더그라운드 레귤러 멤버들과 함께한 지난 앨범 [Imaginary Cities]의 연장선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언더그라운드 오케스트라의 풀 사운드가 그대로 축소되어 속이 꽉 찬 그의 블로윙이 더욱 두드러진다. 테마와 리듬의 발전이 곡의 주제가 발전되어가는 과정을 대변하고 있어 이전 앨범과 여러 부분이 닮았다고 생각된다. 쿠바 태생의 유능한 영라이언 피아니스트 데이빗 비렐레스와 사이드맨으로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베이시스트 조 마틴(Joe Martin), 지난해에 크리스 포터와 함께 한국을 찾았던 드러머 마커스 길모어(Marcus Gilmore). 각각의 스토리텔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크리스 포터가 제시한 추상적인 주제를 자신들의 연주로 하여금 끊임없이 풀어나갔다. 네 연주자의 예상을 빗나가는 인터플레이는 매 순간마다 청자를 전혀 다른 공간에 데려다 놓았다.




크리스 포터는 이번 작품에서 클라리넷과 플루트, 샘플링 등 다양한 사운드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악기들을 채용했다. 앨범의 타이틀처럼 일반 청자들에게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생소한 사운드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더욱 가중했다. 그는 ‘Ilimba’에서 곡 제목과 같은 이름을 가진 탄자니아의 전통악기 일림바(Ilimba)라는 악기를 직접 연주하였다. 발라폰과 비슷한 음색을 가진 일림바의 사용으로 아프로 뮤직 특유의 신비로움이 한층 더 느껴진다. 본 앨범의 타이틀곡 ‘The Dreamer Is The Dream’은 영롱한 톤을 뿜어내는 베이스 클라리넷의 인트로로 시작되어 일반적인 테마의 전개를 파괴하는 과감한 시도까지, 몽상가의 꿈을 들여다보듯 모든 것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Yasodhara'는 싯다르타 왕자(석가의 출가 이전, 왕자로 있을 때의 이름) 아내의 이름이다. 그녀는 자신을 돌아보는 것에 상당히 엄격하였고, 신통력이 뛰어난 여성으로 동아시아 종교 및 예술을 논할 때 상징적인 인물로 자주 등장한다. 크리스 포터는 이러한 동양적인 사상에서 발췌한 영감으로 곡을 완성했는데, 마커스 길모어의 리드미컬한 드러밍이 한몫을 하였다. 크리스 포터의 현란한 멜로디 라인과 오버랩되어 오묘한 질감의 음악이 탄생하였다.


이 몽상가는 다시 한번 꿈속에서 헤매는 항해를 시작하려 한다. 마땅한 정박지가 없이 유유히 떠다니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뭐든지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으로. 그의 꿈이 가진 공간의 크기가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꿈을 자유롭게 조종하는 어느 능력자들처럼 그 공간 안에서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그를 만난다. 그만큼 이 앨범을 통해 크리스 포터가 가진 거대한 상상력에 감탄하고, 또 감탄할 따름이다.  




★★★½




최수진 | 트롬보니스트

트롬보니스트와 작편곡가, 재즈 칼럼니스트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종합 예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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