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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스 마스터즈] 트롬보니스트 트롬본 쇼티  
제목 [브라스 마스터즈] 트롬보니스트 트롬본 쇼티   2017-03-16


나팔 끝에 맺힌 뜨거운 열정


트롬본 쇼티


늦추위가 꽤 길어진다. 곧 포근한 봄이 올 것을 알지만 겨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목이 빠져라 그날만 하염없이 기다린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사람들은 그 포근함에 이끌려 집밖으로 나오게 된다. 한국에서는 극히 드물지만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는 거리마다 지루한 일상을 축제로 만들어버리는 브라스 밴드의 퍼레이드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야외에서 느끼는 브라스의 어텍은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자극적이고, 자연스럽게 몸을 들썩이게 한다. 만약 지금 생동감이 넘치는 그 현장에 내가 있다면 한겨울이라 하더라도 추위를 쉽게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세 번째로 소개할 아티스트는 트롬본 쇼티(Trombone Shorty)다. 록 스타일에 브라스 사운드를 더해 파워풀함의 끝을 보여주는 그는 관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 무대 퍼포먼스와 오로지 브라스라는 콘텐츠 하나만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장본인이다.



뼛속까지 브라스 마니아


정확한 본명은 트로이 엔드류(Troy Andrews). 1986년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출생한 그는 여느 유명 아티스트들과 마찬가지로 어릴 적부터 음악을 접해온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스펙터클(?)한 인생을 살아온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뉴올리언스라는 지역의 특성상 그곳은 음악 문화가 매우 풍부했고, 트롬본 쇼티는 그 문화혜택의 최대 수혜자였다. 그는 트레메(Treme)의 한 거리에서 만난 세컨 라인 퍼레이드에 깊게 매료되어 트롬본을 처음 손에 쥐게 된다. 이 당시 만 4세. 자신의 몸보다 두 배나 큰 트롬본을 들고 천진난만하게 세컨 라인 퍼레이드에 뛰어들게 된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본 주위의 성인 연주자들은 꾀나 재능이 있어 보였는지 그에게 안성맞춤인 ‘트롬본 쇼티’라는 별명을 지어주게 된다. 그리고 그가 6세부터 밴드 리더로서 두각을 드러냈다고 이야기하는데, 곁에서 많은 이들이 그가 가진 재능을 확인하고 여러 방면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었던 것 같다.


윈튼 마살리스는 자신이 이끄는 링컨 센터 오케스트라(Jazz at Lincoln Center Orchestra)와 13세의 트롬본 쇼티를 함께 무대에 세웠다. 수많은 프로 연주자들 사이에서 누구보다도 자신 있게 즉흥연주를 선보이던 트롬본 쇼티는 그 모습을 지켜보던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했다. 새로운 브라스 스타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19세가 되던 해에 가수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 밴드의 혼 섹션으로 참여해 월드 투어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 시점부터 트롬본 쇼티는 뮤지션으로서 꽃길을 걷기 시작한다. 나아가 자신의 음악관이 누구보다도 뚜렷했던 그는 일찌감치 자신의 독창성을 나팔 하나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 어리고 순수했던 꼬마 연주자가 세월이 흐르고, 성장을 거듭해 그래미 어워즈라는 꿈의 무대에 서는가 하면, 백악관에서 자신의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주며 놀라움을 선사하는 그는 트롬본 쇼티라는 활동명에서부터 짐작했겠지만 뼛속까지 브라스 마니아다.



결코 멈출 수 없는 에너지


뉴올리언스에서 줄곧 자라온 그는 아무래도 딕시랜드 브라스 밴드 스타일에 기초를 두지 않을 수 없다. 트로이 엔드류 퀸텟 등의 초기 작품들을 살펴보면 이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트롬본 쇼티는 이 같은 사실을 거스르지 않았고, 독창적인 자신만의 스타일을 그려내는 새로운 재료로 사용하였다. 그는 2005년도에 발표한 작품 [Orleans & Claiborne] 발표와 동시에 올리언스 에비뉴(Orleans Avenue)라는 레귤러 밴드를 결성하게 된다. 파워풀한 록 사운드 바탕에 재즈의 전통으로 스케치를 하고 뒤따르는 펑크, 힙합 등의 여러 가지 색채들로 여백을 점차 채워나갔다. 이 개성 넘치는 사운드로 중무장한 트롬본 쇼티는 미국 재즈씬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일컬어지게 된다. 트롬본과 트럼펫 두 가지의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트롬본 쇼티의 쏟아지는 블로잉과 이에 뒷받침되는 밴드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대중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손쉽게 몰아넣었다.


