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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타리스트 도미닉 밀러  
제목 [인터뷰] 기타리스트 도미닉 밀러   2017-03-20


기타로 공간을 구현하다


기타리스트 도미닉 밀러


스팅과의 오랜 작업으로 유명한 기타리스트 도미닉 밀러.

그가 ECM 아티스트가 된다.




[Silent Light]는 ECM에서 발표하는 첫 번째 앨범입니다. 감회가 어떤가요.


유구한 유산을 가진 ECM의 일원이 된다는 건 참 영광스러운 일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ECM 음악을 들으며 자랐기 때문에 마치 꿈이 현실이 된 기분이었죠. [Silent Light]는 40년 동안 구상하고, 단 이틀 만에 만들어낸 작품이에요.




ECM과는 어떻게 연이 닿게 되었습니까.


ECM이 제 매니저에게 연락했어요. ECM 설립자 만프레드 아이허(Manfred Eicher)는 틀림없이 내 음악을 알고 있었죠. 그게 내게 접촉한 이유였을 거예요. 당시에 그가 제 존재를 안다는 걸 몰랐기에 깜짝 놀랐어요.




만프레드 아이허를 만났을 때, 당신은 팻 메스니의 [Offramp], 에그베르토 지스몬티의 [Solo]를 언급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아이허와 저는 음악, 서로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때 내게 영향을 준 스타일이 아예 다른 두 장의 ECM 앨범이 떠올랐죠. 그 말이 아이허에게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단서를 주었다고 봐요.




타이틀 ‘Silent Light’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막 작곡에 들어갔을 때, 멕시코 감독 카를로스 레이가다스(Carlos Reygadas)가 찍은 같은 제목의 영화를 보게 되었어요. 영화 속에 펼쳐지는 공간들, 침묵, 제목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죠. 깊이는 물론,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앨범을 5번 정도 들어 봤어요. 전반적으로 차분한 서정이 지배하는 앨범입니다. 팬들이 어떤 점에 집중해서 들으면 좋을까요.


나는 감상자들이 특정한 대상에 몰입하기를 바라지 않아요. 그냥 음악 그 자체를 받아들이거나, 소리의 울림을 느껴 주었으면 해요. 딱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모두들 이 순간에 대해 긍정적이었으면 한다는 거예요. 내 음악이 힐링과 긍정, 가능성, 성장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전선 위에 두 마리 새가 앉은 커버 이미지가 참 예쁩니다. 고독하지만 마냥 쓸쓸하지만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처음 이 이미지를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공간감이 느껴지는 이미지죠. 하늘 위로 전선들이 지나가는 저 구도는 원근감을 느끼게 해요.




앨범을 노르웨이의 레인보우 스튜디오에서 녹음하셨는데요. 녹음 과정은 어땠나요.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갔던, 아름다운 경험이었어요. 단 이틀 만에 녹음되었죠. ECM의 사풍은 ‘그 어떤 조작도 없이 순간을 포착하라’는 것이에요. 그 말인즉, 어떤 수정이나 편집, 스튜디오에서의 장난질도 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그들의 철학을 매우 기쁘게 받아들였어요. 만프레드와 엔지니어 얀 에릭 콩스하우(Jan Erik Kongshaug)는 놀라우리만큼 내가 느낀 걸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에요.




힘들거나 어려웠던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모든 게 매끄럽고, 탈 없이 진행되었어요. 스튜디오에 도착한 순간부터 기분이 좋았죠. 녹음을 시작하기 전, 연습을 하고 싶어서 조정실을 등지고 있는 스튜디오 한 구석에 아무렇게나 자리를 잡았어요. 그때 얀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 앞에 마이크를 가져다 놓더군요. 좀 이상했어요. ECM이라면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녹음하는 특별한 공간이나 관점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상상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의 그러한 제스처는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더라고요. 그 어떤 규칙도, 특별하게 다른 작업도 없다는 걸 말하는 것만 같았으니까요. 풍수(風水)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지만, 아주 운 좋은 곳에서 작업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아마 동쪽을 마주하고 있어서겠죠?    




드럼과 퍼커션을 맡은 마일스 볼드(Miles Bould)의 탄탄한 플레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본인이 보는 볼드는 어떤 연주자인가요.


마일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퍼커셔니스트일 거예요. 명징한 연주를 하거든요. 그의 연주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는 않지만, 음악에 완전히 잘 녹아드는 스타일이에요. 그는 내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요. 그와 함께 여행도 가고 싶어요.




스팅(Sting)과의 오랜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앨범에도 스팅의 곡 ‘Fields Of Gold’가 실려 있는데요. 왜 그 곡을 리메이크한 건가요.


몇 년 전, 공연을 할 때 이 곡을 연주하곤 했어요. 그때 제 앨범에 이 곡을 넣어도 좋겠다 싶었죠. 인스트루멘틀로 연주한 아름다운 곡이이기도 하지만, 스팅 밴드의 일원으로 걸어온 28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곡이기도 하니까요.




클래시컬하면서도 섬세한 터치는 당신의 기타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타를 연주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건 무엇인가요.


