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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도미닉 밀러 [Silent Light]  
제목 [앨범 리뷰] 도미닉 밀러 [Silent Light]   2017-04-21


도미닉 밀러 [Silent Light]


침묵과 빛이 어우러지는 공감각적 황홀경의 세계


도미닉 밀러가 ECM에서 앨범을 발매한다는 소식에 다소 의아한 이들이 있을 것이다. 록 연주자라는 이미지가 ECM이 추구하는 특유의 색깔과는 맞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음악적 성향을 한번 상기해 본다면 ECM 음악과 어울리는 지점을 충분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도미닉 밀러의 이력에 빠질 수 없는 스팅 밴드의 일원이라는 강렬한 인상이 그를 록 뮤지션으로 인식하게 하지만, 사실 그는 외부로 드러나는 연주보다는 내면으로 파고드는 연주를 추구하는 뮤지션이다.


그가 스팅 밴드의 기타리스트로서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나와 연주할 때도 그의 플레이는 매우 절제되어있어 고독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스팅의 폴리스 시절의 강렬한 록 넘버 ‘Next To You’나 ‘Message In A Bottle’ 등을 연주할 때보다도 우아한 발라드곡 ‘Fragile’ ‘Fields Of Gold’를 연주할 때 그의 모습이 훨씬 더 빛을 발한다. 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개인 앨범을 들어보면 음악적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데 어쿠스틱하면서도 울림이 강조되는 특유의 공간감 가득한 음악이 도미닉 밀러가 추구하는 음악성을 고스란히 말해준다. ‘Shape Of My Heart’의 작곡자로 스팅의 음악적 색깔을 공고히 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는 이처럼 겉으로는 화려하지 않지만, 내적으로 충실한 정중동의 음악을 지향한다. 이러한 그의 음악성이 ECM과 어울리기에 충분한 접점이 되었고 마침내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도미닉 밀러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는 뮤지션이다. 물론 그가 즐겨 사용하는 음악적 어법은 모던록이나 클래시컬한 음악, 라틴 음악 등이라 할 수 있지만, 그는 어떠한 장르에도 접근할 준비가 되어있는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졌다. 다만 그는 콘셉트를 설정해서 한 앨범 안에서 일관된 흐름을 갖춘 작품을 만드는 방식을 즐긴다. 이번 앨범 [Silent Light]도 마찬가지다. 동명의 멕시코 영화에 영감을 얻어 앨범 타이틀로까지 쓰게 되었는데 이는 영화감독이 침묵, 빛, 공간을 다루는 방식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미닉은 영화를 통해서 이러한 추상적인 주제에 다가서는 방법을 터득했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큰 도움을 받은 것 같다. 특히 첫 곡 ‘What You Didn't Say’에서 말하지 않은 것, 즉 침묵에 관한 고찰이 담겨있는데 이는 음과 침묵이 마치 서로 주고받는(Call & Response) 것 같은 긴장 관계가 형성된 공간에 대한 묘사, 그리고 곡 전체가 주는 어스름한 빛의 이미지로까지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앨범이 말하고자 하는 큰 그림을 첫 곡이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Water’는 앨범에서 가장 촘촘하게 구성된 곡으로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의 이미지를 즉각 떠올릴 수 있는데 도미닉 특유의 코드 색채가 더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Baden’은 Baden Powell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는 곡으로 브라질 음악에 대한 도미닉의 진지한 해석과 동시에 그가 영향받은 음악적 배경을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기존에 발표된 자신의 곡을 리메이크 한 ‘Angel’은 공간에 대한 음악적 탐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데 감상자들이 상상하며 자유로이 공간을 채워 넣어보기를 원했던 도미닉의 바람대로 담백한 편곡으로 재탄생했다. 스팅의 명곡 ‘Fields Of Gold’와 뉴에이지 느낌의 ‘Tisane’은 멜로디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충분히 감상할만한 트랙이다.


영롱한 나일론 기타의 사운드가 아주 인상적인 이 앨범은 도미닉 밀러의 기타 톤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다. 이전에 그의 기타 사운드가 주는 이미지는 지적이면서 고독한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따뜻하고 풍성한 질감이 더 드러난다. 이는 앨범의 콘셉트와도 관련 있어 보이는데 고요한 빛의 이미지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존재론적인 고찰이 그의 연주를 더 따뜻하고 섬세해지게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도미닉 밀러의 음악과 어울리는 계절이 주로 가을이 아니었나 했는데 이 앨범은 지금 이 계절 봄과 어울리는 음악이 담겼다. 앨범 표지 사진도 하늘의 느낌을 담은 색으로 가득하다. 맑은 봄날, 침묵과 어우러지는 햇살을 받으며 함께 듣는다면 공감각적 황홀경을 선사해 줄 아름다운 작품이다.


★★★½




이상희 | 월간 재즈피플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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