버브 레코드의 2010년도 데뷔작 [Backatown]에서는 보다 정돈되고, 짜임새 있는 작품성을 보여주었다. 'Hurricane Season'과 타이틀곡 ‘Backatown' 같이 기존의 파워풀한 사운드와 'On Your Way Down' 등의 그루비한 사운드를 골고루 담아냈고, 이 매력적인 작품은 전 세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꿈에 그리던 2011년도 그래미 어워즈 ’최우수 베스트 컨템포러리 재즈‘ 부문 후보에 단숨에 오르는 괴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 작품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또 한명의 주역. 레니 크라비츠의 참여는 신의 한 수였다. 이제는 오랜 동료가 된 그의 기타 연주와 보이스가 뒷받침된 ‘Something Beautiful’은 [Backatown]이 대형 히트를 치게 된 대목 중 하나다.




2011년도에 발표한 [For True]는 리버스 브라스 밴드(Rebirth Brass Band)를 비롯하여 제프 벡(Jeff Beck), 레디시(Ledisi) 등의 게스트들이 대거 참여하며 그 기세를 몰아갔다. 빌보드 컨템포러리 재즈 차트에 무려 12주나 1위의 자리를 지키며 멈출 수 없는 에너지를 과시했다. 이듬해에 발매된 [Say That to Say This]로 트롬본 쇼티는 지금까지의 행보를 총정리하게 된다. 이전까지는 새로움과 신선함을 끌어냈다면, 이제는 유일무이한 에너자이저로 대못을 박았다.


록 사운드와의 성공적인 융합으로 이어진 록 스타들과의 협업 또한 돋보였다. 그는 푸 파이터스(Foo Fighters)의 콘서트에서 게스트로 참여하여 명곡 'This Is A Call'을 함께 연주해 록 마니아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고, 현재는 록의 대부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의 러브콜을 받고 북아메리카 투어를 함께하며 뜨거운 나날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다. 이제는 그의 음악이 재즈와 록의 융합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굳이 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트롬본 쇼티에게 장르의 선 긋기란 바보 같은 짓이다.



전통을 계승하기위한 끊임없는 노력


잠시 축구를 빗대어 이야기하자면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축구 스타들이 기부와 같은 사회적인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들은 전 세계의 수많은 어린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트롬본 쇼티는 이와 비슷하게도 한마음 한뜻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재단 '트롬본 쇼티 파운데이션'을 설립하였다. 이 재단은 교육과 멘토링, 공연 등을 통해 자신이 가진 음악적 지식을 나누고, 소중한 뉴올리언스의 독특한 음악 문화가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다. 그의 노력 덕분에 뮤지션의 꿈을 꾸는 뉴올리언스의 많은 청소년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는 HBO(영화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유선방송채널)에서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제작한 드라마 시리즈 <트레메>에 출연하기도 하며 뉴올리언스의 문화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고 있다. 투어가 마무리되면 항상 사랑하는 자신의 고향. 뉴올리언스로 돌아와 이 같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그는 항상 ‘뉴올리언스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라고 이야기한다.


트롬본 쇼티는 오는 4월경 재즈 명문 레이블인 블루노트 데뷔작 발표를 앞두고 있다. 새로운 파트너들을 통해 얼마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지 생각만 해도 벌써 가슴이 뛴다. ‘이제 저는 그래미 어워즈 후보로 지목되고 싶다’라고 자신에게 수없이 되뇌던 꿈을 끊임없는 노력으로 결국 이뤄낸 그는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꿈에 대한 희망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와 같은 뜨거운 열정을 가진다면 포근한 봄도 무척이나 더울 것 같다. 음악적인 부분 이외에도 여러모로 배울 점이 참 많은 부러운 아티스트다.  




최수진 | 트롬보니스트

트롬보니스트와 작편곡가, 재즈 칼럼니스트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종합 예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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