전 특정한 스타일에 갇힌 연주자가 아니에요.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부분의 장르를 좋아하니까요. 그래서 지금까지 들어왔던 모든 것들을 시도해보려고 해요. 그게 제 스타일이자 제 음악의 공통분모죠. 제가 들었던 음악을 연주하는 거 말이죠.




당신을 처음 음악으로 이끌었던 아티스트가 누구인지 궁금하군요.


기타를 가르쳐 준 사람은 제 누나 줄리(Julie)예요. 여전히 제 기타 영웅이에요. 자라면서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와 바덴 파웰(Baden Powell)로부터도 큰 영향을 받았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프로 뮤지션이 된다고 했을 때, 가족의 반대는 없었는지요.


당연히 그렇지 않았어요. 부모님은 자식의 꿈을 신뢰하시던 훌륭한 분이셨죠. 지금까지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신 두 분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스팅, 브라이언 애덤스(Bryan Adams), 백스트리트 보이스(Backstreet Boys)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아티스트들과 작업해 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필 콜린스(Phil Collins)와 함께 작업했던 [...But Seriously]가 아닐까 싶네요. 스스로 연주자라고 느끼게 해준 앨범이거든요. 음악계에 종사하려면 일단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된 시점이었죠. 그게 아니라면, 네 자존심 따윈 던져 버리라고요. [...But Seriously]의 작업은 여러 가능성들을 열어준 커리어의 핵심이 되었답니다.




팝과 재즈, 뉴에이지와 포크, 클래식을 넘나드는 결과물을 내놓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음악은 무엇입니까?


말하는 게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무슨 장르든지 진실하고 순수한 음악이라면 손대려고 해요. 최선은 늘 진실함이에요. 아티스트라면 항상 변할 수 있도록 한 구석을 열어두는 게 중요해요. 눈을 크게 뜨고, 특정 스타일에 집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1년이나 2년 주기로, 앨범을 꼬박꼬박 발표해 오고 있습니다. 최근 이 정도 페이스로 정규작을 발표하는 아티스트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요. 지치지 않는 그 창작력의 원천이 궁금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콘셉트에요. 콘셉트 없이는 어떤 방향으로도 가기 힘들어요. 신곡 10곡 정도를 갖게 된다는 걸 제외한다면 말이죠. 곡들을 하나로 묶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앨범의 콘셉트는 ‘공간’이에요. 혹은 지금껏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던 그 어떤 것이죠. 앨범을 작업하며 가족과 친구들, 자연으로부터 큰 영감을 받았어요. 사람들이 자연을 좀 내버려두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목격한 것들을 하모니, 멜로디, 리듬 안에 담아냈습니다.




마놀리토 시모네(Manolito Simonet)와의 공동작 [Hecho En Cuba]를 잘 들었습니다. 다시 이런 풍의 앨범을 기대해볼 수 있는 건가요.

 

물론이에요! [Hecho En Cuba]는 정말이지 거절할 수 없었던 기회였답니다. 쿠바 뮤지션들이 초대해 콜라보레이션을 하자고 하면, 모든 걸 내려놓고 가려고 했었죠. 그런데, 그게 실현되다니 거짓말 같았어요. 언젠가 그런 작업을 한 번 더 해보길 희망해요.




한국에서 당신은 ‘Shape Of My Heart’를 작곡하고 연주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을 겁니다. 여러 번 이 질문을 받았겠지만, 물어보겠습니다. 당신에게 이 곡은 어떤 의미입니까?


내가 작곡을 했고, 스팅이 작사를 한 곡이에요. 음악적으로 이 곡은, 쇼팽, 혹은 쇼팽 코드에 대한 모종의 오마주예요.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식스스 코드를 이용해 그렇게 할 수 있는지를 탐색해 보았던 거죠. 그걸 곡으로 그려준 스팅에게 깊은 감사를. 그 덕에 우린 대단한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어요.




4월 26일, 내한 공연이 확정되었습니다. 3년 전, 자라섬 페스티벌로 이미 당신의 연주를 접한 팬들도 있을 텐데요.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그리고 이번 공연은 어떤 형태로 진행될 예정인가요.


자라섬에서의 공연은 너무 좋았어요! 분위기도, 날씨도 너무 훌륭했죠. 앨런 홀스워스(Alan Holdsworth) 밴드 연주를 듣는 것도 엄청난 일이었고요. 다시 한 번 찾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 공연 라인업은 트리오 편성이에요. 마일스 볼드가 드럼과 퍼커션, 니콜라스 피즈먼(Nicholas Fiszman)이 베이스, 내가 기타를 맡게 되지요. 새 앨범에 수록된 많은 곡들을 포함해 저번 공연과는 차별화되는 연주를 들려드릴 예정이에요. 몇몇 클래식도 연주할 계획이고요.




끝으로 당신을 좋아하고, 공연을 기다리는 한국 팬, 재즈 피플 독자에게 인사 한 마디 부탁합니다.


한국에서 연주 음악으로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여러분들은 멋진 사람들이에요. 어서 만나고 싶군요!  




이경준 | 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고 음악웹진 <이명>의 편집장이다.

<지미 헨드릭스: 록스타의 삶> <Wish You Were Here - 핑크 플로이드의 빛과 그림자>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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